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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이나 연애 상담을 하다 보면, 배우자나 상대 연인과 갈등을 겪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물론 부부나 연인들이 때때로 다툼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관계가 깊어질수록 갈등도 커지는 것 역시 당연한 현상입니다('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힘들어지는 이유' by 노박사 레오. https://brunch.co.kr/@mindclinic/258 참조)
그런데 이와 같은 '사랑싸움(?!)'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상대방의 원가족을 싸잡아 비난하기', '폭력이나 폭언(소위 쌍욕)은 하지 말기'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주 사용하면서도 우리가 진지하게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헤어지자!(부부의 경우, '이혼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와 같은 극단적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거나 반복해서 쓴다면 그 관계는 진지한 리뷰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봐도 됩니다.
'헤어지자!(이혼해!)'라는 말은 절대로 함부로 쓰면 안 되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이 가져오는 엄청난 부정적인 나비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헤어지자'라는 말의 심리적 기제
'헤어지자'라고 말하는 것의 이면에는 내포되어 있는 심리적 기제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진지하고 신뢰 로운 애정관계를 유지하거나 지속하는데 필요한 핵심적 요건이 결핍되어 있을 때 나오는 표현입니다.
그것은 갈등관리 능력 상의 문제, 극단적 사고, 부정 편향된 판단 경향 등입니다.
첫째, '헤어지자'는 말의 의미는 갈등관리 능력 상의 문제가 있거나 더 이상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헤어지는 것은 애정관계나 부부관계에 있어서 가장 부정적인 극단적 결과입니다.
만약 진짜 헤어지거나 이혼을 한다면 그다음은 더 이상의 긍정적인 관계 회복의 노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거나 (정말 헤어질 마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헤어짐 밖에는 답이 없는 수준으로 갈등을 심화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둘째, '헤어져!' 혹은 '이혼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극단적인 사고나 혹은 지나친 의미부여나 필요 이상의 부정 편향된 생각(부정 편향된 잉여사고)이 존재합니다.
특히 서로 폭행을 해서 응급실에 달려갈 정도가 아니거나 아니면 입에 담기도 힘든 쌍욕을 하는 정도였다면 당연히 이혼하자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며, 헤어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적인 부부(애정) 싸움(또는 조금 심한 부부(애정) 싸움) 정도에서 헤어지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되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며 반복해서는 안되고 분명한 개선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부부 싸움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다른 부부들도 이 정도 싸움은 하는 거고, 이러면서 갈등이 해결되고 사랑이 깊어지는 거지!'라고 생각한다면 '헤어져'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동일한 상황인데 '아니 어쩜 이럴 수 있지? 지금 나를 개무시하는 거야? 사랑한다면서 이래도 되는 거야? 이건 정말 아니잖아?! 하.. 이제는 사랑한다는 것조차도 믿을 수 없어ㅠㅠ 결국 이렇게 나를 내팽개칠 거면서 왜 결혼한 거야? 나쁜 X...' 정도로 생각을 해야 나오는 표현이 '헤어져!' 또는 '이혼해!'입니다.
셋째, 보통 애인이 되거나 부부의 연을 맺을 정도 되면 이미 충분한 관계나 상호작용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록 실망한 부분이나 갈등 혹은 상처받는 부분들도 있었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나 경험들이 충분히 쌓였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나 희망을 가졌으니 애정 관계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헤어져!' 혹은 '이혼해!'라는 말은 이와 같은 긍정적인 과거 경험이나 혹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경우 나오는 표현입니다.
즉 관계 상 현재는 부정적인 측면에 처한 상황이나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관계 전체에 대한 균형적 조망이나 (결혼 서약을 하거나 프러포즈를 받아들일 때 가졌던)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부정 편향된 과거 해석('정말 지금까지도 지긋지긋했어!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혹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으로 편향된 감정적 예상('이런 인간을 어떻게 믿어? 정말 이런 사람이랑 살면 더욱더 끔찍한 일만 생길 거야!')
에만 초점을 두었을 때 나타나는 표현이 바로 '이혼해' 혹은 '헤어져'라는 것입니다.
