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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25. 2021

꼭.치유.가장 성스러운 활동, 임신과 출산

Photo by Mulyadi on Unsplash



* '꼭.치유.시리즈'는 우리 삶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생활 사건에서 생기는 마음의 문제를 돌아보기 위한 글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는 평범해  보이는 사건들에서 느끼는 심리적 과정을 돌아봄으로써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즐기며, 아픔과 슬픔을 잘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 저의 대부분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고객분께서 임신과 출산에서 느끼는 마음의 이슈를 한번 정리해 달라는 부탁 말씀으로 글을 쓰게 되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한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며 양육하시는 (예비) 엄마 본인과 더불어 그 배우자와 가족들, 그리고 임신 중이거나 출산을 해야 하는, 혹은 출산 휴가 후 복귀한 직원과 함께 근무하는 상사나 주변 동료들이 그분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과제와 내적 프로세스를 이해함으로 서로를 잘 지원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글입니다.


* 본 글은 지극히 임신과 출산 당사자 및 그 배우자 등 엄마, 아빠가 될 분들의 심리적 측면에만 집중하여 기술한 내용입니다. 그분들을 돕고 지원하며 힐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임을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외의 다른 복잡한 접근이나 논쟁(결혼의 적절성이나 DINK, 혹은 양육과 관련된 국가적 책임 등)은 배제하고 쓴 글임을 말씀드립니다.    




인간의 활동 중 가히 최고의 "성(聖)스러운" 활동은 바로 임신과 출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성(聖)스러운'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범상한 경지를 넘어 거룩하며 고결하다(다음 국어사전)'입니다.

아이를 잉태하고 이를 10개월에 걸쳐 자신의 몸으로 보호하며, 양육과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아이가 세상에 안착하고 적응하게 하는 과정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서는 완전히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행복과 만족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가 있는 법입니다.

또한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상당한 수준의 신체적 및 심리적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문제가 생길 것에 대한 두려움은 기본입니다.

특히 출산과 육아라는 것은 행복도, 부담도, 스트레스와 걱정도 최고 수준일 수밖에 없습니다.



1. 축하드립니다! 임신하셨습니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보통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전형적으로 기쁜 일에 속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임신 자체가 어려운 시기에는 일반적인 활동(?!)을 통해서 임신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더욱 기쁜 일이겠지요.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임신을 원함에도 잘 되지 않아 시험관 아기나 인공수정을 해야 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몇천만 원을 버는 효과도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사건이 맞습니다.


그런데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좋지만은 않은 경우 혹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임신 당사자이며, 그다음은 미래의 아빠가 될 남편입니다.

물론 기쁨도 가장 크며 가장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할까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임신한 분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 부담감이나 걱정은 배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케어하고 양육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과 걱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앞으로도 임신한 채로 매일 출근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은 물론 출산 휴가나 출산 후 복귀, 혹시라도 경력단절의 가능성 등 훨씬 더 복잡한 심경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준비되지 않은 임신인 경우에는 더욱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임신을 고려한 몸 관리 등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임신이 되고, 임신과 그 이후 과정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는 더욱더 큰 내적 혼란을 겪으며, 경험하는 걱정이나 부담은 훨씬 더 크게 됩니다.

혹시라도 과음이라도 한 다음 날 두줄 나온 임신 테스트기를 보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을 겪기도 합니다ㅠㅠ


그래서 임신을 알았을 때 꼭 상담받기를 권유합니다.

기본적으로 임신과 관련된 다양한 감정과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 정돈하고,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에서 벗어나 건강한 임신을 위한 노력에 집중토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상담은 임신 당사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도 함께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예비 엄마의 가장 지근거리에서 엄마를 지원해주어야 하는 배우자가 정확한 이해에 기반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도움과 협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스스로에게 불완전함과 여유를 허락하라


Photo by Alekon pictures on Unsplash


임신을 하고 나면 본격적인 임신 증상들이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 식습관의 변화는 기본이며, 본격적인 입덧이라도 심해지면 그 불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가슴 통증이나 크기 변화와 더불어 배가 불러옴에 따른 체형 변화가 나타나며, 이와 같은 체형 변화는 이전에 입었던 멋스러운 옷들과의 결별을 의미하며, 아이와 자신을 위해 자신의 미(美)를 포기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한 출퇴근이나 쇼핑 등과 같은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동 상의 제한이나 불편감이 커집니다.  


절대로, 분명히, 그리고 확실하게!

이전(임신 전)과 같은 상태가 아니며, 이전과 같은 기능이나 수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체적으로는 1.5명을 감당하고 있는 상태이며, 낯설고 새로운 신체적 및 심리적 역할 수행과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원래 있던 직업에 더하여 하루 종일 투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찌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잘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불가능하고 과도한 기대이자 지나치게 엄격한 내적 요구입니다.


개인적 생활이나 업무 상에서 임신 전과 같은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내적 기대와 기준으로 스스로를 혹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당연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체적인 제한과 심리적 부담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동일한 수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과 신체적 및 심리적 여유를 허락하시기 바랍니다.


