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함께 흐르는 태도에 대하여
배 위에는 '해기전승'이라는 말이 있다. 선배들의 기술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온전히 이어준다는 뜻이다. 10편의 기록을 정리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해기전승의 본질은 정교한 기계 매뉴얼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그 바다를 대하는 '개인의 태도'를 보여주는 일이다.
실습생 시절, 선박의 분뇨 처리 시스템(Sewage System)을 정비하다가 똥과 오줌 오물들이 얼굴과 손에 튀는 상황을 겪었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더러운 일이었지만,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손과 얼굴은 오물로 더러워졌을지 몰라도, 이 일을 대하는 내 마음만큼은 더럽지 않다."
이것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결심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선택한 이 직업의 고단함을 긍정하고, 눈앞의 문제를 피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일의 가치는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매듭짓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그 오물 속에서 배웠다. 매뉴얼에는 나오지 않는, 현장의 정직한 문법이었다.
엔진룸의 청정기(Purifier)는 원심력을 이용해 기름 속의 불순물을 끊임없이 걸러낸다. 청정기가 멈추면 엔진은 금세 망가진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타인의 시선이나 불필요한 욕심 같은 '찌꺼기'들을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 번의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반복해야 하는 정비 업무와 같다. 생각을 맑게 유지하려는 태도를 놓는 순간 삶은 다시 탁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매일 내 안의 슬러지를 비워내며, 엔진이 멈추지 않을 정도의 연료를 유지하려 애쓸 뿐이다.
이 시리즈를 쓴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며 내가 선배들에게 받았던 도움과 지혜를, 이제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정리해두고 싶었을 뿐이다. 이 길을 가려는 분들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글들은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지침서가 아니다. 그저 외로운 당직 시간이나 막막한 상황을 마주한 후배들에게 "나도 그런 고민을 하며 이 길을 지나갔다"고 남기는 작은 메모에 가깝다. 10화는 시리즈의 끝이 아니라, 선배들이 내게 보여준 그 태도를 나 또한 묵묵히 실천하며 다음 항해로 이어가겠다는 약속이다.
나는 그리고 또 다시 바다위에 있을 것이다.그리고 바다는 여전히 거칠 것이고, 예상치 못한 알람은 또 울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중심만 잘 잡고 있다면 어떤 파도 속에서도 내 역할은 다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서 남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