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나는 키워드만 떠올리더라도 서O초등학교와 주O민님 등의 일과 관련된 학부모의 걱정과 교권침해, 신O역과 서O역에서 일어났던 '묻지 마' 사건들, 잼버리 사건과 청주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참사 등에서 볼 수 있는 행정적 무능력, 게다가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장병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아무도 책임지고자 하지 않으면서 남탓만 하는 우리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의 추악한 민낯 등....
'대체 어느 한구석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있기는 한 거야?'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층들과 그들의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이 사회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들 자체도 문제이기는 하나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로서 제가 더 걱정하는 것은 이와 같은 사건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발생하는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황과 그 안에서 무기력하게 이를 바라보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들의 "안전감"의 상실'입니다.
최근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안 좋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우리의 심리적 "안전감"이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2. "안전감"이 중요한 이유
Maslow's Hierarchy of Needs
아마도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심리적 '안정감'이 아니라 "안전감"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안정감(Sense of Stability)'과 "안전감(Sense of Safety)"는 급이 다른 감정입니다.
'안정감'에 비하여 "안전감"은 더욱 기본적인 심리적 기반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흔들리는 경우, 우리 사회적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들을 겪게 됩니다.
매슬로우의 '욕구위계론'이라는 심리적 이론이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수준을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등으로 구분하는 개념입니다.
하위 욕구는 상위 욕구 충족의 전제가 되며, 사회적 성숙이나 발달 수준에 따라서 더 상위 욕구 중심의 사회가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5가지 단계의 욕구들도 생존에 필수적인 욕구(생리적 욕구 및 안전에 대한 욕구)와 이를 넘어서는 심리적이고 정신적 만족을 위한 욕구(사랑과 소속의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 실현의 욕구 등)들로 구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정감'이라는 것은 심리적이고 정신적 만족을 위한 욕구 수준인 반면에 "안전감"이라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인 기초적인 욕구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적 이슈나 사건들로 인하여 "안전감"이 흔들리는 것은 훨씬 더 심각하고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 사회가 겉보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음을 의미하며, 훨씬 더 심각하고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잘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상위의 욕구들이 순기능을 기반으로 한 발전적인 만족과 충족이 되지 못하고,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들을 일으키게 됩니다.
3. 분노와 혐오가 떠돌아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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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풍족한 삶이 유지되고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역으로 기초적인 욕구들이 흔들리는 사건에 취약하며 이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 쉽게 사회적 안정성과 기본적인 안전감이 흔들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기초적인 욕구들이 충분히 충족되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 단계의 문제들을 다루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초적인 욕구의 충족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큰 혼란을 겪으며 제대로 해결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기초적인 욕구들이 흔들리게 되면 상위 욕구들을 추구하고 만족하던 방식들이 변질되어 오히려 정신적인 혼란과 불안정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입니다.
생리적 욕구나 안전에 대한 욕구와 같이 기본적인 욕구들이 흔들리게 되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들이 널리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 상태는 보다 상위 욕구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되도록 하는 잘못된 에너지로 사용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소속감에 대한 욕구들은 집단 이기주의가 되며, 내가 속한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성과 혐오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자기 존중감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들은 자기 중심성으로 변질되며,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의 형태로 표출되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사라지고, 서로 간의 질투와 견제가 심해지며, 집단 간 대립과 갈등이 심화됩니다.
즉, 사회적인 존중이나 타인에 대한 인정보다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적 집단에 대한 자기 중심성과 이기심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들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타인이나 다른 집단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에 집착하게 되며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거나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집단에 그 원인과 책임을 전가하여 비난하고 공격한 문제들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내적 심리 상태를 되돌아보거나 건강한 방식으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훨씬 더 쉽고 내적으로는 편안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4. 우리의 혼란은 이미 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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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와 같은 사회적인 불안정성과 심리적인 혼란은 이미 예견되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미 우리의 심리적인 혼란은 훨씬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을 보아왔을 뿐이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마음속의 고통과 혼란을 보는 눈이 없었을 뿐입니다.
물론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뚜렷하고 명백한 원인 중 하나는 분명 코로나입니다.
불과 몇 년 전, 우리는 코로나라는 큰 사회적 위기를 겪었습니다.
아니, 위기라고 표현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혼란과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존의 일상은 모두 뒤집어졌으며,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서의 새로운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이제는 암도 대부분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감염으로 인한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대로 퇴행하였습니다.
매슬로우의 이론에 근거하면 생존과 안전의 욕구가 이미 해결되고 충족되었던 사회에 적응된 우리에게 갑자기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시대적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회적 상황과 혼란은 단순히 우리의 물리적인 환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리의 심리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며, 관련해서 발생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나 문제가 우선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겪는 일이었으며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고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현상에만 집중할 뿐 그 이면에서 작용하는 심리적 타격이나 역동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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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회적 문제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와 같은 문제들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행동은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추궁하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 이상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과정이 냉정하고 객관적인 견지에서 합리적이고 건강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하며 오히려 사회적 대립과 분란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사적인 모임이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회적 현상과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과연 누가 더 문제였으며 어떤 사람의 책임이 더 큰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루어집니다.
