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살자
어쩌면 난 그동안 대단히 착각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진지해야지, 잘 해내야지, 인정받아야지, 생각이 깊어야지, 철학서처럼 어려운 책 좀 읽어줘야지, 남들과 좀 달라야지! 뭐 그런 허세에 가득 찬 마음이었다. 솔직히.
음,
나에게 닥치는 상황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아(삶의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힘들었을 때, 그 괴로움을 털어내고자 몸부림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집에서 막춤을 췄다. 그때 내 마음에서 떠오른 메시지 하나로 생각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야!
심각하게 살지 마.
너 옆에 6살 꼬마 있지?
딱 그 아이처럼만 살아.
그럼 문제없어.
꽤 행복해질 거야.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으면 표현해!
호기심이 일면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고!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어!
괜찮아. 문제없어.
남? 그다지 눈치 보지 마.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어차피 인생 마음대로 안돼.
그러니까 너 할 수 있는 건
마음이 가는 대로 해.
내가 나에게, 이런 생각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행복과 불행은 한 몸이라더니,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왜 나만, 왜 나는! 이런 원망 어린 괴로움 끝에 발견한 행복의 작은 씨앗이었다.
그러고 나서 남편이 집 근처 춤 학원을 알려줬을 때 일말의 고민 없이 등록했다. 남편도 그랬다. 본인이 뭐 말해도 잘 미루더니 이건 다음날 바로 방문해서 웬일인가 싶었다고.
아이는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는다. 심플하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사랑을 표현할까, 말까? 재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웃고 싶으면 마음껏 웃고 울 때는 엉엉 운다.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마음이 건강해서인지 아이들은 뒤끝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은 표현해야 에너지가 밝아진다.
생각해 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학교에 가기 전이었다. 비교하지 않았고, 경쟁하지 않았고, 더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저 신나게 놀았다. 어른이 된 지금 그 시절의 어린 나를 불러낼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아이처럼 살자.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리는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계속해서 검열하기 때문에.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온전히 나만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그 시선의 스위치를 내려야 하는 순간도 있더라. 아이처럼.
춤을 배울 때 아이라면 실수해도 창피해하지 않을 텐데, 나는 여전히 심각하게 부끄럽다. 그럴 때면 '아이처럼 살자'를 생각하며 창피함을 뚫고 계속해서 학원에 나갔다. 어쩌면 한 달 동안 그게 다였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과정 안에서 행복함, 뿌듯함을 순간순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멋있어 보여서 좋았을 때도, 그림을 선물하고 카톡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 또한 딱 '아이 같은 마음'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성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사실 수년 동안 무수히 다양한 회원들을 만나 본 선생님 입장에서 '날 어떻게 생각할까?' 이제 한 달인데 '좀 오버하나? 나대나?' 싶은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었지만, 표현하고 싶은 내 마음에 손을 잡아주기로 했다. 아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또 나만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또 좀 어떤가!
성인이 되어 완전히 아이처럼 산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순간순간 어린 나를 불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안의 순수함을 발견하고 지켜내고 싶다. 춤을 출 때 내 안에서 솟았던 ‘아이처럼 살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