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Dependent Person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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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고 싶어 하는 광범위한 욕구를 가지는 것
어떠한 행동이든지 타인의 도움을 얻고자 함
타인의 보살핌과 지지를 얻기 위한 처절한 노력
끊임없이 요구하며 결정해줄 것을 기대함
스스로 해야 하는 의사결정에서 매우 어려워함
새로운 프로젝트나 혼자 일처리 하는 하지 못함
관계가 정리되면 빠르게 다른 의존 관계를 추구함
최근 C19로 인하여 급작스럽게 재택근무가 늘어났다. 갑자기 경험하게 된 재택근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 제각각이다. 물론 업무의 특성이나 회사 특성상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의 경험 등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적인 변인을 제외한다면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나 효율성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인은 '성격'이다.
재택근무랑 각자 별도의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업무 상 교류나 관계는 화상이나 전화와 같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과업중심적인 사람들은 재택근무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 왜냐하면 과업이란 결국 업무의 내용에 초점을 두는 것이고 이를 전달하는 형식(즉, 관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관계중심적인 사람들은 재택근무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이들은 업무 자체도 중요하나 그것이 이루어지는 형식(즉,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계 중심적인 사람들은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계를 넘어서는 인간적인 교류나 소통도 업무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그 안에서 경험하는 희로애락 자체가 의미요 가치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도움이나 도움받기 등을 통해 더욱더 돈독해지고 굳건해지는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재택근무는 외로움과 심심함을 느끼게 하며, 집중력이나 효율성마저도 저하되는 느낌을 많이 경험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바로 '의존적' 성격(장애)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며, 타인의 보호나 도움이 중요하며 보살핌이나 지지를 통해서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한다. 업무 상에서도 타인의 확인과 보장이 필요하며, 스스로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불안정해진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의존적 성격의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는 쥐약과 같은 업무 형태이다.
의존(依存/dependence)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타인의 절대적인 돌봄과 지원이 없다면 생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유아기나 아동기까지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양육이 필요하며, 그 이후에도 스스로 독립이 가능할 때까지는 의존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나이를 먹어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이나 정서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존이 필요 없어지는 진정한 독립은 어떻게 오는가? 절대 오지 않는다! 상대적인 독립은 있을 수 있으며, 아예 산골짜기 들어가서 혼자 사는 '자연인' 정도가 아니라면 절대적인 독립이란 없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대신에 또래집단이나 주변의 다양한 관계로 의존의 형식이 바뀐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의존 VS 독립의 상대적인 중요도나 비중이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절대적이고 완벽한 독립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되면 1차적인 독립 시기가 찾아온다.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부모의 결정이나 의견에 반기를 들면서 소위 '중2병'이라고 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 스스로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찾아간다. 본인의 의지나 요구에 따라 움직이려고 하고, 부모의 통제나 간섭을 거부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더 성장하여 직업을 가지고 충분한 경제적 능력까지 가지게 된다면 굳이 부모에 대해서 크게 의존할 일이 없어진다. 단지 정서적인 교류나 관계 수준의 의존이지 이제는 알아서 살아가는 인생이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결국 다른 사람들(배우자나 회사 동료, 친구 등)에게로 의존이 분산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는 건강한 의존을 발달시키게 된다.
의존도, 그리고 독립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핵심적인 심리적 요소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각 개긴의 특성이나 선호에 따라 각 사람마다 요구하거나 바라는 수준이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독립과 의존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양면적이고 상반되는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이 양면적 특성들이 얼마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서 건강한 의존이 되기도 하고 항상 불안감과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병적인 의존이 되기도 한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보통 타인들에게 협조적이고 우호적이다. 그리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받아들임에 있어서 개방적이고 수용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화와 타협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들이 많다. 회사에서도 상사의 의견을 잘 따르고 수용하는 '착한 부하'로 인식되며, 동료들 사이에서도 '선한 동료'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거나 혹은 제대로 맘먹고 의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선하거나 착한 사람"이 아니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주 성가시고 귀찮게 하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가 있다.