서로 간의 다양한 생각이나 견해를 가지고 토론을 하다 보면, 때로는 선을 넘어가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을 때에는 다들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토론보다는 감정싸움으로 엉뚱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알고 보면 정치적 영향력도 없고,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민초들끼리 감정싸움을 하면서 사이가 나빠지는 엉뚱한 부작용도 흔히 발생합니다.
마치 국회의원들이 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 9시 뉴스를 보면서 열을 받고 분노하나,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당장 눈 앞에 있는 자식들에게 괜히 화와 짜증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열띤 토론을 해 봐도 누구의 책임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기도 어려우며, 객관적인 지표로 책임을 나눌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관계자들이 그 책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지는 다른 문제들입니다.
오히려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이나 고위 행정책임자들은 아마도 절대로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을 현란하게 속여서 당선이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 상대 진영을 비난하여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만드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즉,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우리와 같은 민초들은 적정선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수준에서만 감당하면 되지 그 이상의 깊이 있는 분석이나 감정 섞인 논쟁은 우리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갉아먹는 불필요한 짓일 뿐입니다.
6.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시대적 환경과 특별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엄청난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 나 자신의 신체적 안위와 심리적 안정을 지킴으로서 최대한 나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나 감정적 소모를 최소화하여 그러잖아도 시끄러운 마음이 더 힘들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다른 하나는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상황에서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고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속에 긍정과 부정의 균형을 최대한 조절하여 맞추는 것입니다.
우선 누구의 책임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 너무 깊이 생각하거나 선을 넘어 스스로의 심리적 안정을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거나 납득이 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늘어나고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왜 이런 문제가 생겼으며,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고민이나 생각, 사회적 현상과 관련된 과도한 정보 수집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망칠 뿐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현재, 그리고 지금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마음의 에너지를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미잘과 같은 단세포 동물과 같은 마음으로 오늘의 즐거움에만 집중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선거에 투표를 통해서 심판하는 것 말고는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복잡하고 심란한 상황에서는 다른 것들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자리와 위치에서 자기 역할과 책임에만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7. 이 또한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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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는 법입니다.
한 회사의 연혁을 돌아보면, 겉으로 보이는 성공 이면에는 수많은 부도 위기와 더 이상 답이 보이지 않았던 절망적인 순간이 있었던 법입니다.
한 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내부적인 혼란을 극복해야만 선진국으로서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한 개인, 회사, 그리고 나라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으로도 공황이 닥치거나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전염병 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생존의 위협들이 있는 법입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대전염병이 창궐하였으나 그전에는 IMF라는 외환위기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계 자체의 위협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70세가 넘으신 분들의 경우에는 6.25 전쟁을 직접 경험하셨던 분들이 다수이며, 80세가 넘으신 분들은 일제 치하의 식민지 시대를 직접 겪으신 분들입니다.
인류의 역사 중 어려움이나 혼란이 없었던 시기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면서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 어떤 개인이라도 환경적인 어려움과 심리적 위기를 겪는 법이며, 그 과정에서 마음의 성장과 성숙을 이어 갑니다.
한없이 평탄하고 평화로운 시절만 있는 것도 좋겠으나 이와 같은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며 점차로 세상의 원리와 이치를 깨달아 가는 법입니다.
이처럼 다사다난한 가운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고 견디는 과정을 거쳐, 적어도 40세는 되어야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지 않는 나이(볼혹, 40세)'가 되며, 이후로 '하늘의 뜻을 이해하고 깨닫는 단계(지천명, 50세)'를 넘어 비로소 '인생의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수준(이순, 60세)'에 이르게 됩니다.
오늘 하루의 삶이 모여 한 달을 만들고, 한 달이 모여 한해를 만들며, 이와 같은 해가 쌓여서 내 삶과 인생을 만들어 가는 법입니다.
만약 오늘이 혼란스럽고 시끄럽다면 그냥 오늘 하루를 잘 지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시끄럽더라도 오늘 하루를 잘 버티고 이겨내야 내일이 오는 것이며, 수많은 오늘과 내일이 모여, 더 긴긴 삶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혹시라도 그 와중에 마음의 혼란과 시끄러움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즐거움과 만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즐기고 만끽하여 오늘을 버틸 수 있는 마음의 힘과 에너지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지나가다 보면.....
어느 날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예전과 같은, 혹은 예전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요즘 온 매체에서 영 마음 시끄러운 일들만 생기는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몇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