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May 10. 2020

네버엔딩 '의심' 스토리. 편집적 성격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Paranoid Personality

Photo by Nick Loggie on Unsplash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 Paranoid Personality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자신의 마음이나 속내를 널어놓지 않음 

앞에서는 별 말이 없었으나나중에 알고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던 것이 드러남 

쉽게 모욕감을 느끼고 이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함

사과 등에 의해서도 쉽게 감정이나 생각을 바꾸지 않음 

사소한 증거들이나 자료를 꼼꼼하게 모으는데 능함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나 애인을 의심함 


(발췌 및 인용 From DSM-IV)



1. 의처증 및 의부증의 심리학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의심하는 문제이다. 물론 실제로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도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의심의 정도에 영향을 미칠 뿐이지 편집증적 성격의 사람들은 "의심 자체가 습관화" 되어 있다. 


의심 자체가 습관화되어 있다는 것은 몇 가지 세부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사소한 문제나 중립적 사건에 대해서 과도한 해석이나 의미 부여를 한다. 

두 번째는 해석이나 의미 부여 과정이 부정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세 번째는 부정 편향된 과도한 의미 부여를 엮어서 체계화시킨다. 

이 세 가지 단계를 정교하게 거치면서 상당히 체계적이고 완고한 부정적인 해석 체계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부부나 연인 간에는 심리적 상태 등에 따라서 다소 퉁명스럽게 얘기를 하거나 짜증을 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한 반응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라고 질문하여 상대방의 상태에 대해서 확인하거나 혹은 '짜증 내지 마라~ 나도 힘들거든! 나도 짜증 낸다?!'라고 맞짱을 뜨면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하고 특히 부정적으로 해석을 하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갑자기 왜 짜증을 내는 거지? 나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식었나? 그렇다고 저렇게 나를 막 대해도 돼? 애정이 식었다고 저렇게 막 대하는 거는 너무 한 거잖아?! 그럼 나 말고 다른 이성이 생긴 건가?ㅠ 와 배신당했네!!  대체 누굴까?................'

이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나중에는 너무너무 화가 나거나 상대방이 다른 이성이 생겼다는 전체 하에 추궁을 시작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일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사나 동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이전과는 좀 다른 태도라고 느껴지게 행동할 수 있다(예를 들어 그 전날 부부 싸움을 했다던가, 혹은 연인과 헤어졌거나, 아니면 상사의 상사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던가 등). 이를 자신과 관련지어 해석하고 의미부여를 하는 순간 사건은 터져버린다. 

'무슨 일이지? 나를 대하는 게 좀 달라졌는데.. 좀 불편해하는 거 같은 걸 보니, 안 좋은 일인가? 혹시 나를 내보내려고 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ㅠ 나보다 일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나야?......'

이 정도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계속해서 체계화되면 거의 "(나를 내보내기 위한) 음모" 수준의 체계적인 생각이 굳어진다. 



2. 힘들면 누구라도 의심이 늘어난다.  


그런데 혹시 위에서 언급한 연속되는 의심 과정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에도 힘든 일을 겪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이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실제로 했다고 하면 이는 과도한 의심이 아니라 근거에 기초한 합리적 의심이 된다. 만약 지난해 고과 면담에서 성과에 대해서 심하게 지적받고 '뚜렷한 개선이 없으면, 우리 도저히 같이 일 못합니다! 정말 각성하고 열심히 해야만 해요!!' 정도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면 '혹시 퇴사시키려고 하나?' 하는 생각은 근거 있는 예상이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잉 해석과 의심 패턴이 만성화되어 있는 성격이라면 다른 문제가 된다. "힘들어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편향된 생각들을 많이 하다 보니 마음이 힘들어짐"이 생기는 것이다. "힘들어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발생"하는 것은 힘듦이 감소하면 부정적인 생각도 없어지고 생각의 균형을 다시 잡을 수 있다. 반면에 "부정 편향된 생각들을 많이 하다 보니 마음이 힘들어짐"은 어떤 상황에서든, 혹은 환경이 변화해도 동일한 패턴을 보이게 된다. 이 부분이 바로 정상적인 반응과 성격 상의 문제를 가름하는 핵심 포인트이다. 


즉 상황적인 변인이나 일시적인 이슈로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다시 회복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제 발생과 회복, 그리고 때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들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런데 성격 상의 문제인 경우에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부정적 사고의 패턴을 보이며 점차로 더 힘들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처음에는 안 그래 보인다.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결심하고 다짐하여 어느 정도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거나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부정 편향된 생각들을 많이 하다 보니 마음이 힘들어짐"이 늘어나게 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심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3.  의심이 필요한 직업은?


