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즐겁게 하자
니체가 말했다. 춤추고 웃는 법을 배우라고. 내가 신을 믿게 된다면 그 신은 다만 춤출 줄 아는 신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지 않고 무겁지 않게 웃고 또 웃고 춤추고 또 춤추며 살라고 강조한다.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는데 더 익숙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보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요구하면서 이루기를 바랐고, 남과 비교하며 왜 너는 저 사람만큼 하지 못하느냐고 구박했다. 실수할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왜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 왜 이것밖에 소유하지 못했는지를 따지며 과거는 후회했고, 현재는 경직되었으며, 미래는 불안해했다.
몸을 움직이고 춤을 추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행동은 생각을 바꾼다. 써보지 않았던 근육, 처음 취해보는 동작, 음악에 맞춰보려는 몸의 움직임은 뇌의 시냅스를 결합하고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 나가는 듯했다. 춤을 추면 짜릿짜릿 머릿속에서 변화하고자 하는 활발한 반응이 느껴졌고 그 느낌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래, 나를 즐겁게 하며 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춤을 출 때 즐거운 것처럼 또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할까?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리스트 :
햇볕 쬐기
산책하기
조용한 새벽시간 글쓰기
커피 한잔
마음에 자극 주는 책 읽기
빗소리와 비 구경하기
그림일기 쓰기
사소한 거 계획하기
아이의 달달한 언어 수집하기
아이의 작업 감상하기
조용히 두둑해지는 내 통장
혼자 만의 데이트
멋진 그림 감상하기
잠자리 침대에 눕는 순간 (포근함 너무 좋아)
말랑말랑 아이와 포옹
좋아하는 음악 듣기
아이와 함께 춤 추기
플랭크 목표한 시간 채우고 끝내는 순간
꽃. 나무. 자연 그리기
재미있는 영화. 예능 보기
생활 유머, 웃을 거리 찾기
새로운 산책로 발견하기
아이와 웃음 코드 통할 때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리스트로 정리해보니 돈과 시간이 많이 들거나 힘들게 얻을 수 있는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가볍게 걷는 것, 춤을 춰보는 것, 햇볕을 쬐는 것, 아이와 함께 웃는 것,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는 것 등 내가 원하면 즉시 할 수 있는 작은 행위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야만 하는 의무에 매달려 하루 대부분을 소비한다. 물론 주어진 역할과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매사 진지하게 그런 일만 하며 살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우리의 영혼이 원치 않는다. 일 사이사이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들로 채운다면 삶의 균형을 이루고 조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의 행위는 쉽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연습이 필요했다. 지속된 연습만이 습관이 되어 삶에 온전히 스민다.
연습을 할 때만큼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마음 쓰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행위 자체가 나를 즐겁게 한다는 것. 그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렇게 다짐해도 습관이 되지 않아서 학원에서 춤을 출 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돌리며 나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살자.
나를 즐겁게 하고, 그 기쁨을 온전히 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