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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r 04. 2020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 맞다?!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연애와 결혼의 3가지 다른 점

Photo by freestocks on Unsplash



한참 열애 중인 커플의 토요일 아침 이야기  

"오늘은 토요일, 그를 만나는 날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씻고, 단장을 시작한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 같이 연극을 보고, 저녁을 먹고 들어와야 되니.. 이제 연애도 오래되니 좀 식상해진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아직 데이트를 하는 날이면 가슴이 설렌다."


결혼 5년 차 부부의 토요일 아침 이야기 

"오늘은 토요일, 늦잠을 좀 자려고 했는데 그 사람의 코 고는 소리에 새벽부터 잠이 깨버렸다. 오후에 집안 결혼식에 가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되는데.. 잘 알지도 못하고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친척들을 만나서 친한 척하려니 그것도 참 스트레스이다.. 게다가 오늘도 '좋은 소식 없어? 이제는 아기 가질 때 훨씬 지났잖아?'라고 얘기할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기 싫다ㅠㅠ"




보통은 연애를 하다가, 서로 간에 마음이 맞고 사랑이 깊어지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의 관계 속성을 보면 매우 다른 형태의 결합이다. 그렇다 보니 연애와 결혼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무척이나 다른 느낌과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그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연애와 결혼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왜 '결혼을 연애의 무덤이다!'라고 하는지에 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연애와 결혼의 다른 점 3가지는 무엇일까?



1. 관계의 양이 다르다!


연애와 결혼의 첫 번째 차이점은 '관계의 양'이다. 연애는 관계 상 특정적이고 제한된 관계를 함께 하지만 결혼은 특정적인 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관계를 공유한다. 


연애는 보통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적 활동을 하는 관계이다. 이를 보통 '데이트'라고 한다. 그 시간은 보통 한정되어 있으며, 그 활동이 끝나면 모두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간다. 며칠 동안의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여행 동안에는 함께 있었다고 해도 결국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시간 자체가 길어졌을 뿐 관계가 지속되고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면에 결혼은 그 반대이다. 함께 거주하면서 같이 생활하다가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장소로 특정한 활동을 하러 나간다. 그리고 특정한 활동이 끝나면 다시 돌아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여행을 하는 것도 함께 있다는 것 자체는 변화하지 않으나 함께 하는 장소가 여행지일 뿐 함께 거주한다는 점 자체는 동일하다. 


단, 예외는 있다. 연애를 하되 동거를 하는 경우와 결혼을 했으나 주말 부부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동거의 경우에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활동을 하러 나가는 경우 외에는 거주를 공유한다. 단, 이는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가 원하면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으며, 각자의 거주 의무에 대한 부담이 적다. 주말 부부의 경우에는 결혼한 상태이지만 주말마다 여행 가는 기분으로 만날 수 있는 형태이다. 그리고 다시 주중에는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연애 때의 감정들이 더 잘 느껴지는 것이다. 



2. 관계의 질이 다르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점 두 번째는 '관계의 질'이다. 연애는 관계 유지와 관련된 책임이나 의무가 약한 반면에 결혼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력한 책임을 부과하는 관계이다. 


연애를 유지하는 목적은 관계 상의 '즐거움'이나 '만족'이다. 서로가 좋아서 만났으며, 애정하고 사랑하는 행동에만 집중하면 된다. 만약 이와 같은 연애 유지의 목적이 틀어진다면 이를 중단하거나 대상자를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소위 '권태기'가 오더라도 두 사람만 잘 합의된다고 하면 이별을 하는 과정도 쉬운 편이다. 


반면에 결혼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관계이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부부'라는 관계를 알고 있는 주변에서 부과하는 구속력이 존재한다. 이는 서로에 대한 진지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며, 결혼은 이마저도 감당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만약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거나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를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과정이 녹녹하지는 않다. 특히 한쪽만 결별을 원하는 경우에는 법정까지도 가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관계의 질의 차이는 결국은 상대를 대하는 심리적 차이를 가져온다. 연애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기대나 요구도 적은 편이며, 문제를 일으켰을 때 '됐어! 버릴 거야!!'라는 방법이 존재한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에 다른 대안들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나 대안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결혼의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법적 효력이 있는) 의무와 책임의 강도가 매우 높다. 또한 그에 따른 상대방에 대한 기대나 요구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관계를 종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다. 이 때문에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심리적 고통이나 스트레스의 수준이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다. 



3. 관계의 내용이 다르다!


연애와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 번째 '관계의 내용'이다. 연애는 상호 간에 합의되고 원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관계의 내용을 채울 수 있는 반면 결혼은 서로 간 원하는 주제 외에도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관계 내용들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연애의 경우에는 두 사람의 개인적 영역에서 서로 원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그렇지 않은 내용들은 피해 갈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주말에 한 사람의 친구 결혼식이 있다고 하면, 같이 가고 싶으면 가도 되고 굳이 가기 싫다면 안 가도 된다. 또한 상대방이 나와 함께 하는 시간 외의 이슈들에 대해서 몰라도 된다. 심지어는 종교가 서로 달라도 전혀 상관없다. 


