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은 진심, 듣지 못한 진실
도하는 수면 내시경 도중 육안으로 커다란 암덩이가 보여서 바로 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서 수술하면 됩니다."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 말은 오해였다.
"큰 병원에 가라."는 의사의 말,
"수술하면 된다."는 의사의 말.
첫 번째는 의사가 하고 싶었던 말이고, 두 번째는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 중 수술 잘하는 의사를 찾아 곧바로 예약했고,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수술 집도 할 의사는 처음 만났을 때,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 되었는지는 수술을 해봐야 정확히 안다고 했다.
진단 받을 때부터 ‘수술만 잘하면 살 수 있을 거야’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수술을 받기로 했다.
몇 년이 흘러 다시 서류를 찾아보니, 내시경하던 날 찍은 복부 CT 판독지에
'복막 전이 감별 필요'
라는 소견이 함께 적혀 있었다.
나는 그때 판독지를 읽었지만, '감별'이라는 말을 '아니겠지'라고 생각했고,
의사도 관련 내용을 우리에게 콕 집어 말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원망하지 않았다.
차차 알게 될 내용을 자세히 말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에게 받아들일 시간을 준 배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배려는,
한 명, 두 명... 몇 명의 의사를 거치는 동안에도 계속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모든 걸 알지 못한 채 수술을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침묵이 없었다면 그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싶다.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겐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만약 의사가 그 때,
"지금 위암 복막 전이로 4기가 강하게 의심된다. 보통은 이런 경우 항암 후 수술을 하거나, 항암이 효과가 없으면 가망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남편을 보낸 후 수없이 생각했다.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선택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우리가 함께 고민했고, 희망을 붙잡았고, 서로를 위로했던 그 순간들만이 결국 남았을 것이다.
어쩌면 수술을 했기 때문에 아쉬움 없이 보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몰랐다. 그 준비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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