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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Dec 18. 2022

내 험담을 들었을 때...

대화 하나.


이제 그 친구랑은 절교하려구요..

알고보니 그 친구가 사람들에게 제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상담자.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제 친구가 말해줬어요. 그 친구가 저에 대해서 안 좋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를 왜 가까이하느냐고..

그런 인간이 어떻게 제 앞에서는 반가운 척하고 웃으면서 친한 척하고 뒤에서는 그렇게 뒷담화를 하다니..

정신 배신감을 느꼈어요. 그렇게 이중적인 인간인 줄 몰랐어요.

제 친구가 그 친구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으면 평생 제가 속고 살았을거잖아요.. ㅠㅠ


대화 둘.


어제 제 동료랑 같이 맥주 한잔을 했어요.

저한테 팀장님 좀 신경 쓰라고 조언을 하더라고요.

난데없이 무슨 얘기냐고 했더니..

제가 요즘 어떠냐고 묻더라는 거예요.. 일은 잘하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그러면서 이번에 새로 하는 프로젝트에 누구를 맡겨야 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는 거죠..

그 프로젝트를 자기에게 줄 거 같다고.. 괜히 저에게 미안해서 솔직히 말해주는 거라고..

그 프로젝트는 이미 제가 다 준비하고 진행해왔던 건데.... 이제 와서..

정말 헐....이었어요.. 팀장님이 저에게 그렇게 뒤통수를 칠지는 몰랐죠..



1. 나의 뒷담화를 알게 된다면...


Photo by Elisa Ventur on Unsplash


살다 보면 종종 나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담 중에도 남에게 전해 들은 얘기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또한 조언이라는 명목 하에 이를 전달하는 친구들도 꼭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블라인드 같은 곳에서 '어... 저거 내 얘기 아닌가?' 하는 확신이 드는 글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나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며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알고 보니 다른 친구에게는 안 좋은 얘기를 한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또는 다양한 역동이 일어나는 팀 내에서 리더나 상사가 알고 보니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나를 이용해 먹고 있는 것이라는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불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비밀과 어려운 얘기를 전달해준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신뢰와 믿음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일이 생긴다고 하면 당연히 좋은 기분일 수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나쁜 기분을 겪는 이상으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자존감이 저하되거나, 나에 대해 험담을 한 사람에 대한 격한 분노를 겪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와 같이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겪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때로는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또는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겪을 필요는 없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2. 사실을 확인하였는가?


Photo by Colton Sturgeon on Unsplash


자신의 험담과 관련하여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소문이나 타인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믿는 것입니다.

특히 '내 험담을 듣는 것' 자체가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오기 때문에 듣자마자 혹은 듣는 과정에서 이미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객관적인 팩트 확인을 하거나 혹은 전달하는 사람이 내용을 왜곡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람은 원래 자신에 대해 긍정적 정보보다는 부정적 정보를 중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를 '부정성 편향 효과(negativity bias effect)'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거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소위 '낚인다!'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부정적 정보에 일단 낚이게 되면 그다음에는 감정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

특히 부정적 정보는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부정 편향적인 감정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당연히 부정적일 것입니다.

상대방(나에 대해서 뒷담화를 한 사람)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 그리고 자괴감이나 자존감 저하 등....


따라서 그 사람이 진짜로 그런 말을 했는지, 혹은 전달한 내용이 정확한지, 또는 전달하는 사람이 실제 했던 말의 내용을 왜곡해서 과장하거나 개인적인 주관을 덧붙여 더 기분 나쁘게 말하지는 않았는지 등

객관적이고 중립적 차원에서의 사실 확인을 거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남들이 나에 대해서 칭찬할 때에는 '에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겠지..^^'라고 생각하며 진정성과 사실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부정적 정보에 대해서는 '진짜?.. 헐... 그 사람이 왜 그랬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등과 같이 사실이라고 쉽게 믿은 후 이후의 복잡하고 감정적인 심리적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3. 험담만 했는가?


Photo by Piret Ilver on Unsplash


사실 확인과 더불어 해야만 하는 또 한 가지 접근은 전체적이고 균형적인 정보 파악입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의 발표나 강의 중에 문제가 되는 부분 만을 딱 떼어내서 이슈화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알고 보면 전체적인 맥락 상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데, 특정 영역만 떼어놓고 보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퇴근 후 회사 근처의 치킨집은 직장인들로 바글거립니다.

그들은 하루 종일 받았던 스트레스를 노가리를 씹어가면 토로합니다.

그러면서 하루 동안 쌓였던 마음의 피로를 풀며, 서로의 위안을 안주 삼아 다시금 활력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본다면 어떤 얘기를 하던가요?


