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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Dec 22. 2019

부모님을 뵈면, 짠해요ㅠ

심리만만 24화.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

Photo by Glodi Miessi on Unsplash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즉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거나 부르는 순간은 항상 마음이 짠해지고 먹먹해지기 일쑤이다. 왜 그럴까?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현상들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과연 부모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이며, 왜 이렇게 짠~한 마음이 들까?



1. (복합적인) 감정적 연결


유아기 및 아동기 때 부모라는 존재는 자녀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돌봄은 필수이며,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100%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 존재라는 것은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적 교류와 연결도 강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성인들 사이에서도 누군가에게 강하게 의존을 할 경우에는 그 사람의 심리적 상태나 감정적 반응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성인의 경우에는 이를 관리하거나 조절할만한 인지적 능력이나 다양한 대처방법 또한 보유하고 있다. 혹시라도 그 안에서 감정적인 상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학습되어 있는 적절한 감정관리방법을 통해서 이를 발산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에 대한 의존수준 자체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적 반응이나 상처도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감정적 이슈들에 대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숙하고 합리적인 감정관리방법을 학습하지 못한 단계이다. 만약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교류의 내용이 긍정적이고 우호적이라면(즉, 즐거움이나 행복)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고 세상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안전감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교류와 내용이 부정적인 경우에는 큰 심리적 상처나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는 이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대체로 5세 이전의 기억은 기억하지 못하며, 그 세부적인 과정이나 내용조차 정확하게 떠올리기 어렵다. 다만 모호한 정서적 잔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모와 연계된 감정적 연계는 무의식 속에 남아 이후 부모와의 관계나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어찌 되었건 긍정적이건 혹은 부정적이건 부모와 자녀라는 존재는 서로 감정적으로 깊이 얽힐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2. 이해와 공감


물론 이와 같은 감정적 연결의 의미나 기능에 대해서 자세히 알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딱히 이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나 자극하는 조건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부모는 자기 입장에서의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며, 자식들은 또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를 자극하거나 되살리는 주요 계기는 '나이를 먹어감'이다. 즉,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부모의 입장이나 혹은 그 나이대가 되어야 '나의 부모님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수많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내가 부모가 되어 부모로서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 '아.. 나의 부모님도 이렇게 힘들었으려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은 가족을 부양하거나 감당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서 쏘주 한잔 놓고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문득 '부모님은 그 많은 형제들은 키우면서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를 떠올리게 된다. 또한 굳이 결혼이나 자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성인으로서의 삶이나 세상살이를 하면서 문득 '그분들'을 되뇌기도 하게 되는 것이다. 


즉, 세상 누구도 같은 입장이 되어 보지 않으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역으로 상대방과 같은 입장이 되는 순간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이루어지기 쉽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부모(본인은 어렸기 때문에 아마도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부모의 모습)의 연령이나 유사한 상황이 되면 그분들 생각이 자주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 뚜껑을 열어보면 기쁘고 즐거운 기억도 있는 반면에 나와 내 형제자매들은 키우면서 그분들이 겪었을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심리적인 부담감 등이 더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이 바로 "짠~하다~"라고 표현하는 감정인 것이다. 이때부터 진지하게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제대로 시작되는 것이다. 



3.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처럼 부모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지는 소위 "짠~"한 마음이 들게 되면 그와 관련된 다양한 후속 감정들이 발생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그 감정이 부정적일 수도 있다. 심한 우울증 환자가 치료가 진행되면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심리적 상처나 고통스러웠던 사건을 떠올리기도 한다. 즉, 부모의 입장이 이해는 되고 공감은 되나, 그 내용이 아픈 기억이거나 혹은 그 당시의 심리적 고통이 같이 떠오르게 되는 경우인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에 한 기억이나 감정이 딱히 좋은 감정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단순히 '짠~'한 것을 넘어서서 분노나 억울함 등을 같이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부모에 대한 기억들은 아쉬움이나 후회가 가득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충분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다르게 대응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고 경험해 보니 그분들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기도 하며, 그에 대해서 철없이(?) 반응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도 섞이게 된다. 이렇듯 사람이라는 존재는 원래 후회의 싹을 품고 산다. 그런데 부모라는 존재는 단순한 후회를 넘어서서 개별 사건에 얽힌 감정적 반응들도 동반하게 된다. 그래서 '짠~'한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쉬움이나 후회는 이를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더욱 커진다. 이전의 기억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부모와 나누기에는 이미 시간이 흘러버렸거나 혹은 부모는 기억을 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혹은 이미 그 얘기를 나누고 싶은 부모님이 이미 세상을 떠나시기라도 했다고 하면 그 아쉬움과 후회는 더욱더 커진다. 그래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산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인사를 드리는 순간 그렇게도 마음이 울컥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살아계실 때 잘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4. 지금 바로 전화하라


그런데 이런 후회와 아쉬움을 마음에 품고 '짠~'한 감정을 가지는 것과 별개로 실제로 개선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아쉬움이 곧바로 적극적인 '효도(?!)' 행동으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수십 년 동안 불공평하고 일방적인 돌봄 관계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혹은 새로운 방식의 '효도'를 하고자 해도 부모의 입장에서 거부하거나 수용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느꼈던 아쉬운 마음과 후회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고자 관광울 보내드리거나 맛있는 저녁이라도 살라치면 '이거 얼마야?', '뭐하러 쓸데없이 돈을 써!', 혹은 '나는 괜찮으니까, 너희들이나 맛난 거 먹어!'라는 방식으로 호의를 거절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관계 패턴이라는 것은 그리도 쉽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좀 철이 들었다고 해서, 내가 깨닫고 느낀 점을 보상(?)하기 위한 나의 접근을 무조건 수용해주기를 바라는 것 또한 또 다른 유형의 불효(?!)일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그분들의 방식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감사해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래야 그분들의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들이 그런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일 가능성이 높다. 내 의도와는 다르지만 그분들의 입장이나 마음을 고려하여, 그분들이 원하시는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고 맞추어 드리는 것이 더 적절한 솔루션일 수 있다. 지금 당장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 없는 해결책일 수 있을 것이다. 




'엄마, 엄마는 대체 세명을 어찌 혼자 다 키우셨대요? 얼마나 힘드셨어? ㅠㅠ 생각해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아버지, 제가 나이 먹고 보니까 정말 아버지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회사생활을 30년을 채우셨어요?! 대단하세요! 그때는 그걸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이제는 좀 쉬엄쉬엄하세요!' 정도의 전화나 메시지만 받는다면 그분들은 어떠할 것 같은가? 아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뿌듯하며, 자신들의 삶을 충분히 잘 살았다고 회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드셨어도 부모는 부모이고, 자식은 자식이다. 그분들의 은혜나 받은 것을 똑같이 되돌리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단지 그에 대한 감사나 인정을 표현해드리는 것만 해도 충분히 그분들은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를 더 자주 표현한다면 더 자주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자식들이 표현해준 인정이나 감사에 대해서도 그분들이 현재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보상을 어떻게든 지녀에게 돌려주려고 할 것이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표현을 하고 나면, 더 '짠~'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ㅠㅠ^^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다음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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