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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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채용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차별적 요소와 관련된 자료(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혼인 여부/재산, 가족 사항 등)의 수집을 금지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기초적인 차별적 요소들은 배제되어야 마땅하며, 채용의 공정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이슈이다.
그런데 실제 문제는 훨씬 더 채용절차 등 다양한 단계에서 일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면접 과정으로서, 온라인 상 면접 후기들을 보면 면접 과정 중에 이상한 질문을 받거나 혹은 면접관의 태도로 인해서 불쾌감을 경험했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면접관의 갑질 유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배포되기도 한다. 채용과정 상에서의 이런 문제들은 필연적으로 회사나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느 누구라도 평가받는 상황은 긴장되고 불편한 자리이다. 시험이라는 것은 언제 보아도 항상 긴장되고 불편하다. 또한 상사와 부하는 일 년 중 고과평가 시기나 평가 결과를 논의하는 면담 시에 가장 갈등이 고조된다. 게다가 '당신의 딸을 사랑합니다! 평생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라고 장인어른이 될 분에게 딸의 배우자로써 평가받는 자리는 오금이 저리고 심장이 쫄깃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선발 평가과정이나 특히 면접 등에서는 더욱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와 같으 불편함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게 된다.
첫째,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다. 즉 채용 과정에서 합격된 사람에 비해서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어찌 되었건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불편한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회사나 혹은 회사의 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은행 채용이 끝나면 은행 창구에 계좌를 해지하려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일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그리도 일처리에 대해서 짜증 내는 고객들이 그리 많았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주요 통신사인 S모사와 K모사 사이에는 채용시즌이 끝나고 나면 왕성한 번호이동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도 있었다.
둘째, 불편한 감정은 시비를 만드는 기능이 있다. 불편한 감정을 가진 경우에는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시비를 따지는 행동으로 발현되기 쉽다. 특히 면접 과정 중의 면접관들의 행동이나 말투에 지원자들은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업무 중 사용했던 말투나 행동들이 사회초년생인 지원자들이나 혹은 평가 상황이라는 이유로 예민해져 있는 구직자들에게는 시빗거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면접관 본인들은 기억도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셋째, 불편함을 감수하지만은 않는다. 최근에는 SNS가 발달하면서 온라인 상의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불편함이나 시빗거리에 대해서 혼자 감수하거나 참지 않고 이를 온라인 상에서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온라인 상의 정보들은 당연히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우수인재들이 지원할 기회나 가능성 자체를 감소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들이 채용과정에서는 우리 회사에 지원한 지원자이지만 면접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정말 우리의 고객들인 것은 분명하다. 앞서 예시한 은행권이나 통신사 등과 같은 B2C 비즈니스에서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나, B2B 기업들에서도 이는 맞는 얘기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면접장 밖을 나가는 순간 우리의 고객이다. B2C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더욱 맞는 얘기이다. 한국전력과 같은 특수한 업종이 아니라면, 고객들은 어떤 브랜드를 쓸 것인지에 대하여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채용 과정에서의 경험과 감정은 제품 선택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B2B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회사의 지원자들은 유사업종이나 관련 업계에 지원을 하였을 것이며, 우리 회사에서 탈락하는 순간 다른 경쟁사나 혹은 관련 업계에 다니게 될 확률이 높다. 면접에서의 작은 경험으로 사생결단을 하지는 않겠지만 어찌 되었건 우리와 연관되는 고객으로 남는 것은 사실이다.
둘째, 그들은 입소문 전파자이다. 최근 기업에서는 Risk Management가 경영 상의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오너리스크 라던가 온라인에서의 사건사고가 전파되는 순간 직접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군대와 채용의 문제는 아주 예민한 사건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눈여겨보는 관심 영역이기도 하며,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 전파력이 매우 크다. 우리 국무총리께서 일본 대학생들과의 토론장에서 우리나라는 "공정"에 매우 관심이 많고 중시하는 나라라고 표현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채용이나 선발과 관련된 '공정' 문제는 더욱 큰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셋째, 채용 과정만한 마케팅이 없다. 과연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우리 회사 홈페이지를 쥐 잡듯이 뒤지면서 사업영역이나 비전과 기업가치를 달달 외우겠는가? 면접 전날 지원 회사의 홈페이지 내용을 철저하게 리뷰하고 외우는 것이 관행인 것을 그만한 홍보와 마케팅 방법이 없다! 그래서 면접관 교육을 할 때에도 지원자들 입장에서 회사 홈페이지를 보라는 주문을 꼭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회사이든지 기본 고객들과 더불어 채용 시즌이 된다면 좀 더 신경을 써서 홈페이지 관리와 단장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회사의 주요 고객이 회사를 방문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회사 현관에 나가서 박수로 맞이할 것이며, 방문 중 불편함이 없도록 사소한 것에도 신경 쓸 것이다. 그리고 방문 동안 긍정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스케줄링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고객이 만족을 하고 좋은 경험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분명 비즈니스에 도움될 것이다.
