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이 찾아오는 세 가지 이유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보통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자주 발생하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걸릴 수 있으며 또한 좋은 치료와 해결이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울한 분들의 과거력을 살펴보면, 우울감이 증가하거나 혹은 우울증이 걸리게 된 과정들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흔히 심한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세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1. 급격한 스트레스
급격한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혼란과 어려움을 유발하고 우울감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단순한 우울감뿐 아니라 강한 불안감을 유발하기도 하며, 심리적인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지요.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자신감 및 자존감 저하, 그리고 이후에 논의할 심리적 에너지의 고갈을 가져오게 되며, 신체적인 문제들로 증상(면역력 감소, 만성적 피로감, 섭식 관련된 장기(위 혹은 장)의 문제 등)이 확대되기도 합니다.
급격한 스트레스라고 하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상사나 고객의 갑질, 혹은 대인관계 갈등, 가족 내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들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지각하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동일한 상사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도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혹은 열심히 하려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으로 해석한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상처로 인식된다면 그것은 일단 스트레스입니다.
우리가 신체적인 고통이나 문제나 심화되면 그에 따른 치료를 해야 하듯이, 마음의 고통과 상처인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면 치유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골절이나 암과 같이 신체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면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듯이, 심리적인 고통과 어려움도 치유와 해결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의 고통이 느껴지는 급격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중이라면 우울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적극적인 심리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생활사건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학업을 수행하며, 나보다 훨씬 키가 크고 엄한 인상을 가진 교복을 입은 선배들이 많은 중학교에 입학합니다. 일 년 내내 숨도 제대로 못 쉴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도 하며, 수차례의 낙방과 탈락의 고배를 이겨내면서 취업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몇 년을 사랑하고 좋아하던 애인을 군대에 보내기도 할 뿐 아니라 때로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별을 겪기도 하며, 사랑하는 애인과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출산과 육아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처럼 많은 다양한 생활사건들을 겪게 되는데, 이와 같은 생활 사건들은 한편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성취의 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마음의 스트레스를 주는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일생일대의 가장 행복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결혼의 경우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함께 한다는 안정감과 정서적 소속감을 줍니다. 그리고 그 결실로 사랑의 결실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서로 매우 다른 문화적 배경(특히 가족 문화)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면서 상당한 갈등과 대립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바로 심리적 스트레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게 됩니다. 심지어는 라면을 끓일 때 통째로 넣는가, 반으로 잘라 넣는가 하는 문제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봉지에 남은 부스러기 면을 넣는가 버리는가도 때로는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양면적 사건 이상으로 절대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사건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심한 심리적 고통과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이 가족의 사망입니다.
대한민국 100대 스트레스 사건 중 자식 사망, 배우자 사망, 부모 사망이 1~3위를 차지합니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당연히 겪게 되는 사건들이지만 당연히 겪는다고 해서 안 힘든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게 되면,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경우들이 흔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가 사망한 경우 6개월 이내에 우울증이 발병하면 이를 우울증이라고 칭하지 않고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애도반응”으로 해석합니다. 그 얘기는 곧 그만큼 이런 생활 사건들은 심리적인 고통과 상처를 유발하며, 따라서 적극적인 관리와 해결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심리적 에너지의 고갈
과도한 운동이나 오랜 활동을 하게 되면 신체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며, 소위 ‘지치게 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휴식을 취하며 때로는 보양식이라고 하는 것을 먹기도 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로 한정된 심리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많이 소진하게 되면, 마음이 지치게 됩니다.
그런데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체적 이슈와는 달리 이와 같은 심리적 에너지의 소진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효과적으로 해결이나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만약 이와 같은 심리적 에너지의 소진에 대해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에너지가 바닥나서 고갈되면 그것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희망과 기대를 안고 새로운 직장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출발한 신입사원은, 이전과는 다른 매일의 출퇴근과 높은 강도의 업무, 그리고 훨씬 더 긴장되고 피할 수 없는 대인관계로 인하여 심리적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게 됩니다.
나 혼자만 신경 쓰고 관리하면 되었던 미혼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순간 부양이라는 책임과 더불어 혼자 살 때, 혹은 부모가 모든 것을 대신해 줄 때는 몰랐던 일들이 발생하며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직장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잘 나가던 사람도 임신을 하게 되면서 집중력이나 효율성 저하를 경험하게 되며, 출산 후에는 육아까지도 얹어지게 되면서 일도 제대로 안되고 육아는 맞게 하고 있는 건가 하는 걱정에 엄청난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심리적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며, 새로운 상황이나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이나 단계에서는 더욱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 대해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와 해결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마음의 에너지는 바닥나게 되며, 그 결과로 우울증이 찾아오기 쉽습니다.
일단 우울증이 온 후에는 나 스스로나 상황에 대해서 더욱 부정적으로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이나 직면하고 있는 과업에 대처할 에너지가 더욱 모자라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현재 본인의 심리적 상태 및 감정 상태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전에 비하여 내가 우울감이 높아졌는지, 아니면 앞서 언급한 생활사건들이 있었는지, 혹은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는(즉, 마음이 지친다는 느낌 등) 느낌이 있는지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와 같은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심리검사 등 객관적인 진단도구를 활용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숫자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울감이 뚜렷하고 심각하다면 다면적 인성검사(MMPI)와 같은 전문적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애매하거나 혹은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다면 EAPI(주관적인 심리적 상태 및 생활사건 스트레스를 평가하기 위한 심리검사) 정도만 받아도 됩니다.
진단 결과에 따른 적극적인 대처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큰 문제가 없다면 마음의 건강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 정도(즉, 신체적으로 영양제를 복용하거나 혹은 건강관리를 위해 헬스클럽을 다니듯이)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뚜렷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거나 혹은 우울감이 심하다면 전문적인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2차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의 우울증도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이와 같은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마음의 병이 심화되어 심한 우울증으로 발전되거나 혹은 직장의 퇴사나 심한 경우 정신과 입원까지 필요한 정도로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신체적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투자하듯이 마음의 건강과 심리적 에너지를 회복하고 늘리기 위한 활동도 필수적입니다. 이것은 나 개인의 생활이나 직장생활,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기 위한 필수적 과정입니다.
문제는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제일 좋으며,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빨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울감이나 우울증은 이러한 마음의 고통을 반영해주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입니다. 그래서 보다 정확한 인식과 그에 따른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내가 행복하고 내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지금 당장 생각해 보십시오. 내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 혹은 내 마음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어느 정도인지?? 그것이 첫 번째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