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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19. 2020

내가 주인공이어야 해! : 연기성 성격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Histrionic Personality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틸컷 from 네이버 영화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기를 원함

부적절한 성적 유혹이나 도발적인 행동을 함

감정의 깊이가 부족하며 변덕이 심함

외모를 이용한 관심 끌기

피상적이고 막연한 이야기 패턴

과장된 감정 반응을 보이나 깊이 있는 관계 상 어려움

주변이나 환경의 변화에 민감


(발췌 및 인용 From DSM-IV)



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너무도 유명한 영화이다. 워낙 오래전 영화이기 때문에 직접 보지는 못한 분들이 많겠지만 아마도 그 이름과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비비안 리가 열연했던 스칼렛 오하라라는 캐릭터는 이 영화를 대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정신의학 측면에서는 바로 이 스칼렛 오하라가 연기성 성격의 특징들을 잘 드러내는 인물로 본다. 


전반적으로 보면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헤쳐나가고 극복하여 결과적으로는 성취를 이루는 여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외모로 주변에는 항상 이성의 관심과 애정으로 가득하였지만 이에 대한 독점욕은 불행의 씨앗이 된다. 탁월한 외모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질투와 시기로 얼룩져 있으며, 이로 인하여 행복과는 먼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심리적 상태를 보인다. 


사랑을 갈구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여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일이라도 서슴지 않는다. 화려한 외모와 이를 이용한 유혹, 그리고 그 결과로 얻게 되는 남자들의 사랑과 돈! 하지만 결국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공허한 사랑의 반복과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만이 남게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연기성 성격(장애)과 아주 닮은꼴이다. 



2.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만 해!


영화에서의 '주인공'이라 하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 모든 상황이 이루어지며, 나머지 사람들은 조연의 역할로서 주인공을 뒷받침 해준다. 연기성 성격의 가장 주된 특징은 바로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서 매우 노력한다. 따라서 주변의 인정이나 관심에 민감한 편이며, 주목을 받기 위해 드러나 보이는 외적인 면을 꾸미는데 집중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좌절한다. 


이처럼 자신이 기대하고 원하는 만큼 충분한 인정과 관심이 집중되지 못하는 경우, 이들의 두 번째 특징인 불안정한 감정적 반응과 행동이 발생하게 된다. 보통은 이들의 감정 패턴에 대해서 변덕이 심하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명쾌하고 논리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기대와 관심이 없으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본인이 충분히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한에서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상태가 된다. 만약 이와 같은 상황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내적인 부정적 감정이 드러나게 되고 이들의 감정적 패턴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정과 관심에 대한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라는 핵심적 전제가 있다. 


이처럼 인정과 관심 요구가 좌절되는 경우 일상적인 행동 이상의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들의 세 번째 특징이다. 상식적이고 일반적 수준에서 외모를 이용한 관심 끌기 등은 그래도 적절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정에 대한 내적 요구가 좌절되는 경우에는 '자연스러운 수준의 외모 끌기'를 넘어서서 '부적절한 성적 유혹이나 도발적인 행동'도 시작된다. 본인의 부정적인 내적 정서로 인한 행동적 문제들, 그리고 그로 인한 주변과의 관계 문제 등 복합적인 영역에서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3. 겉은 화려하나.. :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위험성


이들은 실제 장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우선 외모 관리에 신경 쓰기 때문에 실제 외모나 옷 입는 스타일이 좋은 편이다. 따라서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인상을 준다. 게다가 사교적인 성향이 높기 때문에 상당히 호감형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관계 초반에 칭찬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 표현('OO님 정말 마음에 들어요~', '어쩜 그렇게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세요?! 대단하다~' 등)을 자주 하여 사람을 설레게 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패턴은 관계가 지속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를 진지하게 다루거나 해결하는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전의 우호적인 관계와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관계가 틀어져 사이가 좋지 않아 진다던가, '친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등과 같은 생뚱맞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이 주인공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타인을 인정하거나 존중하기보다는 '깍아내리거나 험담'을 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일도 있다. 


