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딱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 인생입니다

[5부: 성장] 내 인생의 마지막 공부, 불교

by 네오

"여전히 불안하십니까?"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네, 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래서, 죽고 싶나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아뇨, 저는 살기로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한 건 진리.


불안에서 벗어나게 할, 혹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심리학 학부 전공 때부터 정신과에서까지 안 해본 심리검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 해봤을 심리검사, 진단검사, 진단명, 해석과 분석은 나의 목적지인 '심리적 평안'으로 가는데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진단과 해석, 분석, 심리검사 도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이었다. 그러나 적게는 일주일에 1번, 면담 시간은 길어봤자 45분. '나머지 요일과 남은 23시간 15분을 나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이것이 내 고민이었다.


정신과는 살면서 내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낀 장소였고, 즐겁고 편안했던 장소였다. 의사와의 면담이 끝나고 수부에서 계산을 하고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여기 언제까지 와야 하나 하는 착잡함, 여기밖에 올 곳이 없나 하는 비참함. 무슨 짓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 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몰랐다.


의사라고 어떻게 해줄 수 있었을까?


그래서인지 나는 내담자를 만날 때 내담자가 나를 만나지 않는 나머지 23시간 10분을 생각했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나 스스로가 싫든, 좋든, 내가 어떤 상황이든 나는 나와 함께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그래서 참 많은 걸 해봤다. 개인 블로그에 언급한 것 외에도 더 많은 짓을 해봤다.


나는 아직도 어디까지 '편안한 상태'로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심리학 공부와 정신과 면담을 통해서 원인을 알았고, 의사는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치료됨과 관리'는 나의 몫으로 남아있다. 치료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완벽하게, 깨끗하게 치유하겠다는 욕심과 혹은 그런 환상을 품으며 이곳, 저곳, 이 치료자, 저 치료자를 찾아다니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이렇게 살게 될 거라고 예상되었던 내 삶을 신도 아닌 내가 무슨 수로 바꾸겠다고 생각했던 걸까? 암 환자에게 암을 도려내면 그 자리에는 큰 흉터가 생기고 재발의 위험을 염두해 둔 채 하루하루 관리하며 살아가듯이 나 역시 오랜 후유증으로 인한 내 마음의 상처를 오늘도 관리하고 안고 살아갈 뿐이다.


그 상처를 보듬고 덧나지 않게 내 마음과 감정과 주변 환경을 잘 컨트롤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정도일 뿐이다. 나는 언제나, 어떤 순간에서도 소중한 존재라는 절대적인 사실을 믿을 것 왜곡된 과거 기억을 끊임없이 지워나가는 것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추악하고 더럽다고 치부한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 그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는 것 공감받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 특별한 삶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느끼며 사는 것 그동안 충분히 지옥 같은 마음고생을 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물리치는 것 도저히 버티기 힘든 날에는 약 먹고 일찍 잘 것.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내일 일어날 것(※ 수면은 나에게 있어서 죽음과 부활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면증이 도지면 죽지 못해 정말 죽을 것 같다.) 이것이 내가 '나 자신과 관계 맺는 모든 것'이다.

하루살이 인생.


'오늘 딱 하루만 산다' 는 내가 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나는 내일 내가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파리 목숨보다 못한 것이 사람 목숨. 그렇기에 오늘 죽는다 해도 미련이 없는지 매일 내게 묻곤 한다. 과학자들도 얘기했다. 우리는 타임머신이 개발된다 해도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


지난 과거는 잊고, 앞만 보며 살아갈 수 있는 특권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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