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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16. 2021

오늘의 심리학.가스라이팅

Photo by pawel szvmanski on Unsplash



최근 모-여배우와 남자 배우 사이의 열애설이 퍼지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같은 표현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내담자분들이 크게 영향을 받으시며, 대체로 그 방향은 부정적인 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관련 전문가로서 객관적인 견지에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적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을 씁니다. 

 



1. 가스라이팅의 정의


Photo by Ehimetalor Akhere Unuabona on Unsplash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심리학적 조작(psychological manipulation)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위키 백과/자세한 내용은 글 뒤쪽의 사이트 참조). 

이 용어는 '가스등'이라는 영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며, 그 내용은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이 여러 속임수와 거짓말을 통해서 멀쩡한 아내를 정신병자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정리하여 보면, 한 개인이 부정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쳐 자신의 의도나 목적에 맞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특히 연인, 부모-자녀, 상사와 부하 혹은 직장 내 관계 등 밀접한 관계일수록 서로 간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는 강할 뿐 아니라 깊은 수준의 심리적 영역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보면,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이나 상사가 부하에게 역량 상 장단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리더십 활동, 혹은 연인들이 서로의 스타일에 대한 불만을 지적하고 이를 맞추어 가는 과정 또한 서로 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가해자의 방식이나 요구대로 피해자를 조작 혹은 조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스라이팅이라고 규정할 때에는 영향력 행사자(가스라이터)의 의도와 목적이 부정적이거나 혹은 영향력 행사자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쾌락을 위한 목적인 경우, 그리고 당하는 사람의 입장이나 심리적 손상이나 현실적 피해를 가져오는 경우들을 특정하여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2. 가스라이터


Photo by engin akyurt on Unsplash


포괄적이고 일반적 차원에서 가장 강력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가스라이터에 해당하는 사람은 '부흥회 목사님'입니다. 

요즘은 많이 없지만 예전에 어렵고 힘들던 시절 신도들에게 신을 향한 존경과 이에 기반한 마음의 위로와 안식을 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여의도 광장(지금은 여의도 공원)에 가득 찬 사람들에게 통곡을 동반한 회개를 하며 올바르게 (신앙심에 기반한) 신실한 삶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는 엄청난 일을 해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보면, 교사와 부모, 상사나 교육 강사들도 포괄적인 의미의 가스라이팅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목사님이라는 종교적 지도자에 대해서 이와 같은 표현을 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목사님이 소위 이단이라고 불리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교단의 목사님이 아니라면 어떻습니까? 

종교라는 명목으로 신을 빙자하여 신도들의 재산을 착취하고 성도들을 심리적 혹은 성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그것은 가스라이팅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며, 그 이면의 심리적 과정은 유사합니다. 

단, 그 내용이나 결과적인 피해자가 겪는 문제나 고통에 따라 구분되는 것입니다. 


즉, 가스라이팅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설득력과 영향력 행사입니다. 

그래서 보통 가스라이터들은 피해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나 힘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끌리거나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성 관계에서는 탁월한 외모나 매력을 가지고 있던가 혹은 외모와는 다른 차원의 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또한 직장 내에서는 상사로서의 권위나 혹은 저항하기 어려운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 측면에서 그리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가스라이팅 여부는 가해자의 '의도'와 상대방의 변화에 대한 역지사지 측면에서의 공감이나 배려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영향을 미치는 자가 긍정적 의도를 가지고 영향받는 자의 긍정적 변화와 발전을 고려하며,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하여 접근한다면 이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때에는 가스라이터(즉, 영향을 미치는 자)가 자신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만족이나 이익을 위하여 상대방이 느낄 심리적 손상이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심리장애 차원에서 보면, 가스라이터의 경우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결여되고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 중심의 행동이 특징인 반사회적 성격이나 사이코패스 등의 성향이 뚜렷한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경계선적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와 같이 강력한 이성적 매력을 유발하거나 혹은 강한 의존과 소유욕구 등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본인 스스로는 선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그 신념과 가치가 잘못되어 궁극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가 오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와 같은 예들은 종교적 가스라이팅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3. 피해자 


Photo by Batuhan Doğan on Unsplash


그런데 왜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걸까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사건들이 발생하는 경우 '대체 왜 저런 걸 당해?'라고 말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아이들이나 청소년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될 수 있으나 성숙한 성인이나 혹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경우들도 흔합니다. 


물론 워낙 영향력 행사자의 권력이나 혹은 성적 매력이 강렬하여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도 넘어가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영향을 받는 사람의 내적 및 심리적인 요소들이 문제나 현상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낮은 자기 존중감'입니다. 

즉, 자기 확신이 부족하며,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이 불안정한 경우에 가스라이팅을 당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낮은 자기 존중감이 특성일 수도 있으며, 상황적으로 낮은 자기 존중감을 가지게 되는 시기에 걸려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단계 회사에 가보면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한 젊은이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번의 낙방이나 높은 현실의 벽에 직면하여 최악의 자기 존중감 수준을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과정인 것입니다. 

