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Apr 14. 2021

소확행의 보물섬. 유튜브

Photo by NordWood Themes on Unsplash



저는 자칭 '은둔형 전문가'라고 합니다. 

원래 말주변도 없고, 인상적이고 강렬한 강의도 못하는 편이며, 

외진 병원 진료실과 제 방에 앉아서 오시는 고객분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의 전문가 유형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며, 대규모 대중 강의도 잘하시는 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한때는 'early adapter'라는 말도 듣기는 했지만 SNS도 안 하고 유튜브는 더욱 피하고자 하며, 

지금 하고 있는 페북이나 브런치 글,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멈춘 상태이나) 팟캐스트도 출판사 대표님의 강압에 의하여하게 될 정도로 상당히 세상에 뒤떨어져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다


Photo by Leon Bublitz on Unsplash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유튜브였습니다. 

비록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으나 엄청난 지식과 정보가 다 담겨 있는 곳이더군요. 

각종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정말 알기 쉽게 잘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세상에 뒤떨어져 살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심리치료나 상담, 혹은 힐링과 행복과 관련해서도 엄청난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느낀 점 중 하나는 '그냥 밥 먹고 대화하는 내용', 혹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키득키득 수다 떠는 모습', 때로는 '별 내용도 없이 공부하는 모습' 등의 콘텐츠들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 점들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보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시사점과 (전문가로서의) 통찰과 배움이 있었습니다. 

심리치료와 상담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제 직업이기는 하나, 제 내담자나 고객분들의 입장을 진정 깊이 있게 공감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하였습니다. 



2. 유튜브 검색 금기어


Photo by Marten Newhall on Unsplash


제가, 제 글이, 제 유튜브 동영상이 별로 인기가 없는 이유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 진지하다' 혹은 '너무 어렵다'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의 피드백도 그러하며, 저 스스로도 가능한 한 쉽게 풀어서 말한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공부하던 버릇이 배어 나와서 그런지 잘 안됩니다. 

한마디로 '(진지한 도움은 될지언정) 재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소확행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와 같은 접근이나 분위기는 피해야 합니다. 

만약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거나 혹은 미래 산업 방향과 내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진지한 콘텐츠가 도움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들은 심리적 측면에서, 그리고 소확행이라는 측면에서는 피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즉 하루 종일 열심히 살고, 긴장하면서 업무에 몰입했다면 퇴근길이나 쉬는 시간에는 'Just Fun & Relax'를 목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내담자분들에게 대표적으로 제시하는 유튜브 검색 금기어는 '성장', '자기 계발', '성공' 등의 단어입니다. 

우리는 충분히 성공과 성장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자기 계발'의 과정입니다. 

만약 뚜렷한 업무적 목적이 있거나 정보 수집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 카페에서 차 한잔하며 휴식을 취할 때나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길 버스에 앉아 보는 유튜브에서는 그 자체가 휴식과 힐링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멍 때리기'와 '주의분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좋으며, 이런 콘텐츠를 보고 나면 왠지 머리가 맑아지거나 정리되거나 'Zero'화 되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3. Slow or Fast / Fun & Relax


Photo by Khiet Tam on Unsplash


이처럼 소확행을 목적으로 하여 유튜브를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Slow or Fast'이며, 다른 하나는 'Fun & Relax'입니다. 


첫 번째는 'Slow or Fast'입니다. 

아주 느려서 마음의 이완을 가져오거나 긴장감이 풀리며,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노르웨이의 NRK라는 방송국에서 '슬로 TV'라는 제목으로 500 km가 넘는 기차 주행 영상을 7시간 동안 내 보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내레이션이나 영상편집, 자막이나 특별한 설명이 없이 단순히 기차 주행 영상을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20%라는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방송에서 'Slow'가 대세로 자리 잡았으며, 보통 '눕방'(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쉬기만 하는 방송)들이 인기를 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Fun & Relax'입니다. 

아주 빠른 자극을 제시하여 다른 생각을 하게 될 틈이 없거나 혹은 적극적인 Relax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방송'과 '먹방' 등입니다. 

게임 회사가 많은 저희 회사 특성상 몇몇 분들은 게임 마니아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주요 즐거움 중 하나는 게임 영상을 보는 것입니다. 

'그럴 거면 직접 게임을 하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원래 직접 바독을 두는 것보다 훈수를 두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고 긴장감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법입니다. 

또 다른 예는 '먹방'이나 '호텔 투어' 등으로써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욕구를 대신하여) '먹고 싶은 욕구'나 '휴식하고 싶은 욕구'를 대리 만족해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휴식과 쉼을 위한 소확행을 전제로 하여 말씀드리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와 같은 내용들을 통해서 적극적인 휴식과 힐링을 찾게 된다면 그와 같은 활동과 투자한 시간은 분명히 가치 있을 것입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킥킥거리며 즐겁게' 보고 난 다음에 '시간 낭비했네!ㅠㅠ'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콘텐츠를 보면서 'Serious'와 'Tension'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다음 활동에 집중하기 위한 휴식과 힐링에 투자한 것이 맞으며, 이후 어떤 활동을 하던지 좀 더 좋은 상태로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Serious'와 'Tension'을 일으키는 내용들은 심리적 상태가 좋고 의욕에 가득할 때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4. Unique for You


Photo by Ricardo Gomez Angel on Unsplash


제가 유튜브에 몰입하게 된 계기가 된 채널이 있습니다. 