2. 헤어지자고 말하는 사람의 문제
그런데 사람이 심하게 화가 나고 격한 감정이 되면 '헤어져'나 '이혼해' 등과 같이 극단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관련된 표현을 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연애 초반이나 결혼 초반에, 특히 처음으로 대판 싸우는 날에는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는 성격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처음으로 겪는 진지하고 심각한 감정적 싸움을 안 해보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그래서 결혼 후 6개월이나 1년 이내에 처음으로 큰 부부 싸움을 하다가 결국 이혼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혹은 이와 같은 첫 번째 고비를 못 넘기면 연애를 길게 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충분히 오랜 기간을 사귀거나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극단적 표현이 나왔다면 이는 결혼 생활이나 애정 관계에 큰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충분히 오랜 기간을 사귀거나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할 정도 되었다면 진지하게 결혼생활이나 애정 관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감당이나 수용하거나 또는 참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그동안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거나 서로 또는 한쪽에서 꾹 참고 있던 문제들이 곪아서 터질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진지하게 부부 관계에 대한 진단 및 각자의 성격 검사(MBTI 등)를 통하여 관계 적합도나 갈등 요소, 그리고 그동안의 관계 패턴 등을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헤어지자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가 이해하고 수용을 하는지와는 별개로) 현재 심각하고 진지한 심리적 고통이나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고려해야 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와 같은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거나 반복해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헤어지자'는 표현을 하는 사람이 앞서 지적한 '헤어져'와 관련된 심리적 기제(갈등관리 능력 상의 문제, 극단적 사고, 부정 편향된 판단 경향)가 안정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았거나 혹은 성격 특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표현을 하는 경우 (다음 단락에서 논의할) 상대방이 받을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에 대하여 고려하지 않거나 배려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그 표현이 가져올 장기적인 부정적인 파장이나 효과를 생각하지 않은 채 충동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헤어지자는 얘기를 듣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져!'라고 말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대응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상대방이 나의 요구를 들어주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가 하다하다 안되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능입니다.
그런데 '헤어져'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상당한 심리적 타격과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상대방도 부부 관계나 애정관계를 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래? 그럼 헤어져!'라고 반응하겠지요.
그럼 관계가 정말 끝나버리게 됩니다.
물론 헤어져서 좋은 관계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어떤 이혼은 결혼보다 낫다' by 노박사 레오.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divorce 참조).
하지만 충분히 회복 가능하며 조금만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는 관계인데 '헤어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특히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만약 상대방은 그래도 노력하고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던 경우이거나 혹은 나름대로 좋은 관계라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관계 상의 문제들을 '헤어져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관계'로 지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무난했거나 평균적이었던 관계를 두 사람 모두가 아주 부정적인 문제가 심각한 관계로 인식되게 만드는 기능이 있습니다.
즉, 관계 만족도나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 수준을 하향 평준화(관계 만족도는 낮아지고,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안하는)하는 기능을 하게 할 뿐 아니라 부부나 연인관계의 문제를 상향 평준화(문제가 부정적이고 심각한 것이다라고 느끼는)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더욱이 상대방은 심각한 감정적 손상을 입게 합니다.
어떤 관계라고 하더라도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쉽게 잊거나 정리가 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관계의 본질과 그동안의 관계 경험을 재조명하게 하되, '이혼하거나 헤어질 정도로 나쁜 관계였나?'라는 식의 부정 초점적인 리뷰를 하게 합니다.
또한 손상된 감정은 긍정적인 노력을 감소시키며 내적인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증가시킵니다.
이와 같은 심리적 상태가 된다면 두 사람 간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4. 헤어지자는 말이 불러오는 나비 효과
헤어지자는 말은 어찌 되었건 두 사람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우선은 관계의 안정성을 해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항상 갈등 요소가 존재하며 싸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면서 잘 살아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헤어지거나 관계가 깨지면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하며 전전 긍긍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갈등이나 문제에 직면할 경우 쉽게 흔들리거나 진짜로 헤어지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축적되며 이로 인한 부정적 상호작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일상적인 부부 싸움이나 애정 싸움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헤어질지 말지' 또는 '이혼'을 고려할 정도의 싸움이 된다면 이는 그 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헤어져!'라는 말을 남발하거나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일상적인 애정 싸움이 결별을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문제이며, 이와 같은 심각한 싸움의 부정적인 영향이나 후유증은 최소한 한 달 이상은 간다고 생각하시면 간단합니다.
세 번째는 미래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긍정적인 예상을 하면서 노력을 하는 것과 부정적인 결과를 걱정하는 것과는 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알콩달콩하게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는 것과 또 헤어지게 되면 어쩌지..라고 걱정을 하는 관계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헤어지자를 말하는 경우에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즉 혹시라도 헤어지자는 말을 나오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직장인들의 경우 사표를 쓰겠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자신의 감정적 상태도 부정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직장생활을 견뎌내고 극복하는데 필요한 긍정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연인관계나 부부관계에서의 '헤어져!' 혹은 '이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감정적 상태를 부정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긍정적 상호작용을 축소시키고 과거, 현재, 미래 모두에 안 좋은 영향을 크게 미칩니다.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감소시키고 '헤어지자!'라는 말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를 막는데 더 에너지를 들이게 하는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크고 튼튼한 댐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균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진짜로 헤어지고 싶고, 헤어진 후의 대안이나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고 되돌이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심코 던지는 혹은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충동적으로 던지는 '헤어져!' 혹은 '이혼해!'라는 말이 결국 '(극히 부정적인) 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거나 쉽게 말해서는 안될 표현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58
https://brunch.co.kr/brunchbook/loving-marriage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divo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