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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11. 2022

MBTI 과몰입 증후군

Modified Photo by 노박사 레오



저희 회사 사람들과 인터넷으로 MBTI를 했어요. 

회사 사람들과의 적합도를 봐주는 검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는 저는 모든 사람들과 '부적합'으로 나왔어요 ㅠㅠ

제 성격이 정말 그렇게 이상한가요? 그렇게 문제있는 성격인가요?


친구들과 MBTI 얘기를 하다가 무심코 '그거 믿어도 되는거야? 나는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던데..'라고 무심코 애기했어요. 

그랬더니 한 친구가 '결과가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온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게 답을 해서 그런거야!'라고 하면서 저의 평상 시 행동까지 언급하면서 비난 조로 애기했어요. 

엄청나게 상처가 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 때부터는 MBTI 얘기만 해도 불편해졌고, 너무 진지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멀리하게 되었어요. 


상당히 불쾌했어요. 

제 상사가 대뜸 저한테 '너가 내향이라고? 헐.. 내향이 그렇게 부산스러워? 그럴리가..ㅎㅎㅎ'라고 말하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그 후로는 제가 말을 좀 머뭇거리거나 늦게 대답하면, '아~ 내향이라고 했지? 그래서 그렇게 대답이 느린거구나!'라고 빈정거리듯이 말하면서 '그러게 외향을 뽑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할 때면 이게 나가라는 소리인가 진짜 고민이 된다니까요. 



1. MBTI 과몰입 증후군



최근 MBTI와 관련된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확산일로입니다. 

성격 및 심리학 전문가로서 이와 같은 현상은 성격의 기능이나 역할, 그리고 심리적 역동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탐구정신과 미래에 대한 발전과 성장의 노력이 지속되는 한 성격과 MBTI에 대한 관심이나 활용 또한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그러기를 바랍니다^^). 


반면 이와 같은 성격과 MBTI 열풍에 찬물을 끼얹으며 오히려 독이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MBTI에 과도하게 심취하여 본인의 성격을 MBTI 유형에 맞추고자 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개인적이고 사적인 대화에서도 MBTI를 중심으로 말하는 것까지는 그나마 개인 취향이라고 하더라도 MBTI를 빗대어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심지어는 지적이나 비난을 하는 경우까지도 생깁니다. 

게다가 심리적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모두 MBTI로 해석하고 접근하고자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선생님, 저는 내향이니까.. 결국 사람들과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거죠? ㅠㅠ'

'선생님, 저는 OOOO형인데요.. 이 유형을 사람들이 그렇게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한다면서요? ㅠㅠ'

'OO님, 정말 왜 지시한대로 안하는데요? 아.. 정말 이래서 OO형들은 안되..'

'우리 헤어져! 나는 당신같은 외향과는 더 이상 못 살겠어! 정말 너무너무 생각없이 하는 행동을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 & '그래! 헤어져! 나도 너처럼 꿍하고 혼자서 동굴파는 인간이랑 더 이상 살 생각없어! 으휴.. 내가 저 놈의 승질을 사귀기 전부터 알았어야 하는데.. 내가 다시는 내향이랑 사귀나 봐라!'


이처럼 MBTI로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를 'MBTI 과몰입 증후군'이라고 칭합니다(학술 용어 아님 & 전문가로서 저 개인이 그냥 만든 용어임!)



2. 인터넷은 인터넷일 뿐 & 유투브는 유투브일 뿐 


Photo by CardMapr on Unsplash


인테넷이나 유투브에 가면 MBTI를 기반으로 해서 나오는 컨텐츠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심리 전문가로서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관련된 내용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걱정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특히 걱정하는 몇가지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나치게 흥미 위주의 내용이 많다 : 당연히 연애나 결혼, 대화 방식이나 대인관계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편집된 결과나 내용이 자극적이고 흥미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향들이 많습니다. 특히 어그로를 끌기 위해 제목 자체가 자극적이고 왜곡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일부 내용에서는 & 대상자의 입장에서는) 비난을 받는다고 느끼거나 상처가 될만한 내용들이 많다 : 자극적이고 흥미 중심의 내용들을 구성하다 보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비난받는다고 느끼거나 상처가 될만한 내용들이 포함되게 됩니다. 이는 원래 심리검사의 본연의 목적과는 다른 문제있는 접근이며, 엄격히 말하면 심리검사 활용 윤리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3. 지나치게 정형화된 틀로 접근하며 과잉일반화를 한다 : 이는 MBTI를 비롯한 성격유형검사나 이론의 한계이기도 하며, 성격유형검사의 전통적인 부작용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16가지로 정형화되어서 설명하고 이해하는 시도 자체는 경제성이 있으나 이와 같은 틀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사람을 놓치고 유형만 보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는 MBTI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접근도 마찬가지이며, 사상의학 등과 같은 한의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유형화도 마찬가지이며, 출신 지역이나 성별을 기준으로 Grouping을 하여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혐오 행동을 하는 경우들도 유사한 심리적 과정을 보입니다. 

