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만만 29화. 이불-킥의 심리 과정과 대처 방법
Photo by Lacie Slezak on Unsplash
사람은 종종 실수를 한다. 그리고 실수를 하게 되면 그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행동적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이불-킥'이다. 특히 연말연시가 되면 잦은 망년회 등으로 인하여 심신이 고단한 가운데 과음 등으로 인하여 가끔씩 정신을 놓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다음 날이면 술이 깨고 난 아침을 이불-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연 이와 같은 '이불-킥'은 무엇이며, 왜 발생하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이불-킥'은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인 '수치심'이 핵심이다. 누구나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했던 행동에 대하여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한다. 그리고 그 행동들이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에 비추어 잘못된 행동인 경우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잘못된 행동 및 그에 대하여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감정이 행동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이불-킥'이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후회와 반성은 유용한 생존가치를 가진다. 왜냐하면 후회와 반성은 잘못된 행동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잘못된 행동은 수정되어야 하며, 교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는 그냥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외적인 처벌이나 통제가 가해지기도 하며,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심각한 불이익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처럼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 교정하게 만드는 내적인 동기 요인이 바로 '반성'과 '수치심'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와 같은 '반성'과 '수치심'도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건강한 반성과 후회에 기반한 행동적 개선과 적절한 대안 도출을 하지 못하게 된다. 대신 자신에 대한 지나친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비난으로 인하여 과도한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되며, 이로 인하여 전반적인 행동 상의 활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일으킨다. 즉, '이불-킥'을 유발했던 특정적 행동 범위 이외의 포괄적인 행동 영역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나 비난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거나 심화되는 것은 결코 문제 해결이나 개선에 도움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건강한 반성과 수치심은 무엇이 다를까? 이는 3가지 차원에서 차이점이 있다. 그 첫 번째는 '문제 영역의 범위'이며, 두 번째는 '비난이나 후회의 심각도 수준'이고, 세 번째는 '이후 대처 행동'이다.
첫 번째 '문제 영역의 범위'와 관련해 보면, 건강한 반성은 '문제 발생 영역에 특정된 고민과 반성'을 하게 되는 반면에 과도한 수치심은 '문제 발생 영역을 넘어선 확장적 고민과 반성'을 하게 된다. 만약 술 먹고 실수를 했다면 '술 먹고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만 반성하고 후회를 하면 된다. 하지만 과도한 확장적 고민과 반성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과거의 유사한 행동에 대한 재발굴(?)을 포함하여 포괄적인 자기 비난과 자책을 하게 된다. 그 결과 고민을 시작하게 된 사건을 어디 가고, 전반적인 인생에 대한 후회와 유발 사건의 심각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우울해지게 된다.
필요 이상으로 고민이나 후회의 범위를 확장하게 되면, 두 번째 요인인 '비난이나 후회의 심각도 수준' 역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시험을 망친 학생은 시험을 망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개선 행동에만 집중한다면 다음 시험 때에는 문제를 개선하고 시험을 다시 잘 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학업 능력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을 하게 되거나 혹은 심한 자책감에 빠져서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져 버린다면 아마도 다음 시험 또한 망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발생한 문제에 한정하여 적절한 수준의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된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에 기반하여 실질적인 행동 개선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다음번 술자리에서는 과음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취하더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긴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포괄적 영역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심각하게 고민하여 부정적 감정의 늪에 빠진 경우에는 원래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대처 행동도 부정적이거나 엉뚱한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반성과 후회로 인하여 강한 우울감을 느끼게 되며 술을 더 과음하여 실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불-킥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는 '집중해서 생각하기'이다. 우리는 보통 후회할 일과 관련하여 가장 나쁜 습관은 이것을 '회피'하는 것이다. 생각하거나 떠올리기 '불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집중해서 생각하여 정리해서 잊어버리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자꾸 회피를 하게 된다면 모호한 내적인 불편감은 지속되며, 이를 자극하는 사람들(그 날의 '추태(?!)'를 목격한 사람 등)마저도 회피하게 된다. 차라리 제대로 맞짱을 떠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적극적 해결과 타협'이다. 이불-킥을 하게 된 사연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 먹고 실수를 했다고 치면, 그 사람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다. 혹은 어제 식사 중 했던 말이 영 걸린다면 '괜찮아? 내가 어제는 좀 심하게 말헀던 것 같아! 미안해ㅠ'라고 메시지를 보내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나면 상대방도 그에 대해서 반응할 것이다. '술 먹고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름 귀엽던 걸 ㅋㅋ'라고 답장이 오거나 혹은 '아.. 진상.. 이렇게 사과할 걸 왜 그랬니?ㅠㅠ 다시는 그러지 마라!'라고 구박을 먹어라! 그렇게 현실적인 끝맺음을 해버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의 머릿속에 있을 때에는 여러 가지 잡생각이 들고 나를 괴롭히지만, 문제 해결을 해버리면 간단해진다.
세 번째는 '길게 생각하지 않기'이다.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일 길게 생각하고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충분한 반성과 후회를 했다면, 그리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면 됐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 정도 수준에서 정리하고 마무리하라!!! 더 고민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길게, 그리고 더 이상 생각해봐야 뭐해!'라고 생각하고 이만 접는 것이 낫다.
사람이니 실수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창피해할 수도 있다. 단 너무 심하면 문제라는 것일 뿐이다. 실수를 했다면 문제가 발생하거나 잘못을 했던 영역에 국한하여 후회와 반성을 하면 된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 분석과 개선된 행동 대안을 도출하면 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실수를 덜 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이와 같은 방법을 적용한다면 현재의 '이불-킥'도 줄어들 뿐 아니라 앞으로 실수할 가능성도 줄어드는 가장 좋은 접근법이다. 오히려 며칠을 계속해서 '이불-킥'을 반복하는 것이 더 문제이다. 털어낼 줄 아는 것도 삶의 지혜요, 기술 중 하나이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30
본 글과 함께 보면 좋은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