직업이나 역할 중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것을 미리부터 예상'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는 경찰이나 감사팀이다. 보통은 사람들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의심 먼저 해보는 습관이 형성되게 된다. 혹은 업무 상 QA나 회계 등의 경우에도 매우 정교하고 꼼꼼하게 문제가 있을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확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발생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히 긴장하면서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직업병'이라고 한다. 업무 상 반복되는 행동으로 인하여 일상적 상황에서도 유사한 패턴들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업무 상에서의 스트레스도 심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도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역으로 보면 이와 같이 의심하거나 세밀한 것을 요구하는 직무에 이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요구 직무와 성격이 맞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격적으로 세밀하고 정교한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잘 소화한다. 게다가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정확도가 높아 직장 내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잠재적인 문제를 예상하고 그에 대해서 사전에 미리 대처하여 해결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이 때문에 업무 상 문제 발생 비율이나 빈도가 줄어들고, 업무 품질이 향상된다. 또한 대인관계에서도 조심스럽고 신중한 대인관계 패턴을 보이며, 상당히 정중하고 예의 바른 태도들을 보인다. 대단히 훌륭한 행동이지 않은가?!


다만 대화를 하거나 업무 처리를 하다 보면, 어딘가 벽이 있다고 느껴지거나 솔직하고 개방적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또한 업무 상 관계에서는 오히려 방어적이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으나 부부나 연인처럼 친밀하고 깊이 있는 관계의 경우에는 깊이 있고 진지한 신뢰 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보일 수도 있다. 더욱이 본인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그리고 축적된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어려움이 축적되어 대인관계 상 갈등이나 업무 상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4. 본인도 편하고, 타인도 편하게..


편집적 성격은 대표적인 '본인도 힘들고, 타인도 힘들게 하는 성격'이다(매거진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야?' 중 "자신이 힘든 성격과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 참조. https://brunch.co.kr/@mindclinic/218). 단, 항상 남을 힘들게 하기보다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타인을 힘들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거나 깊이 있는 관계인 경우에 다른 성격보다 타인을 힘들게 한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우선은 본인이 편안해질 필요가 있다. 심리적인 에너지를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사소하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자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일, 혹은 중요한 일에만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 '생각을 멈추거나 다른 생각으로 돌리는 기법('주의분산법'이라고 함)'을 학습하는 것이 유용하다. 또한 에너지를 투자하는 경우라도 균형적 사고가 중요하다. 부정 편향된 사고를 줄이고 분명한 근거나 팩트에 기초한 합리적이고 균형적 사고를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대인관계 등과 같이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매거진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2' 중 "문제중심적 사고 버리기 (feat. 균형적 사고)" 참조. https://brunch.co.kr/@mindclinic/95). 


이와 같이 내적인 심리적 평화와 안정감을 학습하고 획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관계도 개선된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가 줄어들면서 긍정적 교류 행동이 증가한다. 따라서 상대방도 긍정적인 반응과 우호적 행동이 늘어나게 된다. 이나저나 업무 상 관계에서나 딱히 깊이 있는 심리적 교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이상 잘할 필요도 없고, 문제나 갈등을 겪을 필요도 없다. 대신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주의하고 집중하면 더욱 좋다. 




사기꾼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 즉 타인을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이처럼 적절한 의심과 조심은 생존에 꼭 필요한 문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어떤 것과도 마찬가지로 너무 강한 의심이나 신중함은 본인은 물론 타인도 힘들게 할 수 있다. 


의존이나 독립의 경우에도 너무 부족하거나 넘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듯이 적절한 의심과 조심은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다. 다만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던가?! 너무 과한 경우에는 항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자신의 인지적 통제 하에서 조절하는 능력을 학습한다면 '꼼꼼하고 신중하면서 정중하고 예의 바른 쿨맨'이 될 것이다!^^ 타인들의 존경과 부러움은 덤으로 오게 된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93


https://brunch.co.kr/@mindclinic/95


https://brunch.co.kr/@mindclinic/218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1.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반사회적 성격 (Antisocial Personality)

#2. 팜므파탈의 치명적 매력 : 경계성 성격 (Borderline Personality)

#3. 내가 주인공이다! : 연기성 성격 (Histrionic Personality)

#4. 자신만만함을 넘어서는 거만함 : 자기애적 성격 (Narcissistic Personality)

#5. 거절에 대한 두려움 : 회피성 성격 (Avoident Personality)

#6. 죽음이 우리는 갈라놓을 때까지 : 의존적 성격 (Dependent Personality)

#7.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 강박적 성격 (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8. 네버엔딩 “의심” 스토리 : 편집적 성격 (Paranoid Personality)

#9. 사무실의 로빈슨 크루소 : 분열성 성격 (Schizoid Personality)

#10. 최악의 훼방꾼 : 수동-공격적 성격 (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