그런데 결혼의 경우에는 결혼이라는 절차를 받아들이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관계의 내용이 크게 확장된다. 우선은 두 사람의 경제적인 영역들이 합쳐져서 주거나 생활 상의 비용들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게다가 관계의 내용에 원가족 이슈들이 포함되게 된다. 시부모나 장인 장모를 비롯한 상대방의 가족행사에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참여와 공유를 요구받게 되며, 이를 거절하기는 매우 어렵게 된다. 그리고 단순한 행사 참석 이상의 가치관과 집안 관습을 따르게 될 것을 요구받게 된다. 그래서 결혼에서는 종교가 다르면 갈등이 극심해지게 된다. 


이처럼 연애와 결혼은 관계의 내용이 달라진다. 정확히 표현하면 결혼 안에는 연애 때의 관계 내용들이 포함되는 형태이며, 결혼으로 넘어오는 순간 관계의 내용이 확장되는 형식이 맞다. 그 안에는 내가 원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인정하고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그리고 관계의 내용 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연애는 이를 중단할 수 있지만, 결혼은 끝이 보이지 않는(듯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4. 그럼, 결혼은 연애의 무덤인가?


그럼, 결혼은 정말 연애의 무덤이라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그런 느낌과 생각이 들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결혼 과정에서도 충분히 연애 관계 때 느꼈던 만족이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더 깊은 질적 교류를 하면서 그 즐거움과 만족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헤어짐이 아쉬웠으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아쉬움 없이 둘만의 보금자리로 같이 가는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연애할 때도 좋았으나 함께 생활하면서 더 큰 매력과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기도 하며, '나만의 사람'이라는 심리적 안정감과 건강한 소속감이 생긴다. 이처럼 연애가 결혼으로 잘 확장되었을 때에는 연애에서는 경험조차도 하기 힘들었던 큰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에 연애 때에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의무와 과업들이 생기며, 관계의 폭이나 깊이가 진전됨에 따라서 갈등이나 문제들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원가족 이슈나 경제적인 문제들이며, 이로 인한 갈등이나 스트레스는 연애만 할 때에는 굳이 경험할 필요가 없던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문제들로 인하여 스트레스나 갈등이 증가하게 되면 '괜히 결혼했나?ㅠ'하는 회의와 후회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연애에서의 관계 정도를 100이라고 가정해본다면, 결혼은 최소한 500에서 1,000까지도 관계 정도가 확대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도 연애할 때의 즐거움과 만족을 유지하거나 더욱 크게 늘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와 같은 연애감정이 늘어난다고 해도 200이나 300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나머지 현실적인 이슈들이나 의무적 활동들이 늘어나면서 결국에는 연애감정은 상대적인 중요성이나 의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확대된 연애감정에 초점을 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향유하는 경우에는 '결혼이 왜 연애의 무덤이야? 더 행복한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결혼으로 인한 연애감정의 비중이 감소된 것에 초점을 두거나(즉, 연애 때에는 연애 감정이 100% 이지만 결혼한 후에는 50% 이하로 감소함), 결혼으로 인하여 추가적으로 발생한 의무적 활동이나 갈등에만 초점을 둔다면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라고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라고 느끼게 되는 과정이다. 즉, 결혼이 연애의 무덤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더욱더 행복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결혼을 통해서 연애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인 비중이나 중요성이 달라지는 것은 맞다. 이를 어떻게 지각하고 판단할지는 본인들의 선택이다. 



'왜 결혼을 할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헤어지기 싫어서!', '이 사람이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어서!', '평생을 함께 해도 될 것 같은 믿음이 들어서' 등등의 대답을 한다. 그리고 결혼은 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사실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피터팬이 어른이 되기 싫은 이유가 '어른이 되면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수많은 의무적 과업들' 때문인 것처럼 결혼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데 따른 의무와 책임이라는 것이 뒤따르게 된다. 결국에는 '더 큰 만족'과 '그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의 비중 간의 상대적 비중에 대한 선택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연애와는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만족'을 주는 것도 사실이며, 연애라면 굳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의무와 책임'이 부과되는 것도 맞다. 어떤 것을 더 중시하고 어떤 것을 감수할지는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도 '결혼'이요, 가장 잘못된 선택도 '결혼'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양면적인 부분들이 있다.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에 따라 선택하라. 결혼을 연애의 무덤으로 만들지, 아니면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된 연애관계로 만들 것인지!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사랑 심리학 (부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심리학)


#1. 사랑이 변하는 3가지 이유 / 사랑의 속성

#2.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힘들어지는 이유 / 관계 차원의 연애와 사랑

#3. 결혼과 비혼, 선택 장애자들을 위한 3가지 조언 / 결혼을 할까요, 말까요?

#4.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 맞다?! / 연애는 감정, but 결혼은 생활

#5. 결혼에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전쟁! / 부부와 원가족 이슈

#6. 차라리 이혼하라고 조언하는 3가지 경우 / 부부간의 갈등관리

#7.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위한 3가지 조언 / 행복한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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