또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옥장판(?) 장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사는데 바빠서 어렵게 자신들을 키워준 부모를 소홀히 할 때, '평생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가?'라는 회의감과 허무함에 빠져있을 때 그분들의 마음을 채워주게 되면 옥장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요소로는 '의존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워낙 강력한 카리스마나 영향력 행사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나, 의존적 성향이 높은 경우에는 그리 강하지 않은 상대방에게도 쉽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합니다. 

나의 의존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필요하며, 결국 상대방의 요구나 데이트 폭력과 같은 부정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거나 수용해야만 하는 것이죠. 

만약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에도 상대방이 떠나가거나 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적극적인 맞대응이나 해결 요구를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게 되는 것입니다. 



4. 제 상사에게 가스라이팅 당했어요 ㅠㅠ


Photo by Christopher Ott on Unsplash


모-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상담이 의뢰되셨던 분과 이슈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이 말씀하신 주요 호소문제를 '상사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물론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신입사원 시절부터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상사에게 칭찬은 없이 문제점을 지적받고 혼나면서 일을 배웠으며, 이로 인해 뚜렷하게 낮은 자기존중감과 더불어 극심한 우울증과 업무 수행에 대한 불안감 등을 겪으신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모-연예인 사건을 접하면 '아.. 저런 것이 가스라이팅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자신의 상황에 대하여 '가스라이팅'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입니다.

아래의 두 문장에서 받는 느낌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저는 제 상사로부터 3년간 집요하게 가스라이팅을 당했습니다. 저의 존재 자체는 완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무능하고 문제 많은 사람으로 저 스스로를 인식하게 만들었고요, 그것으로 인해서 저는 그 사람의 꼭두각시로 살아왔습니다.  

2) 제 상사가 업무를 가르치고 저를 육성하는 방식이 권위적이고 지시적이어서 많이 힘들고 자신감이 떨어지며 우울하고 불안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심한 욕도 하고 너무 거친 표현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너무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두 가지의 느낌이 어떻습니까?

아마도 두 가지 표현에 따른 심리적 결과나 잔상은 많이 다르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아마도 1) 번으로 생각하는 경우에는 2) 번으로 생각하는 경우에 비하여 문제의 심각도나 증상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훨씬 더 강할 것입니다. 

그런데 1) 번이 팩트일 수도 있지 않냐고요?

가해자로 지목된 그 상사분의 첫마디는 다음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사님, 가스라이팅이 뭐에요? 제가 자꾸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하는데.. 대체 그게 뭐죠?'

그 개념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등을 설명받고 난 후 그분의 말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 그럼 저도 지난 10년 넘는 직장 생활 동안 심각하게 가스라이팅 당한거네요!ㅠㅠ'



5. 건강한 자기주장과 건강한 수용 사이..


Photo by Christin Hume on Unsplash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가스라이팅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강의하거나 상담할 때 자주 쓰는 표현으로 '가스라이팅'은 '가랑비에 옷 젖기'와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쩜 나를 저렇게 생각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반복되는 지적이나 설명, 설득으로 인해서 어느 순간 상대방의 말이나 지적 내용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 대응까지도 상대방의 요구나 가이드에 따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히 객관적으로 나와 상대방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 쉽게 가스라이팅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혹은 주요 영향력 행사자의 말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나 피드백을 받아 본다면 그 또한 상황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로 인한 심리적 불편감이나 고통이 너무 크다 싶다고 하면 제대로 정신 잡고 상황을 재조명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는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의 생각이나 주장이 맞을 수는 있으나 이와 같은 의견이 절대적이고 불변이라는 생각, 즉 너무 강한 자기주장이 가스라이팅의 원인이 됩니다. 

또한 상대방의 특성이나 상태를 고려하여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상대방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낀다면 그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결론이 너무 상투적이기는 하나 너무 맞는 말이기도 한데, 결국 건강한 심리적 상태와 이를 유지하는 노력만이 가스라이팅의 가해와 피해 모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즉 지나치고 과도한 자기주장을 하거나 혹은 이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혹은 지나치게 타인에게 의존을 하거나 혹은 의존으로 인한 문제들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역지사지 관점에서의 공감적 접근이 의도치 않았던 가스라이팅의 피해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면서 드는 생각은....

'이번에도 참 재미없고 진지하네..ㅠㅠ'라는 반성입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대중들이 원하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정보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용어들이 남발되거나 혹은 대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정교하고 치밀하며 나쁜 영향력을 미치는 가스라이팅은 심리치료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일대일 상황에서, 장기적 치료 관계 속에서, 강한 의존적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내담자분들의 경우에는 실제 증상이나 문제가 있는 경우들이 많으며, 치료자는 이를 고려하여 치유해야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 치료자에게는 고도의 전문성과 강력한 윤리의식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면 사람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최근 일련의 기사들을 보면서, '나는?'이라는 생각들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스라이팅에 대한 균형적이고 건강한 생각과 판단을 하시는데 부디 도움되시기 바랍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A%B0%80%EC%8A%A4%EB%9D%BC%EC%9D%B4%ED%8C%85


https://brunch.co.kr/@mindclinic/301


https://brunch.co.kr/@mindclinic/304


https://brunch.co.kr/@mindclinic/310


https://brunch.co.kr/@mindclinic/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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