당신 그런 남자였어?

by 마인드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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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댄스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고 나머지 공부로 노래 3분 중 10초에 해당하는 춤을 배웠다. 선생님이 올려주신 영상 중 그 부분만 잘랐는데 딱 10초더라. 이 황당함이란.


거울 앞에서 스텝 꼬여가며, 진땀 빼며 겨우겨우 익혔는데 집에 와서 혼자 하려니, 도대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분명 선생님은 '괜찮아, 잘했어! 됐어! 지금 그 감각 기억해~'라고 하셨지만, 기억해야 할 그 감각은 금방 사라져 버렸고, 내 기분은 괜찮지가 않았다.


아니 스텝이... 분명 내 발로 하는 건데! 도대체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내 몸뚱이에 화가 나더니 이제는 흥미롭다. 하하. 스스로 풀어야 할 수수께끼 같은 영역이 되었다. (10년이 걸리더라도 풀어낼 거다!)


아무튼. 선생님은 춤이 아닌, 나의 몸 쓸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고자 일부러 시간 내서 알려주시기에, 연습은 기본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서 딱 그 부분만이라도 익히려고 노력한다. 몸으로 기억해서 다음 수업 때 해내고 싶은데 도무지 따단! 따단! 하는 스텝이 안 된다. 음악이랑 안 맞음! 신은 나는데 왜 이렇게 빠른 건지! 내 발아~~~ 아 쫌!


새벽에 글 쓰다가 막혀서 잠깐 춤 연습을 하려는데, 남편이 출근 준비를 다 하고는 버스 시간이 남았다며 10분 뒤에 천천히 나간다고 한다. 오, 잘 됐다 싶은 마음으로 물었다.


"지금 시간 좀 있으면 이거 함 봐줘! 이 부분 스텝 따라 할 수 있겠어?"


요리조리 몇 번 버벅거리면서 해 보더니, 어머 어머 남편은 곧 따라 춘다! 스텝이 된다! 스텝이랑 박자가 맞는다! 너무 신기하다. 물론 선생님 같은 멋짐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흉내는 낸다. 곧 나보다는 훌륭하다는 뜻이다.


"우아우아, 자기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한 거야? 나 좀 알려줘~"


"따단 따단 여기에서 발을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어쩌고 저쩌고~~~ 어렵긴 어렵다. 엄청 빠르네."


나름대로 몸으로 익힌 걸 설명해 준다. 나갈 시간이 돼서, 다녀와서 알려준다며 출근했다.


춤을 배우면서 재발견한 남편.

그는 박자감, 리듬감 있는 사람이었다. 나보다는 몸 좀 갖고 놀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걸 10년 만에 알았다니! 이 사실은 요즘 날 든든하게 한다.


학원에서 배운걸, 영상만 있다면 남편에게 좀 분석해서 알려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청 잘 추는 건 아니지만 나보다는 낫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되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건 선생님께 배운 쓰리 스텝을 남편에게 '이런 걸 배웠다'라고 한번 알려줬는데 그걸 음악에 바로 적용해서 춘다. 나는 안 되던데... 그날도 난 한 번에 쓰리 스텝을 밟는 남편을 우러러봐야 했다.


언젠가 다른 춤 영상을 보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여기서 어떻게 저쪽으로 이동한 거야? "


진지했다. 정적 5초. 묻는 나도 질문을 받은 남편도 대략 난감이다. 그건 좀 쉬운 동작이었는지 한번 보더니 남편은 곧 춤답게 춘다. 우리 집 춤 천재다. 천재!


"자 봐봐 딴딴 딴! 발이 이렇게~ 잘 모르겠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혹은 설명할 것이 있나? 와 같은 의미였다.


"응 모르겠어..."


"아 그래, 그럴 수 있지..."


남편, 오늘 퇴근하면 아침에 못 다 알려준 것 좀 알려줘. 나 내일 학원 가서 멀쩡하게 하고 싶어. 내 몸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고 싶다고!


요즘 나의 세컨드 춤 사부 남편!

물론, 워너비는 학원 선생님!


나에게 춤이란, 어렵지만 극복하고 싶은 매우 흥미로운 세계다.


기억해. 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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