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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12. 2020

팜므파탈의 치명적 매력 : 경계성 성격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Borderline Personality

Photo by Sidney Pearce on Unsplash



대인관계가 불안정하고 감정적임

지나친 이상적 기대와 과도한 실망과 격하를 반복함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상태로서 자아상이 불안정함

폭식, 성관계, 약물 복용, 난폭운전 등에서 충동 제어 상 어려움을 경험함

만성적 공허감과 자살기도나 자해 경력

정서적인 불안정성이 높고 감정적 제어가 어려움

스트레스가 격해지면 분열 증상을 보일 수도 있음


(발췌 및 인용 From DSM-IV)



1.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뉴욕의 성공한 변호사인 댄 갤러거(마이클 더글라스 분)는 사업관계로 만난 매력적인 알렉스 포레스트(글렌 클로스 분)와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즐기는 마음이었던 댄과 달리 알렉스의 집착이 시작된다. 그녀의 집착은 점점 심해져 폭언으로 가득한 이프를 보내거나 승용차에 염산을 붓는 등의 행동을 보이며 자해로 위협을 하기도 한다. 그의 집에 몰래 침입해 그 가족들과의 생활을 보면서 질투심에 사로 잡혀 분노하기도 한다. 결국 딸이 기르던 토끼를 죽여 냄비에 끓여버리는 등 엽기적인 행각은 물론 그 딸을 놀이동산에 데려가 댄과 그 부인이 공포에 떨게 만드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에는 집에 쳐들어와 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부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것으로 긴 악몽은 끝나게 된다. 

(1987년작, Fatal Attraction)


위 내용은 Fatal Attraction이라는 미국 영화의 줄거리이다. 에로틱 스릴러의 새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영화로서, 당시 미국 흥행 2위를 기록하였다고 하며 제6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후보작으로 올랐던 수작이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영화의 내용이나 품격과는 상관없이 '위험한 정사'라는 다소 천박한(?)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알렉스'가 바로 경계선적 성격장애의 전형을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모든 경계선적 성격장애가 이 영화에 나오는 알렉스와 같은 무자비한 범죄 수준의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계선적 성격('장애'라고 진단 내릴 정도 되는 수준이라면!)에서 나타나는 내적인 심리적 프로세스 및 주변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갈등은 유사하게 볼 수 있다. 경계성 성격이 보이는 극단적 이상화 경향과 잇따르는 실망과 분노, 이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공격적 행동,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자해적 행동까지 그 과정이 세밀하게 잘 드러나 있다. 게다가 그 묘사 과정 또한 상당히 극적이고 리얼한 면들이 있었으며, 주인공들의 섬찟할 정도의 탁월한 연기력이 이 영화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Fatal Attraction 포스터



2. 경계성 성격의 주요 특징들


이들이 보이는 첫 번째 가장 큰 특징은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낮은 수준의 자기존중감을 보이며, 스스로에 대한 자아상이 불안정하거나 부정적인 경향들이 뚜렷하다. 그래서 내면에는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과 부적절감 등이 강한 편이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자해나 자살과 같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쉽게 보인다. 결국 이와 같은 내적인 부정적 자아상은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타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불행하고 힘든 경험을 한 경우도 많으며, 안정적인 돌봄과 신뢰를 형성하기 어려운 성장과정을 보인 경우들이 많다.


경계성 성격이 보이는 두 번째 특징은 '양극적인 대인관계'이다. 이들의 불안정한 자아상은 결국 심리적 공허감을 채우고 심리적 안정감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깊은 공허감과 불안정한 심리적 자아상으로 인하여 건강하고 균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 관계 초반부터 상대방이 결핍된 나의 요구와 기대를 만족시켜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도한 요구와 기대는 필연적으로 실망과 좌절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상대방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바뀐다.


이를 타인의 입장에서 재조명해보면, 일단 관계가 맺어지게 되면 일반적 관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감정적 교류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패턴이 한편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색다른 강렬함과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즉 영화에서나 보던 극적인 관계가 나에게도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독특한 환상적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속되는 애정 확인과 감정적 불안정, 그리고 점차로 커지는 상대방의 (애정) 요구를 맞춰주기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이 되면 결국 강렬한 매력과 짜릿한(?!) 감정적 교류는 강력한 분노와 적대감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류 과정에서 경계성 성격이 보이는 세 번째 특징인 '정서적 불안정성'이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마치 열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듯한 정서적 불안정성이 극대화된다. 불안정한 자아상으로 인하여 평상시에도 기분의 변화가 큰 편이다. 이에 더하여 나의 이상적 기대를 맞추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타인과의 교류가 시작되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현실적 관계 속에서 또다시 실패와 좌절이 발생하면서 이는 다시 분노감과 적대감, 그리고 내적인 부정적 감정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리고 극적이고 양가적인 불안정한 감정패턴은 더욱 심해진다!