다만 그것은 가짜 뉴스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주장을 해도 문제가 없는 인터넷이나 유투브의 특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인터넷이나 유투브의 컨텐츠에 엄격하고 진지한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서 비판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인터넷이나 유투브의 내용은 딱! 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흥미와 재미 중심으로만 생각하지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두거나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3.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능력이 부족하고 어설픈 사람이 함부로 하다가 큰일을 저지르게 되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입니다. 

즉 제대로 된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인 척을 하거나 혹은 관련 영역에서 제대로 된 지식이나 능력이 없이 나섰다가 더 큰 문제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하는 '16P.....'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MBTI의 경우에는 그대로 제대로 된 이론적 체계나 검사 개발 프로세스를 거친 검사입니다. 

그리고 관련된 논문이나 자료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 장면이나 상담 장면에서는 내담자나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치료나 상담에 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많이 줍니다. 

단, 이 정도의 접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무당'이어서는 안됩니다. 

정식으로 MBTI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수료했던가, 아니면 적어도 심리학이나 교육학 등 관련 전공자로서 배경이 될 수 있는 성격과 심리검사 이론을 학습하고 엄격한 조건을 갖춘 수련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역으로 보면, MBTI와 관련된 설명이나 피드백을 들을 때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선.무당'인지, 아니면 '찐.무당'인지를 우선 구별하고

2) 해석이나 피드백, 또는 정보 제공 상황이 '진지하고 깊이 있는 평가와 이해'를 요구하는 상황(상담센터나 정식 교육, 혹은 치료 장면 및 정통 '찐.무당급(?!)'이 하는 컨텐츠)인지 아니면 재미와 흥미가 가득한 컨텐츠로 높은 조회수를 올려 수입을 얻고자 하는 상황이나 조건(재미있고 흥미 중심의 인터넷이나 유투브 등)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3) 해석이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본인의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오! 이거 재미있네?! 혹시 우리도 한번 해볼까?', '에이 이거 아니잖아 영 안 맞아!! 알고보니 별거 아니네' 정도가 가능한 마음가짐이라면 재미와 흥미 중심의 컨텐츠를 보시면서 충분히 즐기셔도 됩니다. 그러나 진지한 고민이 있으며 마음이 힘들고 지친 상태이거나 우울이나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다면 '찐.무당'급에 해당하는 전문가 컨텐츠를 보거나 혹은 진짜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흥미와 재미 중심의 컨텐츠를 보고 더 큰 상처와 왠지 화나는 경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4. 대중적 인기와 전문성의 경계



원래 모든 세상사가 좋은 일이 많으면 구설수도 많은 법입니다. 

예전에 외화를 볼 때면 심리전문가나 상담가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저 쪽은 참 심리상담이나 치료가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극중 역할은 왠지 공부만 했을 것 같고 사람에 대해서 이론만 늘어놓는 갑갑이 캐릭터(?!)로 많이 묘사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구나!'라는 확신을 가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비리도 많고 문제도 많은 경찰을 소재로 하나 열심히 &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찰관분들이 대다수이며, 일진이나 폭력학생들이 태반인 청소년 영화와는 달리 우리의 학교는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훌륭한 학생들과 그들을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더 많은 법입니다. 

영화나 혹은 언론에 비추어지는 자극적이고 편향된 단편 만을 가지고 전부가 다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편향된 지각이며 잘못된 일반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MBT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인 인기도 높아졌으니 비판도 많아졌고, 긍정적인 기여도도 있으나 부작용도 있는 법입니다. 

