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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08. 2021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치는 이유

feat. Gifted (어메이징 메리)

photo by 다음영화 (영화 'Gifted(한국 제목. 어메이징 메리)' 영화 포스터).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4484



1. 영화 "Gifted"


할머니 손에 이끌려 대학교수의 평가를 받으러 간 장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메이징 메리'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Gifted"라는 영화를 보셨습니까?

'Gifted'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7세 수학 천재 소녀 메리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녀의 재능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할머니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고자 하는 삼촌과의 대립과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수학 천재인 어린 소녀에게 학교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으나 아이들과 어울리고 아이 수준에 맞고 적합한 대우를 해주는 삼촌과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아이는 충분히 행복했고 웃음을 보였으며 현재의 생활과 삶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역시 수학 천재였던 여동생(메리의 엄마)이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았던 삼촌은 영재 학교를 권하는 학교의 추천을 마다하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즐기는 조카의 모습을 지켜주고자 합니다. 

단, 성취지향적인 할머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수학 천재였던 딸을 불행하게 잃었던 할머니는 법적 소송을 불사하며 딸에게서 못 이루었던 수학 공식 발견의 꿈을 손녀에게서 이루고자 합니다. 

그래서 삼촌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소녀를 강제로 떼어내고 위탁 가정으로 보내버리며, 그곳에서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는 수학 공부를 시키면서 수학자로서의 성공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린 소녀의 희망이나 심리적 상태는 고려되지 않은 채 (할머니의 의도와 목적에 의한) 수학 천재로서 성과를 내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과 공부를 강제합니다. 



2. 부모의 희망 VS 아이의 현재



그런데 이와 같은 구도는 우리의 현재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할머니의 바램과 현재의 상태를 중심으로 한 삼촌 및 아이의 요구가 서로 맞부딪치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처럼 부모의 기대나 바램에 미치지 못하는 자녀와의 갈등은 가족 혹은 자녀 이슈로 찾아오는 분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주로 뵙게 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는 리더분들 경우에 더욱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기대나 요구가 강할수록, 그리고 자녀의 자기주장이나 독립성이 강해질수록 이와 같은 대립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모의 통제나 가이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초등학생 정도에서는 불거지지 않았던 문제들이 자기주장이 생기고 나름대로의 판단을 가지게 된 청소년으로 성장하면서 제대로 부모와 맞짱을 뜨는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게다가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서 기대하는 바가 많고 더 높은 수준의 행동 기준을 요구하며 자녀에 대해서 강력한 통제나 압박을 가하면 갈등이나 대립은 극에 달합니다. 


어느 부모라도 '자녀가 행복하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떤 부모라도 '자녀가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으로 인하여 자녀들은 스트레스와 극심한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이런 감정 상태 속에서는 절대로 행복을 느낄 수 없습니다. 



3.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치는 이유 1. 부모의 관점에서만 본다. 



하지만 성공한 부모들은 대체로 그들이 자녀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서적 어려움을 주는 원인이며, 이로 인하여 아이는 행복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부모의 관점에서의 행복을 위한 길"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이 문제인 것이지 아이의 입장에서의 감정이나 행복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호소합니다. 

'힘들다!ㅠㅠ'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혹은 행동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거나 침울해져 있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다이어트에 심취'하거나 '겉치장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해결이 안 되거나 심리적인 좌절과 고통이 축적되면 '소리 지르고 대듬'이나 '가출' 등의 극단적인 반항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행동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하여 명확하게 인식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내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표현하는 전형적이며 다양한 표현들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부모들은 이와 같은 행동들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문제 수준에만 기준하여 판단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주 좋지 않은 습관이며, 전문가가 설명을 해주어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관점에서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4.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치는 이유 2. 성취와 성과 중심의 관점



그렇다면 왜 성공한 부모들은 이와 같은 아이들의 호소에 대하여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성취와 성과 중심의 관점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즉, 성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심리적 상태보다는 결과적인 성과와 성취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아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아마도 그들도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기까지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나 장애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또한 놀고 싶은 마음이나 지치고 힘든 마음들도 당연히 겪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다 극복하고 이겨내고 해결하여 현재의 성공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동일한 패턴을 아이의 판단과 평가에도 적용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숙제는 하기 싫고 공부도 지겨우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서 이는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이지 놀거 다 놀고 원하는대로 해주면서는 궁극적인 성공은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들도 그래야만 성공하고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궁극적인 성취와 성공을 이루는 순간 모든 과정 상 문제들이 해결되고 진정한 행복과 만족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자녀에게도 강제하는 것입니다!



