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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Sep 26. 2024

관계 상실의 시대

Photo by Chetan Hireholi on Unsplash



1.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Photo by Gabriel Benois on Unsplash


코로나와 같은 시대적 사건들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 흔적을 남깁니다. 

코로나는 사람들 간의 접촉을 제한하고 온라인 중심의 상호작용이 확대되는 현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직접적인 대인관계가 극히 제한되었으며, 소위 '스킨십'이라고 표현하는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와 상호작용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더불어 관계의 양상 자체가 그러잖아도 보편적으로 확산되던 온라인 중심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도록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코로나가 종식되고, 우리는 이전의 일상적 삶으로 돌아간 듯이 보입니다. 

얼핏 외적으로는 모두 회복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심리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심리적 후유증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과연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2. SNS가 우리의 관계 패턴을 바꾸어 버렸다


Photo by dole777 on Unsplash


우리의 대인관계 양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세계로 변화하면서 대인관계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온라인을 통한 대인관계가 활성화되고 있어 왔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대인관계는 그 특성상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으며 대인관계에 비교해 볼 때 여러 가지 차별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온라인 중심의 관계는 공간적 및 형식적 제한을 대부분 풀어버렸습니다. 

인스타와 페북 등 온라인통한 컨택과 관계 형성과 교류가, 화상을 통한 회의나 만남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대인관계 소통과 교류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인간관계가 과거의 인간관계를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적어도 이전의 관계 양상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변화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3. 쉬운 관계 시작과 편리한 관계 종결 


Photo from Getty-Images


오프라인 중심의 관계에서 온라인 중심 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행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적 현상들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온라인을 통해 형성된 관계는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에 따라서 우리가 경험하는 관계 상의 만족이나 상실감의 양상도 달라집니다. 


우선 관계의 양 자체가 늘어납니다. 

직접적 대면을 통한 상호 간 관여에 기반한 관계형성에 온라인을 통한 네트워크 확대가 가능해졌습니다. 

'우리 동네 친구' 또는 오프라인 만남 중심의 관계에서 모든 지구인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며 시공간적 제한 없이 두 사람 혹은 교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약속만 있으면 원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밴드와 같은 온라인 모임과 페친과 같은 SNS 상 친구관계 형성 등이 가능해지면서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온라인은 관계를 시작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용이합니다.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하기도 쉬우며 사람들의 호기심은 끌만한 재미있거나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진 경우에는 알고리즘을 타고 몇십만의 팔로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또한 DM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새로운 사람들이 친구 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관계 형성의 용이성과 양적인 증가는 대인관계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뿐 아니라 크나큰 만족감을 줍니다. 


그런데 온라인은 관계를 시작하는 것뿐 아니라 관계를 종결하는 것도 아주 쉽습니다. 

관계상에서 불편함이 있거나 만족하지 못한다면 언팔을 하거나 심지어는 읽씹을 함으로써 관계 상의 불만과 종결을 알릴 수도 있다.  

게다가 실제 인간관계와 관계가 깊어지고 진지해지는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도 적습니다. 

갈등이라고 볼만한 것은 발생하지도 않으며 사소한 의견 대립이나 불편함이 있다면 그냥 언팔을 하면 됩니다. 

대인관계상 발생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갈등이나 불편함을 견디고 인내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무수한 대안이 있으며 불편함을 인내하느니 차라리 언팔을 통해 불편한 관계 자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피상적 관계는 외로움과 고독을 늘려간다


Photo by Resat Kuleli on Unsplash


이와 같은 온라인 중심의 관계 확대와 그에 수반되는 오프라인 중심의 직접적 대면관계의 감소는 인간관계에 비추어 보면 인간관계의 질적 측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오프라인 중심의 대면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기는 하나 온라인 중심의 관계에 대한 집중도나 양 자체가 현저하게 증가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온라인 중심의 관계들이 오프라인 관계까지 확대되는 비율도 높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하여 우리의 관계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중적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온라인 중심의 인간관계 양상은 종합하면 피상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관계의 시작과 종결이 쉬우며 관계가 깊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인스타와 SNS 게시물이나 보정을 거친 셀카나 사진 등 외적이고 형식적인 모습에 더 집중하게 되며 화려해 보이는 모습을  충분히 검증하거나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할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다 깊이 있는 감정적 개입이나 관여로 발전하는 일이 적으며 갈등관리 등과 같은 고급 대인관계를 활용할만한 기회도 적습니다. 


반면에 대인관계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은 더 많아집니다. 

