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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12. 2019

공채는 죄가 없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Photo by Tim Gouw on Unsplash



최근 그동안 우리나라의 채용을 주도해왔던 공채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가끔은 ‘공채가 무엇이 문제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가 전문가이며, 선발이나 채용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해왔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규모) 공채가 가지는 이점들도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채가 가지는 특징과 그에 따른 장점, 그리고 관련된 개선점이나 단점들을 제대로 리뷰함으로써, 대규모 공채가 단순히 관행에 따라 진행되는 채용 절차가 아니라 그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럼 공채가 가지는 장점과 개선점은 무엇일까?



1. 많은 사람 중에 선발하는 것이 낫다. (큰 물에서 큰 고기가 잡힌다.)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몇 가지 이득이 있다. 첫째는 사람에 대한 폭넓은 관점이 생긴다. 둘째는 선택의 폭 자체가 넓어진다. 셋째는 제한된 사람들 만을 만날 때에 비해서 좋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연애 경험 자체가 적은 사람은 자신이 만나본 사람들 내에서 제한된 선택을 하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대규모 공채가 가지는 장점이 딱 그렇다. 대규모 공채가 가지는 여러 가지 폐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다양한 사람의 Pool 전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와 관련해서는 공채만 한 것이 없다. 


첫 번째, 대규모 공채 과정은 일단 지원자 수 자체가 매우 많다. 따라서 다양한 지원자 군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지원자 군을 보면서 최근의 지원자들의 동향이나 수준, 그리고 그들의 특징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학습을 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지원자들(혹은 그 또래들에 대한) 폭넓은 관점이 생긴다. 


두 번째, 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좋은 인재를 고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단 인재 Pool 자체가 많아야 그중에는 좋은 인재도 많이 섞여 있게 되는 것이다. 단, 그들이 뽑아준다고 해서 모두 우리 회사에 입사할지의 문제는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아마도 우리 회사 말고도 여러 회사를 지원했을 것임은 분명하니까! 또한 우수인재를 골라낼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일단 (우리 회사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많은 사람을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중에서 좋은 인재를 고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 번째, 한꺼번에 모아 놓고 평가를 하는 경우 정확한 비교가 쉽고 용이하다. 수시 채용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자체가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사내에 전문 리크루터(즉, 채용 및 면접에 대한 전문가로서 상황이나 조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관적인 평가가 가능한다는 전제가 가능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평가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수시채용의 경우에는 면접이나 평가 자체가 다른 업무를 수행하던 가운데 이루어지는 업무 중 일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면접관이나 평가자의 심리적 상태나 기준 자체를 일관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렵게 된다. 대규모 공채의 경우에는 하루, 혹은 며칠 동안을 집중해서 평가를 하게 된다. 이처럼 한꺼번에 모아놓고 집중적으로 비교하여 평가하는 것이 그나마 평가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2. 효율성이 높다. 


공채가 가지는 장점 중 하나는 운영 효율성이 높다는 점이다. 채용을 진행하는 인사팀 입장에서 보면 공채 기간에 집중적으로 준비하여 처리하는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물론 그 기간 동안에 야근을 감수해야 하거나 혹은 심지어는 밤샘을 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만큼 채용과 관련된 업무를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는 하다. 보통 채용 업무만을 담당하는 독립적인 부서가 따로 존재하여 일 년 내내 채용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경력직 선발로 인하여 바쁘다고 하면 시기적으로 공채를 통해서 채용 수요를 집중해서 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는 평가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채의 경우에는 다양한 평가 방법을 적용하기가 좋다. 수시 채용의 경우에는 적용할 수 있는 평가 방법들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대일 혹은 다대일 면접이나 혹은 프레젠테이션 면접 등 제한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대규모 공채의 경우에는 집단 구성이 쉽기 때문에 그룹 면접을 통해서 실제적인 대인관계 역동을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최근 많이 도입되고 있는 Simulation Exercise 형식의 면접(모의 업무 상황을 가정하여 그 안에서의 실제적인 유사 업무 활동을 관찰하는 방법)을 적용하기도 용이하다. 물론 수시채용에서도 이와 같은 SE 형식의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기도 하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공채에서는 이를 그룹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는 평가자의 집중력과 객관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평가라는 것은 일반적인 업무를 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바쁘고 정신없는 업무 중에 예정된 면접 시간이 되어 면접관으로 참여하여 면접을 보는 것과 며칠 동안을 집중적으로 면접을 보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일관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겠는가? 아마도 공채 면접관으로 선발되어, 본격적인 면접 전에 하루 정도의 면접관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고, 관련된 실습들을 충분히 수행한 후, 다른 업무에 신경 쓰거나 잡무로 주의가 분산될 필요가 없이, 선발과 관련된 평가나 면접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3. 그래도 고쳐야 할 점들


나름대로 공채의 장점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에서 대규모 채용을 지양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그만한 문제점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수 지원자로 인한 Screening의 타당성 문제이다. 일단 서류전형에서만 80~90%의 지원자들이 탈락되게 되는데 과연 그 과정에서 타당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기초하여 선별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수시채용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는 평가 방법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들을 고안해 내야 하는 문제일 뿐이다. 


두 번째는 평가의 객관성과 타당성 문제이다. 대규모 공채가 비난받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스펙 중심의 평가에 치우친다는 점이다. 결국 이와 같은 ‘스펙이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 척도로 의미가 있는가?’의 이슈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비교적 단순하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이다. 스펙 중심의 채용은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스펙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스펙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가? 즉, 소위 스펙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를 전혀 배제하는 것 또한 객관적인 평가라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말하는 5대 스펙이나 8대 스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펙과 병행하여 ‘지원자가 우리에게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 해답인 것이다. 공채를 없앤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는 평가자(특히 면접관)의 평가 능력과 관련된 문제이다. 아무리 공채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들, 혹은 수시채용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제시한들, 문제는 평가자가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문제이다. 주로 평가자로 참가하는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혹은 부서의 책임자들이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기준과 요구가 있으며, 그에 기초해서 사람을 평가한다. 그런데 공채이건 수시채용이건 선발 평가는 상당히 다른 관점과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훨씬 더 엄격한 평가 기준과 더불어 단시간 내에, 그리고 좋게 보이고자 자신을 숨기고 가장하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여 많은 것을 평가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 또한 공채만의 문제는 아니며, 수시채용에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점인 것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공채를 예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채가 가지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으며, 더불어 단점도 있고, 그 단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더 좋은 인재를 뽑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고자 함이다. 공채를 선택할 것인가, 수시채용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보통 경영자나 혹은 인사담당 임원의 의사결정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선호나 편견에 기초해서 어떤 방식을 사용할지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도 문제이다. 


각 방법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비교에 근거하여 최종 선발 방식이 고안되고 구성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채와 수시채용을 동시로 운영하되, 월 1회 혹은 분기 1회 정도 공채 형식을 빌어 집중적 평가 기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채를 선택할 것인 것, 혹은 수시채용을 선택할 것인지가 아니라 그 각각의 특징과 제한점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보완하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면 확실하게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것이 맞느냐고?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다음 글 예고. 


- 블라인드 면접의 헛점

- 식사면접의 가치

- 지원자를 고객으로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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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interview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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