특히 업무적 측면에서는 기대보다 못 미치는 경우들이 많다. 이들이 절대적으로 무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못하다!'는 의미이다. 회사 같은 경우 좋은 인상과 호감형 행동으로 인하여 면접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꼼꼼함이나 정교함이 떨어지는 경우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이들의 주요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관계와 감정적 교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나 효율성이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초반에는 '죄송해요~ 제가 실수했네요ㅠㅠ 죄송해서 어쩌죠?' 등과 같은 자세로 인해서 주변에서도 양해하고 이해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패턴이 지속되면 결국 업무 상 문제들이 발생하며, 진지한 지적이나 통제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수준에 이르면 진지한 갈등이 되기 때문에 본인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반성보다는 타인 탓(근데 이거 OO님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런 거예요ㅠㅠ)을 하거나 혹은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에 대한 서운함이나 감정적 반응 (왜 팀장님은 맨날 저만 혼내세요? 왜 저만 미워하시는 건데요?ㅠㅠ)등을 보인다. 



4. 내재적 자아와 외현적 자아의 균형과 조화


이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내적 자아에도 외모만큼이나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외적인 모습과 타인과 교류하는 부분들에 집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적 상태나 자기 행동 이면의 내적 프로세스에는 관심이 적다. 이와 같은 자신의 내적/심리적 과정에 대한 보다 진지한 통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외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이나 행동이 조절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감정관리 능력의 개선과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은 감정적이다. 그런데 본인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내적 프로세스와 사고로 인해서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고 조절하는 능력은 취약하다. 그래서 순간순간의 감정적 상태에 따라 행동하는 과정에서 문제 행동이 반복되며 교정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패턴은 결국 본인에게도 해가 되고 더 큰 스트레스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세 번째는 자신의 행동과 관련된 타인의 반응 및 그로 인한 결과들을 연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들의 반복적인 문제 패턴을 가장 잘 드러내며, 전형적으로 많이 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왜 OO님은 저만 미워해요?'라는 말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1) 본인은 문제의식이 없으며, 2) 그게 남 탓이라고 생각하고, 3) 문제가 생긴 과정에 대해서 분석하기보다는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역으로 이들의 개선점은 1) 본인이 유발한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고, 2) 타인의 반응이나 행동 중 내가 유발하고 자극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구별하여 개선하려고 하며, 3) 이를 통해 자신의 전반적인 행동이나 문제 상황에서 본인이 기여하는 바와 그에 따른 타인의 반응을 고려하여 재해석하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연기성 성격의 글을 읽고 나면, 아마도 주변에 함께 생활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 중 몇 사람이 떠오를 수 있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글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통찰을 얻으라는 의미이겠지만, 예상할 수 있는 그들의 반응은 '맞아 맞아! 이런 사람들 있어!', '이런 글을 왜 저한테 보여줘요?', 혹은 'OO님은 정말 제가 밉군요? 제가 그렇게 싫어요?'라는 반응 중 하나를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든 당신과 그 사람은 앞으로 사이가 나빠지고 차갑고 냉정해진 상대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반면에 본인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글을 본다면 아마도 해결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도움을 얻을 수는 있다.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사람을 이해하면 너무 이상적인 기대나 요구를 안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불필요한 실망과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현실적 기대에 의한 현실적 만족이라는 타협이 가능해진다. 또한 갈등이나 문제 요소를 파악하여 이를 예방하거나 혹은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1.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반사회적 성격 (Antisocial Personality)

#2. 팜므파탈의 치명적 매력 : 경계성 성격 (Borderline Personality)

#3. 내가 주인공이어야 해! : 연기성 성격 (Histrionic Personality)

#4. 자신만만함을 넘어서는 거만함 : 자기애적 성격 (Narcissistic Personality)

#5. 거절에 대한 두려움 : 회피성 성격 (Avoident Personality)

#6. 죽음이 우리는 갈라놓을 때까지 : 의존적 성격 (Dependent Personality)

#7.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 강박적 성격 (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8. 네버엔딩 “의심” 스토리 : 편집적 성격 (Paranoid Personality)

#9. 사무실의 로빈슨 크루소 : 분열성 성격 (Schizoid Personality)

#10. 최악의 훼방꾼 : 수동-공격적 성격 (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303


https://brunch.co.kr/@mindclinic/304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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