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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큰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수준은 물론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상식적 판단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여러 가지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세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안정할 뿐 아니라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과 변화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제 글에서는 대인관계와 공감을 중심으로 해 대인관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서적 활동인 공감력 측면에서 이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다만 본 글은 연구 과제나 논문이 아니며, 현장과 임상에서 활동하는 일개 심리 전문가의 직관과 통찰을 정리한 글 정도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으나 저의 전공과 전문성 범위 내에서 언급할 있는 부분과 원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들의 일상적인 관계 패턴들이 급격하게 변화하였으며, 그로 인한 후유증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글 시작합니다.
1. 대체 왜들 저러는 거지?
얼마 전 특이한 일 하나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대여(?)해준 '푸바오'라는 판다가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는 날 에버랜드부터 공항까지, 심지어는 이륙하는 항공기를 보면서 "오열"하는 푸바오맘들의 모습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푸바오가 에버랜드에서 생활할 때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푸바오에 애정을 주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개인적 자유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렇게 울지 않을 것 같은 정도로 "오열"하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적 현상들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잘못이 있어서 선생님께 지적을 받거나 혼나는 일을 듣게 된 부모들은 사실에 근거하여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자 하기보다는 자녀를 혼내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 "정서적 학대"를 주장하며 오히려 선생님을 비난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합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향한 팬심을 넘어 집착을 하는 사생팬이나 명백하게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쳐도 무조건 옹호하거나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삐뚤어진 팬심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스타들에 대한 과도한 혐오와 음해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다들 왜 저러는 거죠?
2. 공감의 가치
공감은 대인관계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심리학적 관점과 대인관계 측면에서 본 "공감(共感, empathy)'의 의미는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함께 경험하며 나눔'입니다.
이와 같은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와 상호작용은 대인관계의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활동이지만 그중에서도 '공감'은 상당히 어렵고 쉽지 않은 고차원적인 심리적 역동에 해당합니다.
공감은 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혹은 성격)의 다름과 상황 또는 상태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공감은 서로 다른 성향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촉진제이자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또한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공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람들 사이에 분열과 대립이 자주 발생하게 되며, 서로의 갈등이 심화되어 결국에는 파국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감은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신뢰로운 관계와 사회를 만들어 줌과 동시에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공감이 사라진 사회?
혹자들은 우리 사회가 갈수록 공감이 없는 사회가 되어 간다고 합니다.
또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에 공감 부족을 원인으로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우리 사회는 공감이 부족한 사회는 아닙니다.
오히려 대인관계를 통하여 충분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미-충족된 공감이 건강한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엉뚱하거나 잘못된 방법들로 표출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한 대인관계의 질적 변화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다양한 매체의 확산과 활용은 소위 '혼자 놀기'로만도 충분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업무적 활동이나 직장 생활, 그리고 개인 생활 상에서도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정착되었으며, 대인관계에 대한 필요성이나 중요성이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더불어 관계의 형성 및 유지에 있어서도 온라인 친구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계의 양 자체는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관계의 깊이나 진지함은 감소해 실제로는 피상적인 양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등으로 인해 한동안 직접적인 대인관계 접촉을 제한하고 온라인 중심의 관계 패턴이 지속된 것은 이와 같은 질적 변화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4. 공감력이 건강하게 소비되지 못한다
이와 같은 피상적이고 공허한 대인관계는 본능적 대인관계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절대적인 공감의 양이나 수준 역시 충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감을 통한 진지하고 신뢰로운 대인관계는 본능적 요소로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충족되고 만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대인관계에서는 공감력을 기반으로 하여 타인을 공감하거나 타인에게 공감받고자 하는 내적인 요구들이 충분히 만족되거나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공감하고 싶은 욕구는 공감할 곳을 찾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으며 공감받고 싶은 요구도 충족되지 못한 채 사람들의 고독과 외로움은 더욱더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현실 관계 내에서 적절하게 충족되거나 발현되지 공감력은 여러 가지 심리적 현상과 문제들을 일으키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공감의 속성은 정서적 에너지의 형태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발현되지 못한 감정들이 내적으로 축적되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됩니다.
정서적인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감정을 자극하는 사소한 내적 혹은 외적 자극이나 단서에도 충동적으로 표출되거나 격한 감정 표현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또는 대인관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게 되며 아예 관계를 회피하거나 한번 형성된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몰입하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건강하게 발현 또는 충족되지 못한 공감력은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행동 문제들을 유발합니다.
5. 건강하게 소비되지 못한 공감이 우리의 감정을 다치게 한다
사람은 공감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있으며, 공감을 해주고자 하는 욕구도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랑받고 싶은 욕구'도 있으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욕구'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들은 우리 모두의 감정을 다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공감의 극대화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공감과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 간의 균형이 깨지고 공감력이 주로 자신 및 자기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우입니다.
이로 인해 세상은 훨씬 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 될 수밖에 없으며,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고 그에 기반하여 판단하며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라는 말이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타인에 대해서도 과하고 집착에 가까운 공감을 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적절하게 분산되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형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공감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다가 공감의 대상을 만나게 되면 그동안 축적되어 왔던 공감력이 한꺼번에 발휘되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로 인해 사람을 지나치게 믿거나 의존하게 되는 반면 과도한 의존으로 인하여 관계에서 만족감이나 안정감을 얻지 못한 채 오히려 불안정성과 집착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대상에 대한 과한 몰입으로 인해 오히려 상대방의 불편감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며 상대방에 대한 절대적인 이상화와 지나친 이상화에 대한 실망과 상처, 그리고 그로 인한 분노와 공격성 등이 반복되는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도의 사생팬이나 연인관계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그로 인한 지나친 다툼 툼, 그리고 관계 거절과 관련된 데이트 폭력 등에서 자주 보이는 심리적 과정입니다.
6.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이슈들을 해결하고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균형(balance)"입니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균형은 오프라인 대인관계와 온라인 대인관계 간의 균형, 긍정적 교류와 부정적 교류(및 쉽게 포기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고 개선하여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 포함), 긍정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는 불편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균형적 관계와 교류를 의미합니다.
새로운 변화에 따른 대인관계의 질적 변화에서 변화된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인관계 양상이나 본질적인 대인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균형적 관점과 접근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미 기술은 진보했으며 온라인 중심의 세상을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오프라인 관계가 가지는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언팔이나 읽씹을 통해 불편한 관계를 피할 수는 있지만 반복된 회피는 결국 갈등관리 능력의 퇴화와 더불어 편협하고 제한된 대인관계만을 맺게 합니다.
인스타와 같은 SNS에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상대방의 찐.모습도 이해하고 수용하며 받아들이는 연습과 훈련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피상적 대인관계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감정을 중시하고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존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도 존중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가져야만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모 신도시에서 최적화된 예체능 교육을 위한 성격 진단 검사를 개발해 준 적이 있습니다.
진단 후 여러 예체능 학원들과 연계하여 다양한 예체능 체험 프로그램을 링크해 주는 서비스를 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과 참여가 꽤 높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 수업이나 친구 간의 교류나 활동에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밝은 햇살은 어둡고 진한 그림자를 동반하는 것처럼 우리의 대인관계도 다양한 측면과 만족하는 부분과 더불어 불만족스럽거나 힘든 부분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동반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균형적인 자기 계발과 대인관계 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또는 나를 지지하고 우호적인 몇 사람 만의 온실을 갖추어 놓고 그 밖으로는 한걸음도 나가지 않는 것과 같은 세상살이를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글을 통해 자신의 대인관계상 여러 가지 균형을 생각해 보시는 계기가 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