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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Dec 02. 2019

척 보면 안다고? 그럴 리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Photo by Muhammad Raufan Yusup on Unsplash



면접관 교육 시 가장 큰 적은 '저는 척 보면 압니다!'라는 편견과 자신감이다. 이와 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 면접관 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당연히 교육 내용에 집중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면접관 교육 도입 부에는 일부러 아주 쉬운 평가 사례와 실습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평가 오류(즉, 편견과 왜곡!)들이 발생하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한다.


그제야 '아...!'라는 탄식과 함께 그래도 교육을 받으려는 기본적인 태도와 자세가 생기기 마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척 보면 알 수 없다! 절대 그럴 수 없다!!'가 정답이다. 특히 선발을 위한 평가 상황이라는 것은 제한된 시간 내에, (지원자가 좋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로 제시하는 편향되고)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여, 일상적이지 않은 과도한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이다. 그래서 선발 평가, 그중에서도 면접 평가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1. 특정 경험을 일반화하지 말라! : 일반화와 귀인의 오류


보통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리더들은 오랜 기간 동안 현업에서 사람들을 다루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와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선발 평가에서 심한 '편견'과 '왜곡'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편견과 왜곡에는 출신학교에 관한 것도 있으며, 지역과 관련된 것도 있을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혈액형과 관련된 나름대로의 견해를 당당하게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편견이 맞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 없이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경험에 근거하여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맞는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해당 면접관이 경험한, (그와 같은 편견이 생기도록 한) 그 특정인과의 경험 속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났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과연 그것이 맞는 생각일까?


문제는 특정인과,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 특정 경험에서 나온 결론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특정인과 특정 상황에서의 특정 경험에서는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도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다. 즉, 특정 경험을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인과관계를 잘못 추론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학교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특정 혈액형이 어떤 직무와 맞다고 확신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결론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사례들을 (나름대로는) 종합해서 내리는 결론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편견을 가지는 순간, 본인이 예상하는 바대로 편향된 관찰과 평가가 일어나게 된다. 자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특정 학교 출신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하거나 혹은 홀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왜? 싫어하니까! 그리고 그 친구는 문제를 일으킬 것이 확실하니까(라고 예상하니까)! 혹은 특정 혈액형의 사람을 해당 직무에 배치시키고는 '저 친구는 일을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도움을 제공한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의 혈액형은 궁금해하지도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2. 편견은 편견에 해당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 자기총족적 예언 혹은 피그말리온 효과


즉, 실제로 해당 학교 출신이나 특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결과적으로 보이는 행동은 학교 특성이나 혹은 혈액형의 특성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편견에 따라 행동한 나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생긴 차별적 결과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 혹은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칭한다. 자신의 편견에 따라 상황에 대응하고, 그 결과 상대방이 자신의 편견에 맞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예는 이성에 자신감이 없는 솔로에게서 나타난다. 이성에 자신감이 없는 솔로의 경우에는 타인의 이성 소개 자체가 심리적 부담이며, 소개 자리에서 심리적 부담감과 긴장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이게 되며, 상대와 자리가 어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좋은 인상을 주고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성 소개의 결과를 보면서 '역시 나는 이성들에게 인기가 없구나!!ㅠㅠ'라는 자기 편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짓는다.


역으로 이성에 대하여 자신감이 있거나('나는 이성들에게 인기가 있어! 대체로 나를 좋아해!!'), 적어도 특별한 판단이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심리적 부담감이나 긴장감 없이 소개받은 대상자에게만 집중하고 그 자리를 충분히 즐기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개인의 선호'에 따라서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도 하고, 혹은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에는 좋은 말로 정리를 하고 잊어버린다('흠.. 내 스타일은 아니군!' 등). 굳이 자신의 평가에까지 이를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내적인 편견은 상황을 왜곡하고 편견에 기초하여 상대에게 반응하기 때문에 편견에 맞는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을 뚜렷하게 높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자신의 패턴임을 깨닫지 못하고 편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편견은 강화되고 더욱 진지한 신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3. (평가자) 오류만 제거해도 그나마 낫다. : 후광효과의 위험성


