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사의 GQ 향상 프로젝트
나의 인생 원칙 중 하나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상담 및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탓에 좋은 상황에서 혹은 행복이 가득한 시기에는 나를 별로 찾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면 나에게 상담이나 교육을 받았던 생각 혹은 내용이 떠오른다는 지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나의 개인적 인생에서도 혹은 교육이나 코칭 중에서도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유하는 것이 주요 일과이다. 이렇다 보니 나를 찾는 사람 혹은 나의 강의를 반기는 사람들은 한쪽 구석에 아픔이 있거나 마음의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산 정상에 외롭게 혼자서 고민하는 느낌을 가지는 CEO, ‘을’의 위치에서 우리 제품을 홍보하고 설득하여야 하는 영업사원들,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행동해야 하는 CS 직무자들… 이와 같이 직업 상 감정노동이 심하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는 사람들이 나를 자주 찾게 되며 많은 힐링과 위로를 받고 각자에 맞는 솔루션을 가지고 가게 된다.
그런데 그중에는 흔히 생각하기 쉽지 않은 ‘해외파견자’와 그 가족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우리 가족을 표현할 때 ‘글로벌 패밀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나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모두 해외주재원 혹은 그 가족으로 오랜 기간 동안 해외 생활을 한 배경 탓에 다 같이 모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가족이 되었다.
가끔 개인적인 일로 동생들을 방문하게 되면 항상 나와 같은 전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주변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서 스트레스 가득한 아빠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지에 나와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그 부인, 그리고 두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어느 쪽 정체성이나 언어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 보여 걱정되는 자녀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더욱이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비교적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부인과 일주일에 한 번 제대로 볼까 말까 하는 딸에게 ‘엄마 따라 미국에 가면 아빠랑 한 달에 한 번씩 4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놀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흔쾌히 엄마를 따라나선 나의 딸도 해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낯선 미국 땅에서 영어도 능숙하지 못한 채 낯선 학교에 첫날 등교하여 아무도 낯선 외국인을 상대해주지 않아 점심시간에 혼자 나무 그늘에서 도시락을 까먹던 딸과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난 후 국제전화로 펑펑 울던 그 엄마를 보면서 ‘한국에 남아서 하는 고생은 고생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이와 같은 개인적인 가족사와 그때 만났던 많은 주변 사람들, 그리고 메일이나 메시지를 통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상의를 하는 해외 파견 고객들의 ‘무소식이 아닌 “유소식”’을 보면서 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전문가로서의 사명감 내지는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부디 이글이 해외에서 새로운 상황과 문화에 적응하는 이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으며, 이들의 어려움을 예방함과 동시에 그들의 적응과 성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