손에 들고 있는 폰만 열어도 하루 종일 SNS나 인스타를 탐방하면서 댓글과 답글을 달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상호작용한다는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게다가 여행을 가더라도 여행 자체를 즐기거나 함께 여행 간 사람과의 교류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위한 사진 찍기나 콘텐츠 작성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사람 자체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콘텐츠를 매개로 한 교류에 초점을 두게 되면서 실제적인 감정적 교류나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게 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깊이 있는 감정적 만족이나 교류는 적어지는 결과를 낳게 되며, 예전에 비해서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더 많은 소통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관계 상의 무상함과 공허함만을 남기게 됩니다. 

이처럼 피상적 관계를 통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다른 사람이 필요하고 그립거나 외로움이나 고독과 같은 진지한 대인관계 결핍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 더 많은 갈증을 느끼게 되거나 온라인 중심의 관계들이 얼마나 허무한지에 대해서 더 느끼게 되곤 합니다. 



5. 세상의 발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Photo from Getty-Images


기본적으로 인간의 변화에 비하여 세상의 변화는 더 빠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불러왔으며, 이에 기반한 온라인 중심의 인간관계는 보편적인 사회적 변화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SNS의 발달과 직접적인 대면관계가 아닌 온라인 중심의 대인관계 상호작용이 비율은 점차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관련하여 그나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SNS를 사용하지 않거나 자녀들이 폰에 너무 매달리지 않도록 강제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들의 궁극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빨리 있는 자동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걸어 다니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앞으로도 인간관계는 기초적인 욕구들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더 큰 결핍과 불만족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심리적 상태나 심리적 문제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대인관계 상의 문제들이 확대될 것이 예상된다고 해서 예전과 같은 오프라인 중심의 관계만을 고집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한 온라인상 관계들이나 형식들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본연적인 대인관계 욕구들을 충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을 피하거나 무시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며 인정할 부분은 분명하게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보완책이나 대안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6.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기술 개발에 집중하라 


Photo by Robert Collins on Unsplash


최근 급격하게 결혼율이 낮아지는 반면 이혼율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는 현상도 더욱 증가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전에 비하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훨씬 더 유능하고 똑똑해졌으나 대인관계 측면에서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던 취업을 하고서도 조직 내 대인관계를 견디지 못하는 똑똑한 인재들이 사표를 던집니다. 

아예 세상과 단절한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삶이 가능해졌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생활 상의 편의성은 급격히 증가되었습니다. 

반면 오히려 심리적인 행복감이나 만족감은 줄어들고 정신적 문제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SNS의 팔로워들은 늘어가고 다른 사람과의 온라인 상호작용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빈곤은 더 커지고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는 무엇이고 그에 맞춘 해결방법이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합니다. 


몇 가지 핵심적인 대안들을 간단히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족 내 관계는 더욱 중요해지고 그에 따른 심리적 건강성에서의 차별은 심화될 것입니다. 

둘째, 가족 외 인간관계 형성과 대인관계 스킬의 개발과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교육에서의 인성교육과 상호 간의 관계능력 강화가 필요합니다. 

셋째, 온라인 중심의 관계와 더불어 오프라인 중심의 관계들 간의 비율에 항상 주의하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넷째, 필수적인 오프라인 활동과 대면적 관계를 유지하고 확대하거나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음이 맞는 온라인 중심의 관계들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함으로써 깊이 있고 진지한 관계들에 대한 경험을 넓히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을 주관합니다. 

트레바리라는 서비스 모형은 돈 내고 모이는 오프라인 독서토론회입니다. 

이 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굳이 모여서 독서 토론을...? 그것도 돈을 내고...??'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레바리 서비스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서비스 모형이 되었으며, 책을 매개로 한 오프라인 모임과 이에 기반한 다양한 대인관계 활동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얼마 전 아동을 위한 오프라인 기반의 체험형 예체능 프로그램 서비스 회사와 성향 진단 및 부모 워크숍 등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오프라인 체험형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었으며, 생각보다 부모님들이 반응이 좋았습니다. 

워크숍 등에서 부모님들과 얘기해 보면 다들 대면관계를 중심으로 한 대면 활동의 필요성을 많이 호소하였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물이며, 사회적 존재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즐거움의 원천이자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생존기술입니다. 

특히 소위 '스킨십'이라고 부르는 대면 중심의 관계 경험은 기본적인 정서적 교류에 필수적인 활동입니다. 

온라인 중심의 관계가 편리성이 높으며 심리적 부담이 적기는 하지만 대면 중심의 관계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습니다. 


대인관계가, 특히 대면적 대인관계와 그 상호작용이 항상 좋고 즐거울 수만은 없으며 때로는 싸우고 상처받기도 하고 갈등이나 대립으로 마음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간으로서의 생존과 행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관련 활동과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더 깊은 관계 상실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사람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노력과 실행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삶의 만족과 행복을 위한 작은 노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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