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대답하지 못한 말

다시 태어나도 너랑 결혼할 거야

by 새벽달풀

도하와 함께 살던 시절,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가끔씩 생각하곤 했다.

‘과거로 돌아가 남편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의 답은 매번 달랐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아이 때문에 같은 남편을 선택했다.


나는 지금 재혼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사람과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매일 살아가고 있지만,

그날의 말은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살다가 문득 나를 멈춰 세운다.


도하는 아이를 좋아하고, 사랑이 많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내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겼다.


수술을 받은 첫날밤.

도하 옆 좁은 보호자 간이침대에 누웠다.

고통을 참으며 겨우 잠든 도하를 바라보며, 위를 잘라낸 그 통증이 얼마나 클지 감히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날까지 오게 되었을까.'


기억 속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 행복해서 지나치게 웃고 있던 결혼식.

첫아이가 태어나 울던 나.

신혼 초, 사업이 어려워진 도하 곁에서 말없이 눈치 보며 버텼던 시간.

핸드폰 속 다른 여자를 보고도 아이 생각에 모른 척 넘겼던 밤들.

집이 압류되어, 결국 아이만 안고 외국으로 떠났던 쓸쓸한 날들.

그리고 끝내 이혼을 결심했던 날까지.

그런 날들을 지나, 우리는 어쩌다 지낼 만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 밤, 생각에 잠겨 있던 순간.

자고 있는 줄 알았던 도하가 마른 목소리로 조용히 말을 꺼냈다.


"무통주사 안 누르고 겨우 조금 잤네."

"있잖아."

"나, 너한테 너무 고마워. 미안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해. 다시 태어나도 나는 너랑 결혼할 거야."


오랜 망설임 끝에 꺼낸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수술 후의 아픔 속에서 혼자 수없이 곱씹고 다듬었을 그 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든 시간을 다시 겪는다는 건 내게 너무 고된 일이었다.

그리고 아직 다 아물지 못한 감정은 ‘지난날은 괜찮아’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것보다, 침묵이 나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날 내가 택한 침묵이,
이렇게 오래 아플 줄 몰랐다.

나는 여전히 그 순간에 머물러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장면은 가끔 나를 찾아와 묻는다.

‘그때,

왜 아무 말도 못 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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