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만만 40화. 과소비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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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가장 행복한 날은? 당연히 월급날일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가장 허무한 날은? 그 또한 월급날일 것이다!!
왜냐하면 급여일에 맞추어 놓은 자동이체로 인하여 밑 빠진 항아리같이 피 같은 월급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그만큼 허무한 것이 없을 테니까ㅠㅠ
그렇다고 해서 돈을 안 쓸 수도 없는 것이, 동창회나 모임 같은데 가면 좋은 차를 끌고 나오거나 명품을 입고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한편 부럽기도 하며 왠지 지는 것 같은 느낌은 또 싫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정도 Flex는 해야 기본이지~!'라는 말까지 듣고 나면 무리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월급쟁이들의 급여와 소비 문제, 심리학적으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모습을 보통 '자아(Self)'라고 하며, 상황이나 역할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자아'를 내보이며 대응한다.
'나'라는 존재의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의 모습(현실적 자아, Real Self)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는 객관적 심리검사나 인터뷰를 통해서 검증되는 것일 뿐 실제 스스로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들도 많다. 이보다는 자기가 바라고 원하는 수준의 나의 모습, 즉 이상적 자아(Ideal Self)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동이란 이상적 자아를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이고자 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회적 자아(Social Self)라고 한다. 즉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내가 기대하고 원하는 나의 모습이다. 아마도 누구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는 외적 자아와 내적 자아로 구분 가능하다. 즉, 사회적 관계와 관련된 내면의 모습(Social & Internal Self)과 남들에게 보이는 외적인 모습(Social & External Self)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적 자아 중 내적 자아에 해당하는 것은 보통 대인관계 능력이나 의사소통 기술, 그리고 내면의 능력과 자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는 쉽게 드러나지 않은 특성일 뿐 아니라 딱히 좋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애매하다. 게다가 이와 같은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이에 반하여 사회적 자아 중 외적 자아는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고 관찰 가능한 경우가 많다. 동창회나 모임에 나갔을 때 타인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차'를 타고 등장하고, 비싼 명품 옷을 입으며, 고급 시계나 고가의 가방 등과 같은 값나가는 장신구를 착용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쉬우며,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판단하기도 용이하다.
이와 같은 형태의 자아를 바로 물질적 자아(Material Self)라고 한다. 월급 및 과소비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자아 형태이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외모와 신체적 매력, 그리고 재산이나 소유물 등이다. 이와 같은 물질적 자아를 향상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돈을 쓰면 된다. 성형 수술을 하여 외모를 꾸미거나 좋은 차나 시계를 차고 다니면 된다. 즉, 물질적 자아는 대부분 돈으로 해결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돈을 쓰게 된다. 그런데 나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결국 물질적 자아를 꾸미기 위해서 '과소비'라는 것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생기는 고민은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외적인 매력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내적인 매력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외적인 매력과 내적인 매력 중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쁨은 없다. 결국에는 상대적인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이며, 어디 부분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인가 하는 선택일 뿐이다. 문제는 외적인 자아나 내적인 자아 중 한쪽에 너무 편향된 투자만 하는 것이다.
동일한 수준의 경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적인 매력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공부와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 다양한 강의를 듣고, 상담이나 코칭을 통해 내적인 능력을 향상하고 그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적인 유능함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반면에 자기만족은 크다.
반면에 외적인 매력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외적인 것을 꾸미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보통 '체면 유지 비용'이라고 칭하는데, 좋은 옷과 고급차를 타고자 한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차감'이다.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쉬운 방법이 바로 좋은 차를 타는 것이다.
만약 외적 자아에만 투자를 하는 사람은 일순간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을 이끌어내기는 쉽다. 하지만 점차로 관계가 진전되면서 그 내면의 공허함으로 인하여 실망감을 주어 관계가 지속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반면에 내적 자아에만 투자를 하는 사람은 그 가치를 보일 기회조차도 없을 것이다. '알고 보면 매력적인 사람'이란 '(충분한 시간과 교류를 통해서) 알 기회' 자체가 없다면 아무런 인정과 관심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신은 어디에 비중을 두는 사람인가? 그에 따라서 본인이 선택하면 되는 문제이다.
만약 당신이 내적 매력을 중시하는 사람이며, 내적 매력을 키우는 것에서 더 흥미와 재미를 느낀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물질'에 돈을 지른다면 그 돈이 너무 아까울 것이며 분명히 후회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당신이 외적 매력을 중시하는 사람이며, 외적 매력을 갖추는 것에서 만족감이 크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뚜렷한 향상도도 평가하기 어려운 교육이나 강의를 들어봐야 허탈함만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단 어느 정도의 균형은 중요하다. 외적으로 보았을 때 기본적 수준 이상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치장'과 '갖춤'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기본적인 관계가 시작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비싼 옷과 명품이 아니라도 외적으로 멋스러워 보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라. 또한 외적인 매력만큼 내적인 매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내면을 보아하니 '공갈빵'처럼 텅 빈 모습이라면 그 누구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질적 자아를 키우는 것은 돈만 있다고 하면 쉽고 단순해 보인다. 그렇지만 관계의 깊이나 질 또한 얄팍하고 단순할 수 있다. 상대방은 당신 자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물질적 자아를 위해 투자한) 돈에만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물질이 사라진다면 당신의 매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혹은 더 비싼 차를 타고 나타나거나 혹은 더 값나가는 명품백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당신의 매력은 꺾일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와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투자하고 공을 들이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책일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은 운동일 수도 있다. 또한 누군가는 타인에게 봉사하는 것에서 그 가치를 느낄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에게 집중하는데에서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없으며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아야 하며, 자신이 최대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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