이는 자신의 부족함이나 무능함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성스러운"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 들일뿐입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선체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는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임산부에 대한 야근 금지나 근무시간 배려 등을 명문화한 법적인 조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있기에 이를 지키기보다는 한 개인에게나 영속적 사회 유지 및 미래의 우리 사회를 위해서 배려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3. 출산 휴가는 한 달 전부터~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


저희가 도움드리던 모-게임회사의 경우는 출산 휴가 전 상담센터에 들를 것을 권유하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만삭의 예비 엄마들은 별 기대 없이 한 번씩 상담실에 들르시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제 곧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들은 무슨 고민을 할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복잡한 생각과 감정 속에 휩싸여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출산 전에 마쳐야 하는 업무,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의 팀 걱정, 휴가 후 복귀했을 때 내 업무나 자리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나중에 아이를 키우면서 과연 자신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등...

생각보다 출산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도 회사 업무나 경력 상 단절이나 이후의 경력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습니다.

이와 같은 걱정들을 전문용어(?)로 '잡생각'이라고 하며, 그 원인을 전문용어(?)로 '기분 탓'이라고 합니다.

즉, 출산이 다가오면서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지고, 그로 인하여 여러 가지  걱정들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실제 출산에 들어가거나 혹은 출산을 한 후 본격적인 양육을 시작하게 되면 하나도 신경 못 씁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예비 엄마들의 걱정에 대해서 (일부러 & 고의로) 시큰둥하게 별일 아닌 듯이 말합니다.

'본인이 없으면 회사가 망합니까? 절대 안 망합니다, 걱정 마세요!'

'3개월 뒤에 회사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고, 그 어느 누구도 3개월 뒤 일은 몰라요..'

'본인 자리가 남아있을까요, 없어졌을까요? 그때 와서 확인해 보세요!'

'혹시 회사 경영진이거나 로열패밀리세요? 근데 뭘 그리 회사 걱정을 하세요~ 회사는 알아서 돌아가요~'

이와 같은 현상은 꼭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거나 애사심이 높은 분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본인들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출산과 관련된 두려움이나 걱정이 계속 높아지면서, 별일 아닌 것들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걱정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정말 '기분 탓'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애기 (초음파) 사진 있어요? 한번 봐요~'

'애기 옷 사놓으셨어요? 아들이래요? 딸이래요? 딸이 좋은데.. 사내놈들은 다 아빠 닮아서 속 썩여요~'

'몸은 어떠세요? 아픈 데는 없으시고요? 남은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몸 관리에만 집중하세요! 그래야 출산 때 몸 덜 상해요 ㅠㅠ'

'초산이시죠? 에휴.. 걱정되겠다 ㅠㅠ 본인은 몇 시간 만에 출산했대요? 엄마가 고생하셨으니 딸은 금방 출산할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날 아침에 뭐 먹고 가실 거예요? 누가 데려다줘요? 힘내서 쑴풍~ 출산 잘하세요~^^'

등등 (요즘은 대부분이 초산이므로..) 처음 겪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집중적인 마음 준비에 초점을 두어 최대한 부담 없고 편안한 대화를 나눕니다.


막달이면 정말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듭니다.

가능하면 최대한 가외적 활동을 줄이고, 출산을 잘하는 데에만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차라리 한 달 전부터 출산 휴가를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그것이 아이를 위해서, 본인의 몸과 마음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4. 세상 처음 겪는 육아 전쟁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 중 하나는 바로 갓 태어난 아기 사진이나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보더라도 울컥 감동이 밀려오는 사진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이고 강렬한 본격적 양육 활동이 시작됩니다.

엄마 개인의 삶은 온데간데없으며 아가를 돌보기 위한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것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과제입니다.

아이가 잠시 잠들기라도 하면 그 틈을 타서 아이 때문에 못했던 일을 처리해야 하며,

얼른 끝내고 옆에서 눈이라도 붙이려면 엄마 맘도 모르는 아이는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합니다.

결국 강력하고 낯선 양육 활동으로 인한 피로감은 쌓여가나 아이 수면 시간에 맞추다 보니 숙면 한 번을 제대로 취하기 어렵습니다.

이 정도 되면 '아.. 우리 엄마는 셋이나 되는 우리 형제들을 어떻게 다 키워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 부모에 대한 역지사지 관점에서의 이해와 존경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출산 전  무슨 걱정을 했는지는 생각조차도 나지 않으며, 하루하루 아이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생활 패턴에 익숙해지기부터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산모들이 산후우울증을 경험하며, 가벼운 정도의 우울증까지 고려하면 80%가량의 산모들이 우울증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기도 합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신체적인 호르몬 변화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산모의 성격이나 심리적 상태로 인해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성향의 엄마들은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있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의 힐링을 하기 어렵습니다(그래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에게 잠시라도 아이를 맡기고 엄마 혼자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유용합니다. 단, 아빠는 별로 소용없음. 아이를(특히 영아들을 돌보는 기술, 태도, 능력 모두 부족함 ㅠㅠ)

또한 외향적인 성향의 엄마들의 경우에는 수다를 포함하는 즐거운 인간관계 교류와 활동 속에서 즐거움과 힐링을 얻으나 말도 안 통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것 자체가 답답함 그 자체입니다(그래서 외향형 산모의 경우 산후조리원 등 그래도 사람들과 어울리고 수다라도 떨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을 추천함).