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던 얘기를 주로 하던가요, 아니면 자신에게 급여를 주는 회사에 대한 존중과 자기 일에 대한 보람을 주로 얘기하던가요?

혹은 답답했던 상사의 뒷담화를 하던가요, 아니면 훌륭하고 고매하신 상사의 면모를 칭찬하는 이야기를 하던가요?

물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기쁜 일로 하는 회식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치맥은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거나 답답하고 힘들었던 일들을 수다로 풀어내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은 (때로는) 불합리하고 답답한 상사를 신고하지 않고 견디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오늘은 험담을 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래도 만족하고 그래도 좋은 점들이 있고 그래도 다닐만하며 그래도 필요하니까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일 겁니다.

혹은 치맥을 하면서 상사와 조직에 대한 뒷담화를 시원하게 하고 나면, 수다 자리가 파할 때쯤이나 혹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그래도 이 회사가 좋은 점도 많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즉 때로는 험담을 할 수는 있지만 때로는 긍정적인 생각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긍정과 부정을 비교해 보았을 때 그래도 긍정이 더 많으니, 또는 (부정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4배 정도의 긍정적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심리학 실험에 근거하면) 긍정이 부정에 비하여 최소한 4배 이상은 되니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중 4배에 해당하는 긍정 얘기는 쏙 빼고 전체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부정적 얘기(험담) 만을 가지고 열받고 화가 난다면 그 또한 합리적인 행동은 아닐 수 있습니다.



4. 때로는 악의적인 전달자도 있습니다


Photo by Javardh on Unsplash


마지막으로 검토할 것은 전달자의 특성과 의도나 목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적 관계보다 직장 내 관계의 경우에는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달자가 타인을 조정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으로 부정적 평가 정보를 활용하거나 자신의 입지나 목적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왜곡된 부정적 정보를 전하는 경우들도 흔합니다.

'조언' 혹은 '진심으로 너를 위해서..'라는 포장으로 이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이 그와 유사한 행동을 자주 보이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여러 친구들이 모여서 그룹을 이루게 되면 그 안에서 소그룹이 갈리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미묘한 역동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리더십이 있고 대인관계가 좋은 친구들이 모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꼭 Big Mouse 역할을 하면서 모임을 통제하고 주도하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Big Mouse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부정적 정보를 활용한 이간질입니다.

그 결과 친구들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고, 자신의 의도대로 친구들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가 분명한 직장 내에서는 이와 같은 의도적이고 목적적인 역동이 더욱 자주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주로 부정적 평가가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더욱이 업무 상 경쟁 관계에 있거나 상대방의 이익 증가가 나에게 피해나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에 더욱더 자주 발생합니다.

큰 범주에서는 경쟁사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흘려 우리 회사가 입찰에 성공하는 과정이 그러하며,

팀 내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더불어 상사와의 관계를 좋지 않게 만들어 결국 자신이 팀 내에서 더 큰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행동 패턴을 자주 사용하거나 성격적으로 이와 같은 경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보통은 '프로 불편러'라고도 하며 좀 더 고착화되고 심한 경우에는 '성격장애'인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행동 패턴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갈등이나 분란을 겪게 되기도 하며 평화롭고 잔잔한 사람들의 마음에 큰 바위돌을 던지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5. 건강한 의심은 나를 보호합니다.


Photo by Giulia Bertelli on Unsplash


사람이 부정성 편향 효과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이 더 안전하고 나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부정적인 정보를 중시하고 의심을 많이 하면 다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정보 자체나 혹은 부정적 정보 전달자에 대한 판단 과정이 빠진다면, 부정적 정보 내용이나 부정적 정보의 전달자에게 휘둘리기 마련입니다.

이는 결국 사실이 아닌 정보로 인하여 내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릴 뿐 아니라 분노나 억울함, 배신감 등과 같은 불필요하고 강한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합니다.


지나친 신뢰도 문제입니다.

지나친 신뢰는 부정적 의도를 가진 상대방을 걸러 내지 못하고 결국 나 자신의 손상을 가져옵니다.

지나친 의심도 문제입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경우 마음의 평화는 오지 않으며 항상 긴장과 스트레스에 빠져 있게 됩니다.

적절한 수준에서의 건강한 의심을 나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3가지 과정,

1) (부정적 정보 자체에 대한) 사실 확인,

2) (부정적 정보를 포함한) 전체 정보에 대한 균형적 판단,

3) 부정적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전달자)에 대한 합리적 평가

등을 거친다면 악의적인 부정적 정보를 걸러내고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 맞는 건강한 멘털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person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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