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고에 대응하는 두 사람의 관점

[5부: 성장] 내 인생의 마지막 공부, 불교

by 네오

[정신과 주치의 vs 법륜스님]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차마 할 수 없는 죽고 싶다는 뻔한 말 주치의에게는 수도 없이 했다. 주치의는 한 번도 내게 죽으면 안 된다는 둥, 생명은 소중하다는 둥, 그런 식의 뻔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얘기했다면 아마 나는 더 죽고 싶었을 것이다.


주치의는 신화, 과학, 의학, 심리학, 종교, 철학, 영화 등 다방면의 지식을 통섭하는 사람이었다. 주치의와의 대화는 늘 고구마 백 개 먹은 상태에서 사이다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키는 기분이었다.


어떤 주제든 막힘없는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덧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죽음마저 선택할 권리가 없느냐는 나의 울분, 스위스 조력 자살에 대한 이야기, 고통 없이 한 방에 죽음에 이르는 그런 쌈빡한 약은 어디 없느냐는 나의 집요함.


이에 대응하는 주치의의 노련함은 항상 나를 K.O 시켰다. 실존주의와 염세주의를 넘나드는 주치의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차츰 안정을 찾아갔고 자살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즉문즉설]에는'내 고통이 세상에서 1등'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이 정도면 자살 각'이라는 자살의 정당성을 확인받으려 법륜스님을 찾는다.

법륜스님> 그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는 죽는 수밖에 없어요. 네. 죽어도 돼요. 자기 선택이에요. 근데 살아서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나아요? 아니면 확 죽어 버리는 게 나아요? 내가 고통스럽다고 지금 죽어버리면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대승사상의 핵심이다. 나중에 자세히 언급할 때가 있을 것이다.)

법륜스님의 법문은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방탄유리같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이든 얘기하렴, 그 어떤 것이든 별거 아니게 만들어 줄게'라는 메가톤급 역경마저 부처님 법 앞에서는 무용지물 되는 그런 느낌말이다. 주치의와 법륜스님 두 분 다 감사하게도 죽지 말란 뻔한 얘길 하지 않아서 좋았다. 주치의와 나눈 대화가 내게 '초연함'을 가르쳐 주었다면 법륜스님의 말씀은 내게 '어떤 삶이 바른 삶인가' 하는 삶의 관점을 바로잡게 해주었다. 나는 주치의에 이어 법륜스님께 연속 K.O 당하고 있는 중이다. 내 생각과 내 고집을 꺾고 나를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분을 일생에서 두 명이나 만났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임에 틀림없다.

법륜스님> 죽을 때가 되어서는 인공호흡기 달고 살겠다고 그 난리를 피우고, 살아 있을 때는 죽겠다고 그 난리를 피우고 (…) 살아 있을 때는 사는 게 쉽고 죽을 때가 되어서는 죽는 게 쉬워요. 여러분들은 항상 거꾸로 살아요.

목숨마저 내 뜻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 욕심 중에 상上욕심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이기는 전략을 기술해 놓은 고대 중국의 병법서이다. 첫 번째 계책부터 36개의 계책이 나온다. 그 마지막이 계책이 바로 36계 줄행랑이다. 36계 줄행랑은 1번부터 35번까지 모든 전술을 다 고려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답이 없을 때 쓰는 마지막 카드이다.


마지막 카드는 최후까지 보류되어야 한다.

이전 08화잊어라! 당신이 과거에 어떻게 살았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