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살아 있는 이별의 시작

치료 중단까지, 시간이 너무 짧았다.

by 새벽달풀

죽어가는 남편을 지켜본다는 건,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는 잔인한 일이었다.


수술이 끝난 후에도 나는 일을 쉴 수 없었다.

걱정은 되었지만, 도하는 괜찮을 거라며 자신만만했고,

그 말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도하는 서울의 병실에 남겨졌고, 나는 다시 지방으로 내려와 출근을 이어갔다.


5일 뒤,

병원으로 다시 올라갔을 때 도하의 모습은 낯설 만큼 변해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 남아 있던 작은 희망은 저 멀리 흩어졌고, 가슴 깊은 곳에 무거운 무엇이 '덜컹' 하고 내려앉았다.


그날의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얼굴. 구부정한 어깨.

한 수저도 삼키지 못해 괴로워하던 도하.

그런데도 나를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그 웃음이 웃음 같지 않아서, 오히려 더 슬펐다.


꼭꼭 씹어서 삼키지 못하는 도하가 원망스러웠다.

'잘 지낼 수 있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해놓고선…'

이내 병원에도 화가 났다.

'전혀 먹지도 못하는 환자인데 영양제 하나를 안 챙겨주고…'

옆에 있어주지도 못한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게 미워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어느 날 갑자기 환자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단 5일 만에 환자가 된 도하는, 복막에 전이된 암들 때문에 퇴원하자마자 항암을 시작해야 했다.

살면서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 없던 도하는, 자신 있게 서울에서 항암을 이어가겠다고 했고, 나도 그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첫 번째 항암은 견딜 만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너무 힘들어 다녀온 날 종일 누워 있어야 했고,

세 번째부터는 병원을 지방으로 옮겨 내가 함께 다녔다.

네 번째 항암 때는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야 했다.

그리고 네 번째 항암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호스피스 권유를 받았다.


불과 세 달.

치료에 모든 것을 걸고 매달린 끝에 돌아온 건 '중단'이라는 단어였다.

항암을 중단한다는 건, 항암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희망을 끝내 보내주는 일이기도 했다.


그날 밤,

도하는 내게 말했다.

"서윤아, 미안해.

내가 귀한 집 딸 데려와서 고생만 시키고,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돼버려서 너무 미안해."


고맙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모든 말을 삼키고 있었다.


문득,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던 짧은 대화가 떠올랐다.

"여보는 나한테 어떤 남편이고 싶어? 생각은 하고 사냐?"

"그럼 나도 생각 있지. 난 너한테 나무 같은 남편이 될 거야"

"뭐라고? 아무것도 안 해주고 그냥 있는 나무??"

"아니 아니 네가 언제든 필요할 때 와서 쉴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나무 말이야."

돌아보니 나에게 도하는 그렇게 살았다.


나 역시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치료 중단이란 말도 충격이었지만,

도하의 미안하다는 고백은, 힘겹게 버티고 있던 나를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슬픔으로 데려갔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 있는 동안의 이별을 준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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