이와 같은 혼란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용자의 마음가짐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고 적합한 목적으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 수준이라면 인터넷이나 유투브에 (전문가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을 정도로) 훌륭하고 좋은 컨텐츠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 진지한 고민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찐.무당'에 해당하는 '찐.전문가'의 도움과 지원을 받는다면 아마도 더욱 큰 도움과 유익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반면 단편적인 측면 만을 보고 심리검사나 MBTI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관점을 가진다면 결국 자신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나 방법 하나를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것입니다!



5. '찐.무당'의 답변!



저희 회사 사람들과 인터넷으로 MBTI를 했어요. 회사 사람들과의 적합도를 봐주는 검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는 저는 모든 사람들과 '부적합'으로 나왔어요 ㅠㅠ 제 성격이 정말 그렇게 이상한가요? 그렇게 문제있는 성격인가요?

답변 :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팀웍이나 타인과의 적합도는 성격 자체보다도 타인과의 적극적인 소통의지나 노력, 그리고 조직 분위기가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ISTJ(의뢰자 분이 진짜 ISTJ이심!)의 경우 16가지 유형 중 가장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유형으로서, 어떤 조직에서든 최선을 다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 역할과 책임에는 '다른 사람들과 "적합"하기 위한 노력과 실행'도 포함되는 유형입니다. 아마도 그 로직을 만든 사람이 개인적으로 ISTJ에게 무슨 원한이 있었나 하는 추론을 해 봅니다!^^ 

(참고. 'ISTJ. 이 시대의 모범시민' by 노박사 레오. https://brunch.co.kr/@mindclinic/347)


친구들과 MBTI 얘기를 하다가 무심코 '그거 믿어도 되는거야? 나는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던데..'라고 무심코 애기했어요. 그랬더니 한 친구가 '결과가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온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게 답을 해서 그런거야!'라고 하면서 저의 평상 시 행동까지 언급하면서 비난 조로 애기했어요. 엄청나게 상처가 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 때부터는 MBTI 얘기만 해도 불편해졌고, 너무 진지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멀리하게 되었어요. 

답변 : 보통 MBTI 유형이 자주 다르게 나오는 분들의 경우에는 1) 심리적인 유연성이 높고, 2) 상황에 따라 맞추어 행동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며, 3) 각 상황에서의 최적의 행동과 대처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본인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으나 특정 상황에서 본인이 어떤 것을 중시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지를 생각해보시면 다르게 나오는 변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각각의 상황에서 맞춤형으로 최선을 다하는 유연하고 훌륭한 성격'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참고. 'MBTI 유형이 바뀌는 5가지 이유' by 노박사 레오. https://brunch.co.kr/@mindclinic/336#comment)


상당히 불쾌했어요. 대뜸 저한테 '너가 내향이라고? 헐.. 내향이 그렇게 부산스러워? 그럴리가..ㅎㅎㅎ'라고 말하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그 후로는 제가 말을 좀 머뭇거리거나 늦게 대답하면, '아~ 내향이라고 했지? 그래서 그렇게 대답이 느린거구나!'라고 빈정거리듯이 말하면서 '그러게 외향을 뽑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할 때면 이게 나가라는 소리인가 진짜 고민이 된다니까요. 

답변 : 상대방이 말하는 투와 내용은 보면 1)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를 하려는 노력이 없고, 2)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판단하며, 3) 자신이 무엇이 문제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경우... 제 조언은 '손절!'입니다!(만약 같이 근무해야 한다면, 심리적인 손절 & 형식적인 최소한의 관계 유지!). 대신에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면서 나의 말을 듣고 내 행동을 이해하고자 해주면서 같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분에게 심리적 에너지와 정서적 교류를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오늘도 킹 받게 하는 사람, 손절각인가요?' by 노박사 레오 & 심리톡톡.  https://brunch.co.kr/@mindclinic/634)




부디 이 글이 

인터넷이나 유투브에서 MBTI와 성격에 대한 관심과 부흥을 일으키는 창작자분들께도, 

그리고 그 내용을 보면서 재미와 흥미를 가지고 성격에 대하여 조금 더 알게 되는 유익을 얻으신 분들께도, 

그리고 조금 다른 의미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도,

그리고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MBTI에 대한 불편한 마음과 거부감을 해결할 필요가 있는 전문가분들께도..

모두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re-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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