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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13. 2019

블라인드 면접의 허점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Photo by Ante Hamersmit on Unsplash




합리적이고 공정한 채용을 위하여 항상 언급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블라인드 면접’이다. 즉, 지원자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고 면접에서의 행동 만으로 평가를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는 두 가지의 기능이 있는데, 1) 평가 과정에서 사전 정보로 인한 편견과 왜곡을 방지하고, 2) 보다 객관적인 견지에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블라인드 면접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 맞는가? 혹시 블라인드 면접으로 인하여 오히려 불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블라인드 면접이 가지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 대안은 무엇인가? 즉, 우리가 공정하고 편견 없는 채용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블라인드 면접에 대해서 한 번쯤은 제대로 리뷰해 볼 필요가 있다.



1. 블라인드는 정보의 손실이다?!


다음 질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답변해보라!

‘당신에게는 결혼 적령기의 딸이 있습니다.

어느 날 딸이 신랑감을 데려오겠다고 하였습니다.

딸이 데려온 신랑감이 내 딸의 배우자로 적절한지에 관하여 알아보기 위해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1.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최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평가한다.

2. 편견이나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학력/학교 등을 보지 않고 판단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변은 무엇인가? 아마도 99% 1번에 답할 것이다. 즉, 가능한 한 많은 정보가 있으면 보다 정확한 평가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맞다. 말 그대로 어떤 정보라도 탈탈 털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한 각각의 정보와 변인들은 나름대로의 정보가가 있으며, 향후 수행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고려해 본다면 채용에서 지원자에 대하여서도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판단과 평가를 하는 것이 도움되는 것도 당연하다. 단, 최소한의 차별적 이슈들은 제외하는 것은 인간의 평등과 기본권 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는 2019년 7월 개정된 ‘채용 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내용 중에 명시되어 있다. 그 내용으로는 ‘1. 구직자 본인의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2.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3.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이다. 이 조건들은 명백하게 지원자의 업무 수행 능력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것이며, 상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차별과 관련된 요소들이므로 제외하는 것이 맞다.  


정리하면, (필수적으로 수집이 금지된 항목들을 제외하고는) 지원자에 대해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역으로 일부 정보에 대해서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는 것은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치 않는 것이며, 이는 결국 평가 정보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왜 자꾸 블라인드를 하라고 하는 것일까?



2. 평가자의 왜곡과 편견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 질문에 대해서 대답해보라.

‘사람을 많이 대하다 보면….’

1. 남녀, 출신학교, 혹은 지역 등에 따라서 능력이나 특성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2. 남녀, 출신학교, 혹은 지역 등에 따라서 능력이나 특성상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리고 실제로 교육 중 조사를 해보면, 대체로 1번이 많다. 그런데 과연 당신이 생각하는 남녀, 출신학교, 혹은 지역 등에 따른 당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신할 수 있는가? 당신의 생각(즉,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선입견 등)에 대한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검증은 거쳤는가?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 등이 반드시 맞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편견이나 잘못된 선입견들이 평가 과정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남녀 간의 차이나 혹은 학교 차이로 인한 능력 상의 차이가 실제로는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면접을 보고 있는 ‘135번 김철수’ 지원자가 그와 관련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다른 문제이다. 예를 들어 대체로 A라는 학교 출신 지원자들이 B학교 출신 지원자들에 비하여 추진력과 실행력이라는 역량에서 우수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맞다고 치자. 그래서 A학교 출신들은 적극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반면에 B학교 출신들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면접을 보고 있는 B대학 출신의 ‘135번 김철수’ 지원자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135번 김철수 지원자라는 특정인이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면접관(평가자)들은 ‘135번 김철수 지원자? B대학 출신이네! 소극적이겠구먼!!’이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편견에 맞추어 이미 평가에 대한 결론을 내어 놓고 그에 맞추어 면접을 보거나 평가를 하는 경우 왜곡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35번 김철수’라는 특정 지원자가 추진력과 실행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가지는 편견대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지는 선발 및 면접 과정에서 (기존의 판단과 편견에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평가되고 검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가진 기존의 편견이나 선입견에 의해서 평가 대상자에 대해서 왜곡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라인드를 실시하는 것이다. 역으로 본다고 하면 면접관이나 평가자들이 기존의 편견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신뢰나 믿음이 있다면 굳이 ‘블라인드’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결국 제도적 장치로써 평가자들의 왜곡과 편견에 기초한 잘못된 평가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블라인드 면접이다.



3. 블라인드는 정말 공정한가?