3. 본인도 힘들고 타인도 힘들게 하는 성격


직업 상 '누가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에 대한 대답은 '본인이 너무 힘들거나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경우!'라고 답변을 해준다. 하지만 '본인은 힘들지 않으면서 타인들만 힘들게 하는 경우'에는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은 고통이 없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없어서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보면, 경계성 성격은 '본인도 힘들면서, 타인도 힘들게 하는' 전형적인 성격이다. 반면에 본인의 고통이 타인들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치료가 쉽지 않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가 너무도 우울하고 불안정하며 심리적인 고통 속에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신의 고통이 타인들(예를 들면 자신을 잘못 키운 부모나 맞춰주지 않는 배우자 등)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일반적인 상황이나 직장 같은 곳에서는 경계성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에 깊이 있는 대인관계가 필요한 연인이나 부부 관계 혹은 가족 내 역동 등에서만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들이 많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이들이 가진 문제는 자아상이나 대인관계 패턴 등 어느 정도는 깊이 있는 관계들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회적 역할이 정해져 있는 직장 등에서는 이와 같은 깊이 있는 내면의 아픔들은 숨긴 채 지내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일반적인 관계에서 보이는 모습과 가까운 사이에서 보이는 모습이 매우 다를 수는 있다. 그래서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의 배우자나 연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들도 있다. 남들에게 얘기해봐야 '에이.. 그럴 리가..?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등의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거나 '네가 너무 문제점만 보는 거 아니야? 그러게 좀 더 잘해줘~'라고 오히려 역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깊이 있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역동은 아무도 모른다. 그들만이 알 수 있다.



4. 안정적이고 신뢰로운 대인관계의 재구성


보통 '경계선적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의 경우 성격장애 범주 중에서도 '심각한 성격장애(Severe Personality Disorder)'로 분류된다. 그만큼 본인의 심리적 고통이나 행동적 문제들이 심각한 편이며, 치료 또한 오래 걸리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이들의 문제는 건강한 자아상 및 자기존중감의 재형성 및 타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태도 및 전반적 교류 패턴에 대한 재구성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그동안의 대인관계를 극복하고 이겨낼 정도의 대인관계 재구성이 쉽겠는가?! 그래서 심리치료 과정에서도 치료자에 대해서도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중간에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Drop)도 많다. 또한 부부 관계 등에서도 공격적인 행동과 배우자에 대한 의심,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하여 잦으면서도 강렬한 부부 싸움 등의 문제들을 보이기도 한다. 회사 등과 같은 곳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급-친해짐이라고 느꼈다가도 어느 날 행동이나 태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등의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두 가지는 일관성과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긍정적 피드백과 인정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자아상과 자기존중감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타인들에 대한 비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기대를 낮추고 현실화하여 이후에 발생하는 좌절과 실망, 그리고 그로 인한 분노와 적대감을 낮추어야 한다. 실제로 이들의 대인관계 기술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충분한 관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이스하고 매력적인 사람인 경우도 많다. 


다만 이와 같은 과정이 쉽지는 않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심리치료의 경우에도 장기로 가는 경우가 많으며, 배우자의 경우에도 오랜 기간 동안의 안정적이고 신뢰로운 관계 속에서 점차로 나아지고 개선된다. 우선은 이들의 급격한 감정 변화로 인한 본인의 내적 고통 및 관계 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신뢰와 안정감이 밑바침 되어야 한다.




보통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의 배우자들도 양가적인 감정을 가진다. 관계 상 갈등과 문제로 인하여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들 내면의 심리적인 어려움 및 절절한 사연을 알게 되면 '측은지심'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너무 힘들게 살았던 과거 경험들이 있기도 하고, 그 내막을 알고 보면 지금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 아픔을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성격적 문제들 중에서 치료를 가장 권하는 범주는 '본인도 힘들고, 타인도 힘들게 하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본인도 힘들고, 타인도 힘들게 하는 과정에서 모두의 심리적 손상이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집중적인 치료나 상담을 통해서 당장의 심리적 고통이나 갈등 대처는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심리적 상태의 개선과 대인관계 문제의 최소화와 발전은 순순환의 시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더 큰 의미 있는 시작과 이후의 개선과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18


https://brunch.co.kr/@mindclinic/303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1.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반사회적 성격 (Antisocial Personality)

#2. 팜므파탈의 치명적 매력 : 경계성 성격 (Borderline Personality)

#3. 내가 주인공이다! : 연기성 성격 (Histrionic Personality)

#4. 자신만만함을 넘어서는 거만함 : 자기애적 성격 (Narcissistic Personality)

#5. 거절에 대한 두려움 : 회피성 성격 (Avoident Personality)

#6. 죽음이 우리는 갈라놓을 때까지 : 의존적 성격 (Dependent Personality)

#7.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 강박적 성격 (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8. 네버엔딩 “의심” 스토리 : 편집적 성격 (Paranoid Personality)

#9. 사무실의 로빈슨 크루소 : 분열성 성격 (Schizoid Personality)

#10. 최악의 훼방꾼 : 수동-공격적 성격 (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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