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만만 20화. 지혜로운 직업 선택
이에 대한 정확한 논의를 위하여 '직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선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직업'이라는 것은 보통 '생계를 위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활동으로, 일상적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 안에는 몇 가지 개념적인 구분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생계유지'이며, 두 번째, '재화 획득'이고, 세 번째,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핵심 요소들에 따라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각자의 직업 선택이 다른 것은 바로 이 요소들 때문이기 때문이다.
만약 첫 번째 '생계유지'에 특별한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은 이와 같은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잘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렇게 인생을 즐기면서 원하는 대로 산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런데 첫 번째 '생계유지'가 필요한 사람의 경우에는 두 번째 '재화 획득'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특히 어느 정도의 '재화를 획득'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만약 '재화'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즉 소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최소한의 '재화'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제약이 적다. 왜냐하면 조금만 벌어도 되기 때문이다.
보통 '잘하는 것'이라는 것은 "높은 수준의 재화 획득"의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업무나 일에서 성공하고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많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것이다. 반면에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은 "높은 수준의 재화 획득"을 꼭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것'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잘할 때 주어지는 경우가 많지, 좋아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경우가 일반적이다.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세 번째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특징이다. 이것은 바로 선택의 문제가 된다.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재화 획득"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만족"에 투자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물론, 그리고 당연히, '즐거움과 만족'을 주면서도 '높은 수준의 재화 획득'도 하는 것을 바라지만 누차 강조하듯이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 대안은 있다. 두 가지 활동을 분리해서 하는 것이다. '재화 획득을 위한 활동'(즉, 잘하는 것)과 '즐거움과 만족을 위한 활동'(즉, 좋아하는 것)을 분리하여 추구하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퇴근 후 자기 만의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혹은 주말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휴식과 즐거움을 찾는 것이 그 예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 정도 '재화획득'과 '즐거움과 만족' 간의 균형이 잡히게 된다.
또 다른 대안은 각 활동 중에서 보완적인 내용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업무 자체로만 보면 스스로가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좋아할 수는 있다. 그리고 업무에 대한 선호도와는 별개로 업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스스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즉, 우리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민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분법적 사고'이다. 직장생활에 대해서는 통째로 '잘하는 것'이지만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규정할 필요가 없으며, 퇴근 후나 주말에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잘하지는 않는 것'이지만 '좋아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활동이나 다양하고 종합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비합리적 신념 중 하나가 '잘하는 것을 오래 하다 보면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정확히 표현하면 '잘하는 것을 오래 한다고 해서 "그냥" 좋아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잘하는 것을 오래 하다 보면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잘하는 것'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적극적으로 되새겨 보고, 이를 통해서 스스로가 얻는 이익('재화 획득'이나 '소중한 동료들과의 관계')들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과 의미 부여를 하며, 이에 기반하여 충분한 '열정과 몰입'을 보였을 때 '잘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도 마찬가지이다. '좋아하는 것'을 단지 오래 한다고 해서 "그냥"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몰입하여 수행하면서,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엄청난 훈련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잘하는 것'이 된다. 다만 '좋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훈련이나 노력을 기꺼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즉,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다분히 인지적인 요소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잘하는 것'을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과 '좋아하는 것'을 '잘 하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치열한 고민과 그에 따른 분석과 계획,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표현으로 하면 '잘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 혹은 '좋아하다보면 잘하게 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두가지가 그렇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알고 보면 하나의 활동 속에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가지 일에서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1만 시간 동안의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by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이에 대해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1만 시간'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1만 시간'이라는 양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집중적) 학습과 (치열한) 노력"이다.
만약 이를 위해 충분한 열정을 투자한다면, '잘하는 것'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으며, '좋아하는 것'에서도 '유능함'을 개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성공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투자요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