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심리톡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Jan 15. 2020

송년회, 꼭 해야 하나?

심리만만 28화. 송년회, 마음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Photo by Pablo Heimplatz on Unsplash



연말연시가 되면 빠질 수 없는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송년회 및 신년회이다. 특히 송년회의 경우에는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긍정적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감정이 상하는 일도 많으며 과도한 음주 등으로 인해서 몸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과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송년회는 꼭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이런 송년회가 마음건강에 과연 유익한 것은 맞는가?



1. 송년회의 가치


송년회가 가지는 원래의 의미는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송년회 속에는 지나간 한 해에 대한 정리와 마무리의 의미가 있으며, 다가올 새해에 대한 계획이 들어있다. 그리고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나누어야 하는 모임-특징적인 정리와 계획이 있을 것이며(예를 들어, '회사 송년회'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정리와 마무리, 그리고 '학교 친구들 송년회'에서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나이 먹어감에 따른 변화 적응과 감정 정리 등), 이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바로 송년회이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일 년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항상 좋다! 한 해 동안 내가 이룬 성취와 잘한 점들을 3가지 정도로 요약해서 정리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동시에 건강한 자기존중감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된다. 게다가 송년회 같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의 격려와 인정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이다!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하며 즐거운 마음이겠는가?!


또한 다가오는 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 두세 가지를 세운다면 더욱 좋다! 목표라는 것은 나의 심리적 에너지를 모으고 그 방향을 결정해주기 때문에 항상 도움된다. 한정된 나의 심리적 에너지를 우왕좌왕하거나 방향 없는 시행착오를 하면서 낭비하는 것에 비하면 그 얼마나 효율적인가?! 한해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의미가 있다. 게다가 이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표함으로써 더욱 강한 실천 의지를 다지고 더 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2. 송년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ㅠ 송년회 다음 날 아침이면 숙취로 인해서 쓰린 배를 움켜잡기 일쑤이며, 어제 막판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가물가물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기억도 안 나고 그 내용을 이해도 못하겠는 문자 메시지와 '너 어제 왜 그랬어? 이제는 괜찮아?'라는 친구의 연락까지 받는다면 심리적인 대혼란과 더불어 며칠은 이불 킥을 하면서 후회를 하게 된다. 한두 번이라도 이와 같은 혼란스러운 사건을 겪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송년회 회의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후회막심한 송년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송년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가장 첫 번째는 송년회가 항상 즐겁고 좋은 기분의 행사일 것이라는 헛된 기대이다. 다들 들뜬 기분과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는, 그래서 아주 즐겁고 반가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모임에 나간다. 그러나 이는 착각인 경우가 많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은 복잡 미묘할 것이라는 추정이 더 합리적이다. 또한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은 무조건 반갑거나 좋기 어렵다. 이전의 갈등이나 문제 패턴은 전혀 조정을 거칠 기회가 없었으며, 한 해 동안 서로 간에는 교류가 없어 조정이나 타협을 이룰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송년회 때 만나면 좋은 사람들과는 여전히 좋고 반가운 반면에 싫고 재수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와는 더욱더 기분이 나빠지거나 혹은 소위 빈정이 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마냥 즐겁고 반가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송년회는 애매한 기분과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하기 일쑤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에 불을 싸지리는 것은 바로 '과음'이다. 일 년 중 언제 술을 제일 많이 마시는가? 혹은 언제 가장 긴장을 푸는가? 아마도 송년회일 것이다. 송년회 시즌이 되면 길거리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취객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취한 사람들의 진상짓(?!)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무슨 감정 조절이 되고, 서로를 위해 배려가 이루어지겠는가? 큰 탈 없이 즐거운 기분으로 내 손으로 택시 잡아서 타고 갈 정도 되었다면 그나마 즐거운 송년회를 한 것이다. 