대중교통, 그중에서도 버스 관련된 콘텐츠를 주로 하는 채널이었습니다. 

내용은 서울에서 강릉 노선에 새 고속버스가 도입되었으며, 버스 모델명은 무엇이고 승차감은 어떻더라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옛날 버스부터 최신 버스까지, 그리고 시골의 작은 버스터미널(정확히는 거의 정거장?!) 등을 소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릴 적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아이들은 별로 없었겠지만 유난히도 버스를 좋아하고, 때때로 머리 식히러 버스 여행을 즐겼던 저로써는 너무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저의 심리적 과정은 '신기함'과 '동질감'입니다. 

'와.. 이런 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네.. 신기하네~'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 채널의 몇천 명의 구독자와 동지가 된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200개가 넘는 저의 구독 채널 중 다른 분들도 구독하고 계시는 몇십만 구독자의 채널도 있으며, 영화채널과 음악채널이나 중년 아재들이 많이 보시는 정치나 뉴스 관련된 채널도 있습니다. 

반면에 구독자는 얼마 안 되지만 개인적인 흥미와 관심이 가는 채널들도 많습니다.

또한 제 지인의 경우에는 본인이 열대어를 키우는 과정을 찍어서 올리는 채널도 있습니다. 

우리가 독특한 개인적인 취미와 활동을 한다면 시간이나 돈도 많이 들고, 또한 가족의 눈치나 협조도 얻어야 하지만 나만의 즐거움과 만족을 사회적 갈등이나 문제없이 얻을 수 있는(물론 현실만큼은 아닐 수 있겠지만~) 보물창고와 같은 존재가 바로 유튜브입니다. 

다만 10분, 20분이라도 정신을 놓고 그에 빠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소확행 방법이 될 것입니다. 



5. 유투버가 돼볼까?


Photo by Chris Yang on Unsplash


가끔 낚시를 좋아하여 매주 낚시를 가는 사람이 아예 낚시터나 낚시가게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취미나 흥미를 아예 업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것이 좋은 접근일까요?

유튜브를 보는 분들도 아마 대부분이 '나도 한번 유튜브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로서 저의 답변을 기대하신다면, '가능하면 하지 마세요~'입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단순한 즐거움과 만족의 대상이 아니라 업무적 냄새가 물씬 나는 분석과 성과 중심적 접근을 취하면서 매일매일 구독자 수를 보면서 희비가 엇갈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내용보다는 괜찮아 보이는 섬네일을 분석하게 되며, 내용을 제시하는 형식에 관심을 두게 되고, 편집 기술이나 녹음 수준에 신경 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만약 즐김의 대상으로써의 유튜브와 업무적 차원의 유튜브 제작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할 자신이 있다고 하면 모를까, 가능하면 직접 유튜브를 하는 것은 다른 의미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유튜버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에는 '자신이 즐겁고 재미있을 내용'으로 유튜브 제작을 하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우울함을 주 증상으로 하여 상담을 받으시던 내담자분께 '영화보기' 숙제를 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즐거움이나 재미있는 활동이 워낙 없이 침체된 기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셨으며, 주말에 즐거운 활동을 권유하자 영화가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과제로 제공해드렸습니다. 

그다음 주 상담에 오신 그분은 영화는 두 편이나 보았는데 기분은 별로 나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보았냐고 묻자.....

'1987'과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셨다 하셨습니다.. 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개선에는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더 우울해질 가능성이 높았겠지요?! ㅠㅠ


저도 유튜브 채널이 있기는 합니다. 

저희 직원들을 필두로 한 주변 사람들의 강압(?!)에 못 이겨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홍보할만한 내용도 없으며, 시험적으로 이것저것 경험 상 해보는 정도의 채널이 있기는 합니다. 

대체 어느 세월에 준비가 되어서 정식 오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채널을 개설하는 순간부터 스트레스나 부담감은 받게 됩니다 ㅠㅠ

오늘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힐링, 치유, 즐김, 재미 차원에서의 유튜브 활용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입니다. 

즉 소확행 수단으로써의 유튜브의 가치와 의미를 말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인 채널 권유 가이드

* 왠지 기분이 처지고 다운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 유머 관련된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한껏 집중해서 웃으세요 

* 왠지 울적하고 꿀꿀할 때. 아예 시원하게 울어버릴 수 있는 채널을 추천합니다.  (예. 파병 갔다온 군인들이 가족과 재회하는 내용 등)

* 분노나 화가 치미는 경우. UFC나 이종격투기 관련된 공격적 영상이 도움됨. 

* 머리 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되지 않아 진정하고 싶을 때. 빗소리 ASMR이나 단조로운 음악 채널

* 그래도 머리 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 경우. 아주 자극적인 내용이나 야한 내용의 채널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갈등과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