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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Feb 27. 2020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힘들어지는 이유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관계 차원에서 조망한 사랑과 연애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눈다. 첫눈에 반했을 수도 있으며, 한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시작했을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달달한 핑크빛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인 사귐이 시작되면, 그렇게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만큼 부딪치고 싸우는 것도 늘기 마련이다.


대체 사랑하고 아끼며,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수용해줄 것 같던 사이인데, 왜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마음의 아픔도 커져가는 것일까?



1. 사랑은 마음의 공유하는 과정이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은 서로의 마음 공유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일반적인 관계이건 사랑하는 사이이건 간에 첫 만남은 서로의 외적이고 피상적인 모습에 대한 판단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호감을 느끼면 점차로 마음의 공유가 확대된다. 결국 깊은 사이가 된다는 것은 마음의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의 공유 과정



2. 사랑은 아무에게나 열지 않는 마음까지도 공유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신의 모습을 다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열지 않는 마음 영역이 있다. 이 영역들은 내 마음속 깊이에 감추어 두는 경우가 많으며, 아주 가까운 사이나 혹은 사랑하는 사이 정도 되는 사람에게만 공유를 허락한다. 일반적으로 사랑이 깊어지면, 나의 내면의 모습들까지도 개방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내면의 마음까지도 공유하는 과정


즉, 각자 자신 내면에 고유한 자기 만의 심리적 영역들이 있으며, 이 영역들은 아무에게나 개방하고 공유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랑이 깊어지면서 이와 같은 각자의 깊은 심리적 내면까지도 공유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깊은 심리적 내면은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훈련되고 조정된 모습이 아니라 고집스럽고 완고하며, 때로는 미성숙하고 유아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역이 건드려지면 평상시와는 다르게 유치찬란한 감정적 반응들이 튀어나오게 되며, 사람 성질(이런 경우에는 보통 '승질'이라고 함)의 끝을 보게 되기도 한다. 



3. 무의식적인 나의 유아적이고 상처 받은 자아와 만나다.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이와 같은 깊이 있는 내면까지도 공유하는 것이다. 초반 접촉 단계나 호감을 가지고 서로 조심하면서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내면의 심리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관계가 심화되고 사랑이 깊어지면 이 영역까지도 서로 공유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외적인 모습만 공유할 때와 다르게 크게 부딪치거나 갈등이나 대립이 발생할 여지가 매우 크다. 그리고 갈등이나 대립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고 심한 감정적 반응을 만들어내게 된다. 


왜냐하면 이 영역들은 남들에게는 숨기고 싶었던 내 모습인 경우가 많으며, 그 안에는 어린 시절의 상처나 스스로 미성숙하다고 생각되는 자아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타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거나 수정이나 보완될 기회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감정적 반응들은 오래된 애인이나 배우자, 혹은 가족 등이 아니면 모르는 모습이다.


보통 친구들 사이나 동료들 사이에서, 일견 나이스 해 보이고 쿨해 보이는 친구나 동료의 배우자에 대해 칭찬하고 부러움(?)을 표현할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과 같이 사는 당사자는 시니컬하게 '그럼 네가 한번 제대로 살아보던가~'라고 부정적 뉘앙스를 한껏 담은 표현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한다. 혹은 사회적으로는 충분한 칭찬과 인정을 받는 사람도 집에 가서 배우자나 가족들에게는 한껏 짜증을 내거나 승질을 보리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심리적 차원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4.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사랑 패턴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 경우와는 다른 여러 가지 패턴의 사랑법이 있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는 문제일 수도 있으나 만약 당사자 간에 특별한 불만이 없다면 굳이 문제라고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슈나 문제가 될 수 있는 패턴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다양한 사랑 방법


첫 번째 패턴을 보통 쿨한 커플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애인이나 부부의 연을 맺고 있으나 서로의 핵심적 영역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큰 싸움이나 갈등을 겪을 일도 없고 적당한 선에서 서로 간에 의견 조율이나 타협이 쉽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진정한 사랑인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런 패턴은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해야만 하는 직장 동료에게서도 나타나는 패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도 없지만 이별을 하는 경우 큰 아픔도 없다.


두 번째 패턴은 완벽하게 서로를 공유하는 사랑이다. 표현 자체를 완전체 사랑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이는 이상적일 수는 있으나 현실성은 없는 사랑 유형이다. 왜냐하면 내면의 깊이 있는 심리적 영역이 저렇게 동일할 수는 없다. 대신에 두 사람이 너무 사랑하여(?) 둘만의 내면세계를 다시 재형성한 경우에나 가능한 패턴이다. 즉 너무 사랑하여 기존의 내적 가치와 판단을 모두 지우고 현-파트너와 새로운 (무의식적인 내적) 자아를 새롭게 형성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즉,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저와 같은 형태의 사랑을 원하고 기대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현실성이 없는 이상적 관계를 원하는 것이기에 절대 충족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 불균형적 사랑이다. 그림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왼쪽 사람은 공유 관계를 형성하였으나 자신의 깊이 있는 내면(하늘색 부분)을 공유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반면에 오른쪽 사람은 공유관계에서 자신의 깊이 있는 내면(주황색 부분)을 공유하자고 들이대는 상태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왼쪽 사람의 경우에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자꾸 '깊은 마음'을 열라고 강요하니까!). 반면 오른쪽 사람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생각하거나 서운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자꾸 도망가고 '깊은 마음'을 열지 않고 숨기니까!). 그래서 상대와의 관계에서 '자기는 정말 나를 진정 사랑하는 거 맞아?ㅠ'라고 따지거나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허한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들은 어떤 책에도 나와있지 않은 내용이다. 이론적 근거를 대고 싶어도 자료도 없다. 하지만 많은 커플들의 관계에 대입해보면 때로는 기가 막힐 정도의 설명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사람의 외모와 마음의 생김이 다 다르듯이,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사랑의 모습도 모두 다르다. 엄격한 학문적 검증이나 이론적 논쟁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기초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재조명해본다면, 아마도 지금까지의 마음고생의 인이나 해결방법을 찾는데 도움될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최대한 만족하는 정답과 솔루션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사랑 심리학 (부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심리학)


#1. 사랑이 변하는 3가지 이유 / 사랑의 속성

#2.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힘들어지는 이유 / 관계 차원의 연애와 사랑

#3. 결혼과 비혼, 선택 장애자들을 위한 3가지 조언 / 결혼을 할까요, 말까요?

#4.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 맞다! / 연애는 감정, but 결혼은 생활

#5. 결혼에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전쟁! / 부부와 원가족 이슈

#6. 차라리 이혼하라고 조언하는 3가지 경우 / 부부간의 갈등관리

#7.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위한 3가지 조언 / 행복한 사랑법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은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54


https://brunch.co.kr/@mindclinic/259


https://brunch.co.kr/@mindclinic/260


https://brunch.co.kr/@mindclinic/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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