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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18. 2019

식사 면접의 가치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Photo by Antenna on Unsplash



최근 채용 및 면접 동향 중 하나를 꼽으라면 ‘특이한 면접’을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방식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하여 새로운 평가 방법들을 계속해서 도입하여 적용하고자 한다. 전통적으로는 Food Industry에서는 요리 면접을 본다던가, 모 은행의 경우에는 면접 과정으로 운동경기를 하는 경우들도 있다. 최근에는 AI 면접이 크게 각광을 받고 있어 사람을 기계가 평가하는 시대가 도래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과연 이와 같은 면접들은 효과가 있는 것일까? 특히 채용의 경우 선발 평가의 효과를 검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왜냐하면 엄격한 통제 조건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선발 과정에서 점수가 높은 친구와 낮은 친구를 동일한 조건(입사 후 업무 수행)에 놓고 비교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인 논리로 그 타당성을 구성하는 것 밖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1. 식사면접? 그런 걸 해?


우리 고객사 중 몇 군데는 식사면접을 실시한다. 면접관 교육 중 이 이야기를 하면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며, ‘대체 그걸로 무엇을 평가할 수 있는데?’라고 반문하는 경우들도 있다.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식사면접(면접관과 지원자가 같이 밥을 먹는 상황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 일단 ‘식사’라는 것이 가지는 상황적인 조건들과 그 조건들을 채용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 우선 ‘식사’라는 상황 자체는 엄격하게 보자면 ‘비업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반-업무적’이다. 왜냐하면 이는 대인관계나 팀워크의 중요한 요소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딱히 명문화된 규정은 없으나 공식적인 업무 활동 외의 비공식적인 관계나 팀이나 조직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 문화와 관련된 요소들이기도 한다.


특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은 업무적 차원도 중요하지만, 관계적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스타트-업이나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 단위들(예를 들어 병의원, 전문직 사무실(변호사, 세무사, 법무사 등), 중소기업 등)에서도 이와 같은 측면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큰 조직의 경우에는 소위 ‘묻어가기’(한두 사람의 성격이 특이하거나 적응 상의 문제를 겪는다고 해도 조직 전체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음)가 가능하지만, 작은 조직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업무적 차원에서의 갈등이나 대립은 명쾌한 정답이 있거나 혹은 이를 정리 정돈하는 역할을 부여받는 사람(예를 들어 리더)이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더불어 모여서 일하는 곳에서는 애매모호한 것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팀 내 갈등이나 문제들의 경우에도 업무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딱히 아니라고 보기도 어려운 ‘반-업무적’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들도 매우 흔하다. 즉, 우리가 하는 업무 중에 상당 부분은 ‘식사’와 같이 반-업무적인 요소들이 상당하다. 그리고 식사면접은 이와 같은 ‘반-업무적’ 상황에서의 행동을 예측하고 평가하는데 유용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2. 그냥 식사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와 같은 관점에 대해서 반대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수 있다. 우선은 ‘식사’라는 비업무적 상황을 도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다. 엄격히 말하면 ‘식사’라는 것은 개인적 영역이며, 업무와의 연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에서 어떤 역량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의되거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보면, 엄격히 말하면 ‘운동 면접’도 비업무적 상황이며, ‘요리 면접’이나 ‘파티 면접’ 또한 업무와 직접적으로 상관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그 방법이 식사가 되었건, 파티나 요리가 되었건, 그 안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가 중요한 것이다.


즉, 식사면접에도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며,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평가 방법이나 그에 관한 세부 기준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들이 갖추어져야만 식사면접이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아주 주관적인 평가를 덧붙이는 소용없는 요식 행위일 뿐이다.


구조화된 면접이나 과제 중심의 면접(PT 면접이나 집단 토론 등)은 뚜렷하게 목적적이고 업무 중심적인 상황에서의 행동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 주제 선정이나 질문을 준비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행동들을 볼 것이며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등이 사전에 정의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식사면접에서도 이와 같은 절차는 필수적이다.



3.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정리하면, 어떤 면접을 하던지 간에 형식의 문제는 아니다. 그 안에서 어떤 목적과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역량을 볼지에 대하여 정의하고 개념화하는 문제인 것이다. 면접 과제 개발을 하는 중에 대기실에서의 행동에 대한 평가항목과 평가가이드를 만들어주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특이한 방법이나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그 안에서 “선발 평가”라는 목적에 부합되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로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식사면접이나 파티면접 등에서는 ‘일반적 상황(실제로는 반-업무적)에서의 지원자의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패턴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중 상당 부분들은 이와 같은 비-업무적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측이나 평가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를 좀 더 명확하게 역량으로 정의한다면, ‘일반적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혹은 ‘전반적 대인관계’ 등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질문 리스트도 준비되어야 한다. ‘학창 시절 중 가장 크게 이루었던 성취’ 등은 개별면접에서 논의될 것이므로 식사면접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좋다. 대신에 ‘학창 시절 전반적인 대인관계나 (프로젝트나 과제 수행 시) 선후배 관계, 혹은 교수님들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왜냐하면 좀 더 식사면접이라는 상황과 어울리는 반-과제중심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평가 가이드 또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체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보다도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정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4. 결국은 평가(자)의 문제이다.


결국에는 어떤 형식으로 면접이나 평가를 진행하건 평가자가 ‘어떤 역량을 평가’할지 및 ‘해당 역량의 구체적인 행동지표(평가지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다면 어떤 상황이든 평가가 가능하다. 그 자리가 정교하게 구성된 면접 상황이거나 혹은 사적인 자리의 느낌이 드는 자리여도 상관없다. 평가자가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목표 행동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원칙이 있다면 충분히 좋은 평가 정보가 될 수 있다.


면접관 교육 중 ‘면접이란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유사하다는 표현을 할 때가 있다. 코끼리를 직접 보지 않고 손으로만 만지는 사람들은 각각 자신이 만진 영역을 중심으로 코끼리를 기술한다. 코를 만진 사람과 다리를 만진 사람, 그리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각기 다른 결론을 내린다. 이런 개별 정보들이 정교하게 통합되어야 코끼리 전체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원자의 행동은 주어진 면접 형식 내에서의 행동으로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이며, 내가 직접 관찰하거나 제시되지 않은 상황까지 일반화하는 경우에는 오류의 위험성이 있다. 집단 토론 형식의 경우에는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경쟁적으로 발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에 다대일 형식의 개별 면접은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은 속에서 자신 만의 페이스에 따라서 발언’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선발 결정은 개별 면접에서의 행동과 집단 토론 형식의 면접에서의 행동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식사면접’이나 ‘파티면접’, 혹은 대기실에서의 행동이나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후의 행동 등 반-업무적 요소들도 같이 고려된다면 보다 정교하고 통합된 지원자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제한된 짧은 시간 내에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숙박면접이나 1일 과정의 채용캠프 등은 이와 같은 시간적 제한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 비용이나 투여되는 노력도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가능한 한 종합적이고 통합된 지원자의 정보를 파악하여 평가하고자 하는 노력은 항상 중요하다. 후일 잘못된 선택을 해서 치루어야 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올바르고 공정한 선발을 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항상 가장 효율적이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다음 글 예고.


- 공채는 죄가 없다

- 블라인드 면접의 허점

- 식사면접의 가치

- 지원자를 고객으로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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