특히 제한된 정보와 시간 속에서 불완전 평가를 해야 하는 면접 상황 등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들의 부정적 효과가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 결과 또한 막대한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면접에서의 첫인상은 대체로 외모로 결정 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볼 수 있는 정보 자체가 제한되고 부족하니까! 그리고 이와 같은 외모 및 면접에서의 행동적 특성들을 가지고 결론 내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표현들은 바로 '저 친구는 느낌이 좋네!'나 혹은 '사람이 참 성실해 보이는구먼!' 등이다. '느낌'이라는 것은 '제한된 정보(거의 외모 및 제한된 상황에서의 행동) 속에서 받은 주관적 평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성실'이라는 역량의 정의 자체가 '장기간에 걸친 일관적이고 안정적 행동을 보임'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 하루 종일 면접을 봐도 행동 관찰 만으로 성실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즉, 알고 보면 외모를 중심으로 한 '면접이라는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에 대한 제한적인 관찰에 근거한 주관적이고 편향된 평가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같이 한두 가지 특징적인 영역에 대한 평가에 기반하여 다른 영역에 대한 평가까지 일반화하는 평가 오류를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한다. 면접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오류가 바로 이 후광효과이다. 물론 외모로만 그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S모 그룹의 경우에는 선발 과정에서 '봉사활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상적인 '봉사활동'을 한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주는 경우가 많다(실제 면접관 교육 중 사례에 대한 평가를 해 보면 그렇다!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지원자들의 스펙 중 가장 faking하기가 좋은 것이 봉사활동인 것을 아는가? 실적에 대한 증명도 엄격하지 않으며, 그 내용의 충실도(실제로 얼마만큼 성실하게 봉사활동을 수행했는지)도 애매하다. 또한 딱히 시험이나 자격증도 없다. 그래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이 대충 시간 때우기를 하다가 언론에 걸려 더 큰 욕을 먹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4.  아무리 조심스러워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아무리 신중하고 조심스러워도 지나침이 없는 활동이다. 특히 선발에서의 평가와 같이 제한된 상황과 시간적 제약이 분명한 상황에서의 평가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일상적인 업무 수준의 긴장감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콜을 받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면접관 교육'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회사였기에 '이 정도 회사면 아마 글로벌 면접 매뉴얼이 있을 텐데요..?'라는 질문에 한가득 차 있는 15cm가량은 되어 보이는 3공 바인더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모든 직무와 역량에 대한 면접 질문 및 평가 가이드가 가득했다. 본사에서 내려온 자료를 번역만 해놓고 막상 이를 활용해서 교육을 하자니 막막했던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가장 첫 장과 두 번째 장이었다. 가장 첫 장은 '면접실 환경 점검표'였다. 면접실의 조용한 정도에서부터 시작하여 쾌적함,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인지, 의자나 책상 등에 대한 점검 등 면접 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한 20여 개의 체크리스트가 있었다. 그다음 장은 더욱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은 '면접자 자기 점검표'였다. 오늘 면접할 직위에 대한 R&R과 역량 정의는 읽어보았는지, 해야 할 질문들과 평가 가이드는 준비하고 점검하였는지 등 면접을 위하여 면접관들이 고려해야 할 내용들이 20여 가지 체크리스트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심지어 '화장실을 다녀왔는지'와 '아직도 업무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있었다.


그 자료를 보는 순간 일류라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아직도 업무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었다. 면접 상황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업무 상황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며,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마음으로 임해서는 절대 안 되는 활동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같이 업무를 수행하던 '김과장'을 보는 눈으로 신입 지원자를 평가하게 되며, 그 안에서 왜곡과 잘못된 평가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끔 나의 전공을 아는 사람들이 '박사님은 척 보면 다 파악하고 아실 수 있죠?'라고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대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솔직히 일반인 보다야 행동적 평가가 일상화되고 그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추론과 평가가 업인데 왜 안 그렇겠는가?!


하지만 벌써 30년 가까이 사람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을 하고 나니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이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는 나의 소감을 이해하겠는가?! 정말 어렵다!! 일견 보았을 때 비슷해 보이는 사람도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다 각자의 색깔과 역동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임상과 기업 현장 등에서 그리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보았으나 "똑같은 특성"을 가진 두 사람을 절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항상 어렵다. 나와 같이 지나친 진지함과 신중함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 개인의 '고유성'과 나름대로의 '독특한 색깔'을 찾고자 하는 탐구정신과 혹시라도 잘못 평가하면 안 된다고 하는 조심스러운 태도가 바로 면접평가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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