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최근 이슈가 되는 모 연예인 사건이 점입가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특정 남자 배우와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통제 행동(가스라이팅)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과거의 학폭 문제를 비롯해서 해외 유학 경험 등을 포함해 그동안 해왔던 거짓말로 논의가 확장되는 양상입니다.
또한 부부 생활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보여왔던 집이나 재산, 그리고 경력 등이 모두 가짜로 판명되어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이처럼 '거짓말로써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는 현상'을 보통은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이는 보통 상습적인 거짓말과 행동을 말하는 것으로서 보통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주요 증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편적 심리적 현상 중 하나입니다.
리플리 증후군의 핵심적 특징은 상습적 거짓말과 행동입니다.
즉 거짓말을 일삼고 사실이 아닌 허위로 자신을 꾸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연예인들의 학력 위조 사건이나 재산이나 배우자의 경력을 속이는 경우나 선거철이면 나오는 정치인들의 거짓 경력 제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은 거짓말과 거짓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의 이익과 목적 성취를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거짓말이나 타인을 속이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적 특징을 보이는 대표적인 성격장애가 반사회적 성격장애이며, 이 때문에 리플리 증후군을 반사회적 성격장애 증상의 일부로 보는 관점들이 존재합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이는 '사깃꾼'들의 특징적 행동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즉 타인을 속여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으로서, 부정적이고 나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속이고 등쳐먹는 것이죠.
이는 엄격히 말하면 자신의 나쁜 의도 자체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태로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서 이는 범죄이기 때문에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와 같은 거짓말과 과장되거나 꾸며진 행동이 심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즉 자신을 심리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달성하기 어려운 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자신의 욕망을 달래기 위해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재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고 왜곡하여 지각하거나 혹은 심리적인 착각을 통해 내적인 실망이나 좌절을 줄이고자 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일종의 방어기제(Defense Mechnism)로 볼 수 있으며, 여러 가지 형태로 자신의 심리적 손상을 방지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경우들은 본인 스스로도 이를 거짓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사실로 믿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타인들에게 거짓된 말과 행동을 보이기 이전에 스스로를 속이는 것입니다.
때로는 이와 같은 내적 상상이나 비현실적인 착각이 지나치게 정교하고 체계적인 경우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로 진단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분들 중 상당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처럼 타인을 착취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혹은 대중)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과 거짓행동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거나 혹은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어쩜 저리 태연히 거짓말을 할까?' 혹은 '어떻게 저리도 뻔뻔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마저도 속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플리 증후군 정도 된다고 하면, 스스로도 철저하게 속이기 때문에 진지한 죄책감이나 문제의식이 없으며, 오히려 거짓말이라는 근거를 제시하여도 본인 스스로 당황해하거나 쉽게 인정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다음 질문에 대해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중 우울증 환자들의 자기 인식 수준(Perceived Self)은 몇 번에 해당할까요?
1) 스스로에 대한 자기 평가를 부정적으로 하는 편이어서, 지각하는 자기 수준(Perceived self)이 실제 현재의 자기 수준(Real Self)에 비하여 더 낮다 : 지각된 자기(Perceived Self) < 현실 자기(Real Self)
2) 스스로에 대한 자기 평가가 객관적이어서, 지긱하는 자기 수준과 실제 현재의 자기 수준이 동일하다 : : 지각된 자기(Perceived Self) = 현실 자기(Real Self)
3) 스스로에 대한 자기 평가가 긍정적이어서, 지각하는 자기 수준이 실제 현실의 자기 수준에 비하여 더 높다 : : 지각된 자기(Perceived Self) > 현실 자기(Real Self)
여러분들이 선택하신 정답은 몇 번입니까?
보통 사람들은 1) 번(즉, 현실적 자기에 비하여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지각하는 것)이 우울증의 자기 인식이며, 2) 번(즉, 현실적 자기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지각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자기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눈치 빠르신 분들은 추측하셨겠지만, 실제 실험을 해 보면 2) 번(즉, 현실적 자기에 대해여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지각하는 것)이 우울증의 자기 인식 패턴입니다.
오히려 정상인이나 일반인들은 3) 번(즉, 현실적 자기에 비하여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지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엥? 내가 착각을 하고 살고 있다고요? 이게 무슨 개소리예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긍정 편향된 기대를 가지고 사는 것이 정상이라는 팩트가 잘 이해가 안 된다면, 다음의 상황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3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너는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 질문에 대하여,
1) '네 저는 열심히 하면 분명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노력해보렵니다~'
2) '음.. 글쎄요.. 제가 공부를 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대학에는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올해 대학원 정원이 OO 만 명인데, 그중에서도 좋은 대학들의 정원을 합쳐봐야 O만 명이죠. 그런데 대학을 가고 싶은 지원자는 OOO 만 명인데, 저는 그 정도 수준이 안되거든요. 좋은 대학은 고사하고 보통 대학만 가도 다행이죠..'
여러분은 누가 우울한 학생이고 누가 정상 학생으로 보이십니까?
