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일은 학원 등록하는 날, 오늘은 6월 30일.
7월은 댄스 학원 등록을 안 할 줄 알았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정했으므로. 사실 99.9% 포기 직전으로 쉬고 싶었다.
직장 생활도 3, 6, 9, 12... 3개월 단위로 고비가 오더니 배움도 다르지 않았다. 한계에 다다랐다.
나름 끈기있는 사람이지만, 춤은 도저히 더 이상은 어려워서 안 될 거 같았다. 남편과 이야기 끝에 학원을 한두 달 쉬어야겠다고 결정내렸다. 그렇게 마음을 정했을 때, 코가 시큰하더니 눈물이 났다. 속상했다. 그래도 좀 쉬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들던지, 초심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 고민을 아는 남편도 학원이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다시 선택할 수 있지 않냐며, 그렇게 스트레스 받느니 더 오래하기 위해서 몇달 쉬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고 했다.
최근 춤의 재미보다도 어렵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려우니까 못하겠고, 못한다는 생각만 드니까 학원 가기가 싫어졌다. 무엇보다 못하는 나를 내가 견디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학원 다닌 지 3개월 만에 즐겁기만 했던 마음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렸다. 어려워도 즐거웠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지만, 어려움만 남은 내게는 다 소용 없었다.
내일부터 학원에 안 나오기 위해서는 오늘 선생님께 아이 방학 핑계로 두 달 정도 쉬었다가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려야 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따로 말씀드리려니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렸고, 그 사이 선생님이 어디론가 나가셨다! 아, 안되는데... 나는 두 달 뒤에 다시 올 거니까 신던 운동화는 사물함에 그냥 두고 학원을 나왔다.
휴. 어떻게 하지? 전화를 드릴까, 카톡을 남길까, 뭐라고 말씀드릴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결국, 톡으로 3개월의 고비가 온 것 같다고, 어렵다는 생각만 들어서 한두 달 쉬고 싶다는 내용을 빙빙 돌려서 말씀드렸다.
원래 춤을 배우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고비가 빨리 온 거 아니냐고 하시면서 이대로 포기하면 앞으로도 춤은 못할 거 같다는 선생님의 톡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다가 내일 뵙겠다고 답을 드렸다.
생각에 선생님은 학원을 10년 넘게 운영하시면서 많은 회원들을 보셨을 거고, 나처럼 몇개월 하다가 쉬었다가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그만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았다.
먼저 그중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즐겁게 배웠던 춤이었고 좋아하는 학원이 었는데 당연히 어려운 춤을 ‘어렵다'라는 이유로 당장 내일부터 안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쉴 것이 아니라, 분명 춤추면 신나고 좋았는데 어렵다고만 느끼게 된 감정과 생각이 변화한 과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생각해보니 그냥 즐길 때는 재미있었고, 잘 하려고 할 때는 어려워졌다. 당연하다. 그렇다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움에 있어 실력은 늘어야 한다. 어제의 나보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재미 없어진다. 무엇이든 스스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지속할 수 있다. 못하는 상태에 마냥 즐기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학원을 그만 두고 싶었던 나의 문제는 ‘빨리’ 잘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해야할 과정을 건너띄고 결과만 생각하니 어렵다는 핑계로 피하고 싶어졌던 거다.
휴식이 아닌 나아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먼저 학원에 갈 때 ‘어렵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어렵다’는 필터를 괜히 한번 씌움으로써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먼저 배운 분들보다 시간이 더 걸릴 뿐 동작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못할 것도 없을 거란 생각으로 하기로 했다.
두번 째로 어렵다고 느낀 이유 중 하나가 내게 빠른 진도였다. 학원에는 다양한 실력의 사람들이 함께 배움으로 내게 맞춰 알려달라고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개인레슨을 알아보고 받아보기도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고려할 것과 장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학원에서 진도는 선생님이 나가는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못하는 부분도 못하는 대로 지나가기로 했다. 소화능력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달동안 배운 것 중 곡 하나는 선생님이 올려주시는 영상을 보도 따로 연습해서 스스로 마스터해보는 과정을 꼭 갖기로 다짐했다. 한달이 넘게 걸리더라도 스스로 안무를 외우고 한 곡이라도 내 것으로 온전히 소화시킨다면 그 다음 단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정리하며 댄스 비기너의 3개월의 위기, 포기 직전의 고비를 간신히 넘어갔다.
다음 날 7월 1일. 아이 등원 시키고 학원에 갔는데, 매일 출석과 체온 체크하는 노트에 선생님이 '앗싸라비아 회비 날'이라고 써 놓으셨다. 난 어제 학원을 다니느냐 그만 두느냐 이 사태를 선생님께 어떻게 전해야 할지, 해가 질 때까지 고민했지만, 선생님께 매달 1일은 '앗싸라비아' 신나는 회비날인 것이다. '아, 정말 쌤...' 피식 웃음이 났다.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다. '앗싸라비아'는 어제 나의 감정과 대비적이라 1일을 보내는 순간순간 떠올라서 날 재미있게 한 단어였다. 역시, 학원을 그만두지 않기를 잘했다.
3개월 뒤의 나는 새로운 어려움에 부딛혀 그만 두고 잠시 쉬고 싶다고 또 징징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해보겠다고 선택한 지금의 나를 기특하다고 여기고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든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고 그만두고 싶을 때 멈춤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음을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