5. 출산 후 복귀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그래도 세상에 내 품에 안겨 있는 내 아이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행복과 만족스러운 때가 어디 있겠습니까?!^^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며 아이와도 소통이 이루어지고, (실제로 아이의 입장에서는 중립적이고 생존을 위한 활동이나) 아이의 배냇 웃음이나 옹알이 하나하나에 '앗 나를 보고 웃었어~'라고 착각(?!)하며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과 즐거움을 배워가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기쁨과 행복에 익숙해질 정도 되면 출산 휴가 복귀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 런. 데..

한동안 육아라는 아주 다른 종류의 활동에 집중하였으며, 업무와 관련해서는 완전히 손을 놓았던 사람이 이전의 수준으로 업무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혹은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비유적으로 보면 아무리 유능한 축구 선수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3~6개월 동안 운동을 중단하였다면 이전 기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리더십 교육을 할 경우에는 최소한 3개월(출산 휴가 복귀 후) 정도는 적응 기간을 배려해주라고 가이드합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본인 자신에게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제 복귀했으니 곧바로 이전의 업무 수준이나 업무 상의 성과와 인정을 받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부터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부상에서 혹은 다른 이유로 운동을 중단했다가 복귀한 선수들이 조급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럽고 이해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내적 기대와 요구는 오히려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심리적 에너지 소모와 필요 이상의 자책이나 문제의식으로 신속하고 빠른 적응 자체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상태와 환경적 요건들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하고 좋은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회사 분위기나 상황 상 불가능할 수도 있으나 가능하다면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은 육아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자신의 제한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배려나 지원을 정중히 요청하는 것도 좋습니다.



6. 성(聖)스러운 활동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상호.존중을 위하여


Photo by Matt Quinn on Unsplash


아마 이 글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냥 덮고 넘어가거나 현실이지만 피하고 싶었던 일들을 콕 짚어서 정리한다시고 확인사살을 한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며, 지금도 엄청나게 배려하는데 더 배려하라는 거야 라는 마음에 불편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희 같이 5인 이하의 회사에서 어떤 이유로든 중요 인력 한 명이 3개월을 쉰다는 것은 솔직히 회사가 반만 돌아간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도 합니다.


제 글이 이런 현실적 문제들과 그에 관한 솔루션들을 다루고자 하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비 엄마와 초보 엄마들이 느끼는 심리적 과정과 심리적 위기와 과업을 정확하게 기술하여 서로 간에 더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 뿐입니다.

언론 등에서 보면 임산부 배려석으로 인하여 서로 싸우거나 상처가 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혹은 출산 과정이나 출산 후 복귀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임신과 출산이 인간 활동 중 가장 소중하고 성스러운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갈등이나 문제의 원인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가능한 한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서로의 입장이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공감과 이해가 높아질 때 더욱 깊은 배려와 존중이 일어날 수 있으며,

역으로 자신이 반대의 상황에 처하거나 간절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움과 존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출산 후 2개월 된 젊은 아기 아빠가 상담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주요 호소 문제는 '부인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갈등'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아빠는 집안일이나 육아 과정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는 좋은 아빠였습니다.

비록 부인이 힘든 건 알지만, 가끔은 자기도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ㅠㅠ


그 아빠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몸에 20Kg짜리 추를 달고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혹은 그 상태로 마트에서 장을 봐야 하면 어떨까요?'

'역시 젊은 분이라서 몸매가 좋으시네요.. 혹시 본인이 배가 엄청나게 나온 모습 상상해보셨나요? 그런 모습이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세요?'

라는 기본적인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는 그 아빠에게 결정적인 질문을 두 가지 더 던졌습니다.

'혹시 큰 수술 해보셨나요? 머리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덜컥 이러다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하지, 죽으면 어떡하지 등 별별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해서 수술실로 들어가 본 적이 있으세요?'

'혹시 (때로는 수치의자라고 불리는 진료 의자에 앉아) 자신의 다리를 벌리고 가장 부끄러운 자신의 성기 부분을 타인에게 노출해 본 적 있으세요? 그 짓을 매월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 초보 아빠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습니다.

한참 혼자 조용히 흐느끼던 그분은 말했습니다.

'제가 아직도 충분히 그 사람을 공감하고 배려하지 못했네요.. 너무 미안해지네요..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 대해서 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드렸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배우자이며 훌륭한 아빠인 것을 200% 인정해 드립니다. 제가 봤던 그 어느 아빠보다도 좋은 마음과 행동을 보이는 것 맞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더 힘든 것을 어떻게 합니까?! 스트레스받는 심정은 알고 이해하니 그건 상담에 와서 풀고, 집에 가서는 또다시 기운 내서 잘 돌보세요~ 아마 언젠가는 지금의 노력과 배려들이 꼭 좋게 되돌아올 겁니다!'


우리 모두가 '성스러운' 활동을 감당하고 있는 그분들께 가지면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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