그 와중에 거의 100% 핵폭탄급으로 분위기를 망치는 활동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묵은 감정 털어내기'이다. 송년회 때가 되면 한 해를 정리하면서 느꼈던 칭찬이나 감사를 전한다. '한 해 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으며, 고생들 많이 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도의 건배사라면 분위기가 업될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꼭 나오는 행동이 'OO씨, 내가 송년회니까 탁 털고 가고 싶은 일이 있는데, 지난 여름에 말이야....' 등이다. 즉, 일 년 내내 가슴에 품고 있던 한 맺히거나 서운했던 일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행동이다. 물론 그 동기는 좋은 경우 많다. 불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서로 대화하고 표현함으로써 묵은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새롭게 좋은 출발을 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의 안 좋은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한데, 상대방도 감정을 표현하고 푸는데 동의해야 하며, 내가 말하는 입장을 상대방도 동일하게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역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겪었던 서운함이나 부정적인 감정도 전적으로 수용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현실은 자신의 입장에서의 판단이나 생각을 말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입장과 해석으로 반박할 가능성이 높으며, 상대방은 나름대로의 서운함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상대방은 아예 이런 논의나 대화조차도 하기 싫거나 애써 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정상적인 상태에서 해도 쉽지 않을 대화가, 들뜬 분위기와 이미 과음한 상태의 송년회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행동이다!



3. 건강하고 발전적인 송년회를 위한 팁 3가지!


좋은(?!) 송년회를 위해서 우선 해야 할 것은 가는 해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본인이 지나가는 해를 생각했을 때 기억이 날 수 있도록 한 해 동안의 업적 2가지를 먼저 선정하고 자축하라! 업적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다면 스스로 칭찬할만한 2가지 정도라고 생각해도 된다. 어찌 되었건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당신에게 분명하고 구체적인 칭찬 2가지는 꼭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가장 먼저 하라! 그래야 송년 및 송년회를 하는 기분이 충분히 긍정적인 상태로 시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딱 하나만 아쉬운 점을 선정하고 반성하라. 여러 가지가 생각나더라도 절대로 한 가지만 떠올려라. 이미 지나간 기억들 많이 떠올릴 필요도 없다. 그래도 건강하고 발전적인 후회와 더 밝은 미래를 위해서 한 가지 정도는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결심하자. 이를 위해서는 한 가지 정도 아쉬운 점을 선정하고 반성하라. 다만 그전에 준비할 것이 있다. 송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미리부터 약속을 하라! 아쉬운 점을 말할 때에는 (송년회라는 점을 고려하여) 격렬하게, 그리고 과장된 행동과 몸짓으로 '괜찮아~ 괜찮아~ 이제 말했으니 다 훌훌 털고 잊어버려~ 화이팅!'이라 말하면서 격려해주기로 하라. 아쉬운 점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하거나 속상한 마음 훌훌 털어내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새해의 계획과 다짐을 2가지 정도(너무 많으면, 3가지 이내, 절대로 4가지는 넘어가지 말 것!) 발표하고 공유하라! 그래도 새해인데, 그래도 새 출발 하는 상황인데, 묵은 감정도 다 털어버려서 시원한 상황인데, 가볍고 깨끗한 마음으로 두 가지만 스스로에게 약속하라.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표함으로써 스스로 더욱 다짐하고 노력하는 계기로 삼으라. 단,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년도 송년회까지 접어두라. 항상 강조하듯이 계획이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꼭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결국 스트레스를 주게 되어 오히려 목표를 달성하는데 쓰일 에너지를 감소시킨다. 지켰는지 여부는 다음 해 송년회까지 미루어 두자!




과거의 연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가득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 어렵다. 새로운 연인을 만나더라도 과거의 연인의 그림자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만약 이직을 했다면 과거 회사에서의 후회와 아쉬움을 깨끗하게 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회사를 이전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나 대인관계 패턴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며 이는 곧 불만족의 원인이 된다. 


매일 아침이면 동쪽에서 해가 뜨며, 서쪽으로 해가 진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은 내일도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반복되는 삶의 과정 속에서 때로는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송년회의 기능과 역할이다. 주변 사람들의 동의나 호응을 얻지 못할 것 같다면 혼자서라도 위에서 언급한 과정을 진지하게 수행하라. 이와 같은 "홀로 송년회"를 하고 나면 자신의 한 해가 정리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새로운 동기가 솟구칠 것이다. 그 좋은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하라! 조금이라도 나은 다음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본문 중에 나오는 "홀로 송년회" 아이디어는 심리만만 패널이신 앤드류님의 아이디어입니다.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출처 인용하여 본문 중에 넣었음을 말씀드립니다!^^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다음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2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