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고마워
결혼 10년 차, 그와 결혼을 하게 된 그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해가던 시기였다. 분명 좋았던 남편의 긍정성과 유함, 성실함과 소박함은 그저 현실에만 안주하는 사람, 큰 꿈이 없는 사람, 계획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게 싫어서 한 번씩 남편에게 볼멘 소리를 쏟아내곤 했다. 그러면 남편은 나의 날 선 언어를 꿋꿋하게 온몸으로 맞고 있다가, 아이랑 놀아주던지, 커피물을 올리던지, 면도를 하던지 그냥 일상생활을 하곤 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아침부터 까칠했던 나와는 다르게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남편을 보며 '저 사람은 어째서 이 분주한 아침부터 왜 콧노래가 나올까?' 내 귀를 의심했고 신기해서 물었다.
"뭐 때문에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와?"
"아이랑 푹 잘 자고 일어났고, 아침에 먹을 메뉴도 정해져 있고. 기분 좋은데?"
콧노래가 나오는 이유, '참으로 남편답네...' 소박해서 웃음이 났다. 한 번씩 정리되지 않은 손톱을 드러내는 나의 강함보다 남편의 유연한 강함이 더 힘이 세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학원에서 춤추다 보면 사무실에 있을 그런 남편이 떠올랐다. 긍정적이고 성실한 남편 덕분에 별다른 고민 없이 내가 여기서 이렇게 음악 들으며 뛰고 있구나 싶었다.
사고 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면,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이었다면, 나를 의심하는 사람이었다면, 월급을 갖다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평일 오전에 이러고 있을 수 있었을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로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도 학원에서 춤추는데 너무너무 즐거웠어. 덕분에!"
동작이 어려워서 좌절했다고 보낸 날도 있었지만, 그 바탕에는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늘 먼저였다.
이런 감정이 드는 날이 하루, 이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편을 보는 나의 시선에, 손 길에, 쓰는 언어에 변화가 생겼다. 나의 호기심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그거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는 남편처럼 나 또한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꾸려 들지 않고, 연애할 때처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긍정적이고, 소박하고, 성실한 남편 덕분에 해보고 싶은 춤을 마음껏 추고 누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학원에 다닌지 3주 정도 되었을 때 남편이 내게 말했다.
"자기야, 춤을 추더니 달라졌어! 덜 뾰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