5.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치는 이유 3. 역지사지 차원의 공감을 하지 못한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생각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이전에 힘들었던 시절이나 예전의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표현은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아마도 그들의 아이 시절이나 청소년기 역시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들도 부모에 대하여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을 것이며, 그중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함 혹은 좌절과 분노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 나름대로 고통과 눈물의 시간을 보내며 힘들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들은 그것을 잘 극복하고 해결하였으며, 심리적 위기와 고비들을 넘어 현재의 모습에 있는 것입니다. 

가만히 되돌아보고 생각해 보면 그때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때 이후로 시간도 많이 지나 퇴색되거나 왜곡된 감정과 생각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성공과 성취를 이룬 지금에서는 필수적인 과정이고 극복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할 수도 있습니다. 



6.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치는 이유 4. 아이의 감정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모들의 잘못된 언어 행동 중 대표적인 것은 아이를 대상으로 "긴~~~~~~~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나름대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설명을 이해할 수도 없으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또한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연령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짧고 굵게 핵심만 요약해서 혼내는(?!) 것을 원하지 구구절절 오랜 시간 잔소리와 싫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 집과 유치원 선생님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행동을 사용해야 합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흥미와 재미를 가진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그들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하여 그들 만의 고유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성공한 부모들의 경우에는 합리와 논리 중심의 자기 만의 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이 되거나 갈등이 심한 대립 상황에서는 더욱더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며, 심지어는 권위를 이용한 위압적인 언행을 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일이십 년 동안 그와 같은 언어 행동을 통해서 지금의 성공을 이루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정신을 놓거나 혹은 역지사지 관점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약화되면 합리와 논리적 접근이라는 어른들 세계의 성공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7.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수업을 소화하고 있는 소녀


'Gifted'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어린 수학천재 소녀가 대학생들 틈에 앉아 대학교 수업을 듣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촌과 함께 자기 또래의 소녀들과 어울려 함박웃음을 웃으며 노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납니다. 

할머니의 강제적인 압박과 강제가 아닌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공부를 하면서 초롱초롱했던 눈빛과 더불어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보이는 해맑고 환한 웃음을 보면서 저 역시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영화의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소녀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대학교 수업에 몰입하는 것은 '의도적이고 타인에 의한 강제와 압박'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자발적 동기와 몰입'이라고 합니다. 

또한 수업을 마친 후 할머니의 무섭고 긴장되는 추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로 대해주는 삼촌에게 달려가 안기는 것은 당연히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삼촌이 흐뭇하게 바라보던 또래들을 만나 즐겁고 행복한 놀이를 하던 것을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감정적 교류와 대인관계'라고 합니다.


즉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내적 동기에 의한 몰입과 집중은 항상 생산적이고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자신의 지적 수준이나 정서적 성숙도에 맞춘 맞춤형 접근은 항상 그들을 웃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나이 수준에 적합한 행복과 즐거움이라면 내적인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을 풀려가고 행복과 즐거움이라는 긍정적 감정들이 마음에 가득하게 됩니다. 



8.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 내 자녀를 바라보며



제목 자체는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치는 이유'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정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친다는 이야기도 아니며, 실제로는 망치는 부분들보다는 성공한 부모로부터 배우고 학습하여 삶의 바탕이 되는 좋은 면들이 더 많습니다. 

또한 모든 부모들은 이 글에 나온 여러 가지 중 한두 가지의 잘못된 습관들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은 절대로 부모들을 단죄하거나 비판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이 있을 수 있음에 대하여 유의하여 여러분들의 자녀가 좀 더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기 위해 드리는 조언에 불과합니다. 

저의 조언이 여러분들의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지, 아니면 '전문가라고 말을 너무 막 하네!'라고 분노하실지는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오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내 자녀를 바라보며' '내 아이를 위해서 조금만 더 조심하고 노력하자!'라는 다짐을 하신다면 그것만으로도 100% 성공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과정이며 상태를 다루는 것입니다. 

오늘의 작은 노력과 실행이 모여 10년 후, 20년 후, 혹은 3-40년 후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아이의 궁극적인 성공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지 않습니다. 

아이가 성공할지 말지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이나 역할은 아이 자신에게 있습니다. 

부모가 자기 욕심에 나름대로의 성공을 다그친다고 성공이나 성과를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것을 이룰지는 아이의 재능과 성격,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십 년의 자기 노력에 따르는 것입니다. 

굳이 부모의 역할을 정의하라면, 아이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심리적 및 신체적으로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오늘을 지원하고 돕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의 행동을 본인의 성공과 결과에 연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이를 성공시킨다는 미명 하에 아이에게는 맞지도 않는 목표를 세우거나 본인의 방법론을 강제하는 오류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의 행동은 이십 년 후의 사회적 성공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본인이 성공해왔던 방정식과는 매우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필요한 것은 아이가 행복하게 웃으며 편안하게 기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사회적 성공과는 다른 부모로서의 진정한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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