그럼 면접 평가자의 편견과 왜곡을 방지하고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자 하는 블라인드 면접은 정말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한가? 그에 대한 대답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이다. 아무리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평가 과정 자체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 정교하게 구성되고 고안되지 않았다고 하면 아무런 소용없는 짓일 뿐이다. 오히려 평가 형식에 따른 또 다른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말빨’, 즉 언어적 표현능력이다.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경우 학교나 학점, 그리고 다양한 정보들을 가린 채로 지원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나 ‘면접 중의 행동’을 중심으로 하여 평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형식들은 나름대로의 문제점들이 있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글빨’, 즉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 보면 본인이 썼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면접의 경우에는 ‘말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어찌 되었건 면접관들과의 소통과 대화 속에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말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기 쉽다. 게다가 외모까지 뒷받침해준다면(소위 깔끔하고 단정하며, 성실해 보이는 인상 등) 더욱 좋은 평가를 받기 쉽다. 이런 류의 평가 오류를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한다. 좋은 인상이나 외모, 그리고 언어적 표현력 등으로 인하여 실제적인 수행 내용(즉, 기술 내용이나 발표 내용)이 더 좋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즉, 블라인드 면접 자체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 안에서도 외적인 요소들(말빨이나 표현력 등)에 독립적으로 내용(실제적인 수행 내용이나 성과)을 평가하고자 하는 평가 마인드 및 실제적인 평가능력이 필요하다. 이로 인한 이슈는 수줍음이 많거나 대인관계 긴장감을 많이 보이는 내향적인 지원자들이나 혹은 연구직이나 기술직 등을 면접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들은 대인관계 긴장감이 높기 때문에 낯선 면접 상황이나 심리적 압박이 큰 면접 장면에서 긴장감이 높고 유연한 반응이나 대처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일을 정말 못하는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실제적인 업무 성과란, 입사한 후, 신입사원 교육도 받고, 동료나 상사들과 충분히 관계 형성을 하고 난 후, 자신의 업무에 대해 다시 교육받고 연습과 실행을 거친 후,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블라인드가 기존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의한 평가를 방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가 평가 공정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블라인드 면접에서의 평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준비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4.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이를 위한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모든 평가 과정에서 내용 중심(즉, 실제적인 실행과 업적 중심)으로 정교하게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며, 둘째,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면접 과제를 고안하여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면접관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은 기본이다.


첫째, 내용 중심 평가 과정 개편은 자기소개서와 면접 모두에 해당하며, 추가적으로 심리검사를 적용할 수도 있다. 우선 자기소개서와 면접과제 중 단순한 말빨이나 언어적 표현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수행 내용들을 볼 수 있는 것들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형적인 필요 없는 평가 질문이 바로 ‘성장배경이나 과정’ 등과 같이 직무 관련성이 낮은 질문들과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등과 같이 ‘왜 이 질문을 하는지에 대한 목적’ 자체가 모호하며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 질문들이다. 이보다는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이나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3개 이내)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대교협 자기소개서 공통양식 1번 및 2번 질문) 등이 좋은 질문이다. 다만 이 중에서도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 부분이 내용 중심 평가 항목이며, ‘배우고 느낀 점’은 말빨이나 표현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경우 ‘본인이 썼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으며, 면접의 경우에는 어떤 면접관이 들어오고 어떤 면접 분위기였는지(즉, 편안한 분위기인지 긴장되고 강압적인 분위기인지, 혹은 면접관과 지원자의 상호작용 특성 등)에 따라 그 영향이 큰 등 나름대로의 제한점들이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심리검사이다. 보통 우리 회사에서 요구하는 필수적 역량들이 있는데, 심리검사는 이와 같은 ‘특성’을 평가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따라서 상황적 변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해당 역량(즉,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검증하는데 유용한 도구이다. 예를 들어, ‘성실성’이나 ‘팀워크’ 등은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역량 중 하나인데, 짧은 채용 기간 및 면접 시간 동안에 이를 정확하게 평가하거나 직접적으로 관찰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서 이를 보완하거나 혹은 심리검사 결과에 기초해서 면접을 진행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서 보다 효과적인 평가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둘째, 면접 방식의 정교화이다. 단적으로 제일 나쁜 방식은 지원자와 면접관 간에 다대일이나 다대다 형식의 자유면접 만으로 사람을 뽑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방식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며, 특히 지원자의 경력이나 특성에 대한 심층적인 탐색과 평가가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언어 중심의 대인관계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말빨’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분명한 목적(즉, 수행 내용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탐색하겠다는 면접관의 굳은 의지)이 있거나 다른 면접 방법들(즉, 모의 과제 수행 등 비언어적 측면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면접)이 병행되지 않은 채 다대다(혹은 다대일) 형식의 언어적 대화를 통한 면접만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만약 업무 자체가 언어적 표현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핵심인 직무(영업직 등)가 아니라면 자칫 언어적 표현력만 우수한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면접관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은 필수 중에 필수이다. 채용이나 선발이 기업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는 것에는 다들 동의한다. 하지만 선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한 평가 교육(즉, 면접관 교육)이나 실제적인 선발 과정의 개편 등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내부 라이선스 발급 혹은 리더십 필수 교육 등으로 면접관 교육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상시적으로 운영하여 면접관 Pool을 육성/유지/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공채에서 수시로 채용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모든 리더들의 면접 평가 역량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원래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일 년 내내 업무 상 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이를 종합하여 연말에 고과 평가를 하는 것은 당연히 길고 어려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혀 정보가 없었던 사람에 대해서, 본인이 제시한 정보만을 중심으로, 좋게 보이고자 하는 굳은 의지와 노력을 하는 사람에 대한 선발 평가는 더욱더 어려울 것임에 틀림없다.


많은 경영자들이, 그리고 HR에서는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좋은 인재 선발’은 구호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진지한 고민과 끊임없는 노력과 실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이 너무 고단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좋은 인재를 선발하여 좋은 성과를 만들고 회사와 개인 모두가 발전하였을 때를 생각해 본다면 이 정도 노력도 안 해서 되겠는가?! 게다가 잘못된 인재를 뽑아서 회사의 효율성과 응집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상상해보라! 그 손해나 파생되는 문제를 돈으로나 따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정확히 계산해 본 것은 아니지만^^) HR에서 하는 업무 중 가장 ROI가 높은 것이 바로 채용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다음 글 예고.


- 공채는 죄가 없다

- 블라인드 면접의 허점

- 식사면접의 가치

- 지원자를 고객으로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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