4살짜리 자녀가 엄마한테 '엄마, 나 오늘 무슨 옷 입어?'라고 묻거나 학교에서 했던 일을 얘기하면서 '나 잘했어?'라고 질문하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런데 직장생활 10년 차가 넘은 40세 전후의 직장인이 출근하면서 입을 옷을 놓고 '나 오늘 이 옷 입어도 돼? 괜찮아 보여?'라고 질문하여 확인받아야만 한다던가, 자신이 만든 기획안에 대해서 'OO님 이거 어때요? 괜찮아요? 큰 문제없을까? 와.. 됐다! 이제!!'나 '나 오늘 점심 뭐 먹지? 뭐 먹는 게 좋을까?'라고 계속 질문한다면 어떻겠는가? 이런 (타인을 성가시게 한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자신감 없는) 행동들이 의존적 성격의 대표적 문제행동이다.
의존적 성향이 작은 독립적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독립적인 업무 수행 능력이 우수하며,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책임지고 감당해 낸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갈등이나 대립이 예상되더라도 이를 관철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그런데 의존적 성향이 높은 경우에 독립적인 의사결정이나 업무 수행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누군가의 지시에 맞추어 행동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내적인 확신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여 상황을 주도하고 리드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또한 타인의 의견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고 수용적이기는 하나 실제로는 완전히 그것을 받아들여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내적인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나 원하는 바를 접고 상대에게 동의를 해주는 것이다. 그 속은 얼마나 답답해서 문드러지겠는가?!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
그런데 팩트는 무엇일까? 의존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에 객관적인 진단 결과 등에서는 대인관계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업무 수행 능력 상에서도 타인에 비하여 능력 자체가 떨어지거나 일을 못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너는 내가 책임질게!'라는 상대의 보장과 '잘했네~ 이렇게 하면 돼! 제대로 한 거 맞아!!'라는 타인의 확인이 필요할 뿐이다.
즉 객관적 능력이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내적인 심리적 태도 상의 이슈인 것이다. 거의 동일한 수준의 작업과 업무를 완수해 놓고도 타인이 확인하고 인정해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천지 차별인 것이다. 본인 스스로 높은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에서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가지지 못한다. (자신의 결과를 인정해줄 수준의) 권위자나 의존 대상자가 이를 검증하고 확인해줄 때에 비로소 심리적 안정감과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본 업무 수준이나 품질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이다. 내적인 자신감과 건강한 독립성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 스스로의 행동과 결과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은 높여야 하는 이유이다.
의존적 성격의 사람들을 상담하거나 심리치료하는 경우에 다음과 같은 대화를 자주 하게 된다.
상담자.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결과가 어떤 거 같습니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이 정도 수준이면 만족할만한 수준인 것 같아요?)
내담자. 네.. 뭐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습니다. 지난번 보다도 나아요.
상담자. 그럼 상사(혹은 의존 대상자)는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 거 같아요?
내담자. 음.. 아마도 잘했다고 하실 거 같아요..^^
상담자.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상사도 잘했다고 할 것 같다는 말이죠?!
내담자. 네 그렇죠.
상담자. 그러면 굳이 그것을 상사에게 확인받아야만 하나요?
내담자. 그럼요.. 그건 단지 제 생각일 뿐이지 진짜로는 어떻게 하실지 모르잖아요.
상담자. 본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괜찮다면서요?
내담자. 에이.. 그건 제 판단이죠.. 제 판단을 어떻게 믿어요! 그래도 부장님이 한번 '잘했네~ 이 정도면 됐어!'라고 좀 말해주시는 것을 들어야 마음이 편하죠^^
이들은 객관적으로 볼 때에는 착하고 순한 성격의 조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좋은 사람들이다. 다만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핵심적 이슈는 바로 스스로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동일한 결과를 놓고도 본인의 판단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반면에 (자신이 의지하는) 타인의 판단과 피드백에 의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슈이다. 따라서 그들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그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거슬리는 행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 내 생각이나 감정을 억제하고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확신과 믿음, 그리고 그에 근거하여 스스로도 강점과 가치가 있음을 깨달아 자신감과 당당함을 회복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학습한 건강한 독립은 평생 이들을 자유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