지원자들이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며, 합격이나 탈락 통보를 받는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A라는 회사에 관심이 있다면, 온라인에서 회사에 대한 정보를 탐색할 것이며, 특히 지원자들의 경험이나 합격자들의 합격비법 등에 대해서도 검색할 것이다. 이 과정이 일차적 단계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부정적 평가 일색이거나 면접 보고 실망했다는 글들이 넘쳐난다면 (실제 지원을 하거나 면접을 본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마음속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릴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만 해도 간접 경험이고 정보 수준의 판단일 뿐이다. 실제 판단과 결정은 직접 경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즉, 채용 과정을 경험하면서, 특히 면접관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체험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면접이라는 것이 단순히 면접관들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일방적 과정이 아니라 '내가 만약 입사하게 된다면, 이런 분들과 일하게 되겠구나!'라는 쌍방향 평가의 과정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 그래서 면접관 교육의 핵심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는 기본이며, 지원자들과의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와 교류 방법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통보이다. 많은 기업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가 지원자를 뽑아준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보기에 우수한 지원자들의 경우에는 '우리 회사 말고도 여러 회사에 합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진실은 "(여러 회사에 중복 합격한) 우수 지원자가 우리 회사를 골라서 선택해주는 것"에 더 가깝다. 즉, 합격을 통보하는 방법 및 불합격자에 대한 배려도 중요한 관리 포인트임을 기억해야만 한다. L모 사의 경우 탈락자에게 기본적인 위로 문구와 함께 불합격을 통보하며, 평가와 관련된 피드백을 제공하고 개선점을 제안해주는 통보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심리학' 영역을 기술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HR 업무 중 가장 ROI가 높은 업무라는 점이다. 나의 업 특성상 잘못 뽑은 인재로 인하여 팀 구성원들과 팀 전체, 그리고 나아가서는 조직 전체가 어려움과 곤란을 겪는 경우들이 매우 흔하게 본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뽑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라는 생각을 피해 갈 수가 없다.
강의 중 자주 드는 예로, '아무리 유능하고 훌륭한 축구선수라고 해도 장염에 걸려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지금 당장) 축구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얘기를 강조한다. 정답은 '치료하고 낫고 와라!'이다. 이후 재평가 시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그때는 선발을 해도 된다. 또 한 가지는 '축구 천재라고 해서 야구도 무조건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사람들은 다 자신의 달란트라는 것이 있는 것이며, 그에 맞는 업무와 회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좋은 인재는 없다. "Right to Our Organization and Job", 즉 우리 회사에 직무에 최적화된 인재를 뽑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이렇게 당연하고 뻔한 것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이유는, 너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기본원칙에 충실한 것은 항상 중요하다. 채용에서의 기본 원칙은 축구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즉, 충분한 사전 정보(경기 동영상 등)를 수집하고, 기본적인 체력검사와 평가를 한 후, 평가전을 통해서 표준화된 상황에서의 기량을 재측정하며, 동료들과의 교류나 상호작용을 관찰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직무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들을 최대한 수집하고, 조직이라는 집단생활을 할 수 있을 기본적인 심리적 및 신체적인 조건들을 확인한 후, 표준화된 업무 상황이나 면접을 통해서 세부 자질에 대하여 평가한 후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며 고객(즉, 지원자)들도 우리와 함께 일할지 말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 그래서 지원자를 고객이라는 관점으로 채용과 선발을 기획하고 구성한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 내지는 예방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고객사 중 한 곳은 회의나 행사 시 상호 간에 서 정중하게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서 인사하는 관습이 있다. 이 때문에 면접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지원자들에게 면접관들이 정중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며 시작을 한다. 그 회사의 면접 후기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이런 후기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라.
OO주식회사 면접 후기입니다.
면접은 약 30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면접관은 네 분 정도셨습니다. 팀장급 정도로 생각되는 실무진 분들이셨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앞에 계신 면접관님들이 함께 일어나셔서 같이 인사해주셨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 좀 당황스러웠지만 원래 사내에서 회의를 할 때에도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이게 상당히 좋은 문화인 것 같습니다. ‘지원자를 많이 배려해주는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략)
처음엔 좀 딱딱한 분위기였지만, 면접관님들이 잘 웃어주시고, 고개도 끄덕여주신 덕에 긴장도 많이 풀렸습니다. 마지막에는 다들 훌륭한 인재라며 오늘 고생 많이 했다고 하는데 괜히 진심 같은 느낌이 들고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울컥했습니다.
면접을 보고 나서 회사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비록 저는 떨어졌지만 OO주식회사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지원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