2020년 기준 창업기업은 148만 5천 개 정도 됩니다(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자료).
하지만 현실은 창업 1년 차 생존율은 65%이며, 3년 차가 되면 42.5%로 떨어지고 5년 차가 넘도록 생존하는 기업은 3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새롭게 창업에 도전한 150만 명 정도의 New CEO 중에 진지하게 자신이 5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CEO가 많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나는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CEO가 많을까요?
더 많은 사례들을 들 수는 있으나, 이를 더 확인해봐야 우리 모두가 더 슬퍼지기만 할 것이니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ㅠㅠ
(참조. '당신의 기억을 믿습니까?' by 노박사 레오. https://brunch.co.kr/@mindclinic/492)
그렇다면 우리가 이와 같은 긍정 편향적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은 문제일까요?
저는 지금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진짜로 있다고 믿고 살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분명히 그분이 오셔서 좋은 선물을 주고 가실 것이라고 믿고 살고자 노력합니다.
물론 이 나이에 정신 못 차리고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냥 그렇게 믿고 살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제 삶을 좀 더 즐겁게 만들고, 착한 일을 더 많이 하게 할 수 있으며, 그래서 결국 더 열심히 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희망과 기대를 가지는 것은 일차적으로 현재의 정서 상태를 긍정적으로 만들며,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와 희망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바라고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이와 같은 심리적 현상을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하고 바라던 방향으로 실제 현실도 이루어지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창업자는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되어 실제로도 성공적인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보면 현실적 확률(즉 현실 지각과 객관적 판단)에 따라 생각을 하는 경우 내적 동기나 열정이 줄어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실제로 실패 확률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긍정적 기대와 희망을 주면, 그 사람은 그 기대와 희망에 맞추어 행동하게 되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에 학습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주변의 기대와 격려는 수험생들의 불안과 긴장감을 줄여주고 학습에 대한 동기와 열정을 높여주어 실제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게 됩니다.
즉 일반적이고 정상적 범주 안에서의 긍정적 기대와 착각은 충분히 생존가와 가치가 있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나 상대방에 대하여 이득이 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심리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심리적 특성도 과유불급이라는 원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의존은 대인관계를 촉진시키나 과도한 의존은 집착을 부릅니다.
건강한 신뢰는 상호 간의 발전을 이루지만 맹신은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고 필연적인 배신을 가져오게 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성을 따라다니는 현상은 '썸'이라고 하지만, 과도한 이성에 대한 집착은 '살인'을 부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전을 위한 희망적 목표 설정과 긍정적 마음 상태 정도를 만들어주는 긍정 편향된 착각은 어렵고 힘들 수도 있는 현실을 견디게 해 주며 밝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게 해 줍니다.
하지만 너무 사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 착각이나 왜곡 혹은 부정적인 의도로 인한 거짓말이나 거짓 행동은 타인들의 불신과 비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스스로 속여서라도 취약한 자기 존중감을 높이기 위한 왜곡과 착각은 결국 스스로를 파국의 길로 이끌 수밖에 없습니다.
산타클로스가 가상의 인물이고 아빠가 몰래 가져다 놓은 선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아이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몇 년 안 되는 인생이었으나 연중 내내 크리스마스 만을 보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해왔던 일련의 활동이 다 사기였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사기적 캐릭터를 활용하여 자신을 통제하려고 했던 부모나 어른들에 대한 배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리플리 증후군의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언론이나 방송에서 특정인들에 대한 엄청난 비난과 과거의 일들을 재조명하며 잘못을 들추어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로서 저의 개인적인 부탁과 바람은 '그냥 그렇게 살게 두시라는 것'과 '(의도적으로라도) 크게 비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그동안 스스로를 속이느라고 얼마나 본인도 힘들었을까..ㅠㅠ' 혹은 '차라리 무관심하거나 조용하게 관계 끊기' 정도를 권합니다.
(제 글의 특성상, 심리적 측면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높으시며, 사람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유하고 계신 분들이 주로 보신다는 가정 하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그분들이 그동안 스스로도 속이고 타인들도 속였던 진짜 현실을 직면할 때,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착각 속에서라도 지켜왔던 자신의 자존감과 스스로에 대한 가치가 다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더하여 과거 행동에 대한 엄청난 비난과 공격이 더해져 구석으로 몰아간다면 극단적인 선택 등과 같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보호해줄 방어막(착각과 거짓말)이 없어진 상태로 심리적 공격과 비난에 직면한 그분들의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의 마무리가 좀 우울하고 어두운 것 같네요.
그런데 불행히도 리플리 증후군의 끝이 바로 이렇습니다.
좋을 수가 없으며, 결국 본인이 피하고자 했던 현실이 더욱더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ㅠㅠ
스스로에게 건강한 착각과 희망을 허락하십시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더욱 더 즐겁게 & 열심히 생활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착각이 현실이 되며, 희망이 달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꼭 기업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492
https://brunch.co.kr/@mindclinic/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