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
‘부부의 세계’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첫 회를 보고, 압도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러 장면들이 있겠으나,
여주인공이 트렁크를 열고,
남편의 배신을 확인하던 그 장면
남편의 외도 뿐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까지 모두 알고 있었고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장면이다. 남편의 외도 그 자체보다 여러 층위의 ‘배신감’의 지점들이 있다. 그 순간 주인공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먼저 멍해짐과 붕괴까지 표현한 연출이 담긴 장면이었다.
이후 그녀는 확인하고, 뒤쫓고, 시험하고, 조종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어떤 선택까지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하지?”
“너무 과한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이 장면들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배신을 경험한 누군가가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을 잘 묘사한 것 같다.
배신감은 한 사건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그 대상과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믿었던 그 마음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아주 따뜻한 곳에 있다가, 눈을 뜨니 냉동창고에 갇힌 듯한 경험을 상상해 보자.
아니 그 보다 더해 냉동창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믿으며 우여곡절 끝에 나왔으나, 얼음세상 안에 있음을 확인하는 그 경험에 비교해 보아도 좋겠다.
앞서 말했듯이 관계에서의 배신감은 단순히 상대가 잘못했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나를 해쳤기에 갖게 되는 분노의 감정보다는 좀 더 심층적으로 관계에서 수반되는 감정인 것이다. 내가 믿고 있던 관계의 구조가 무너지는 것과 가깝다.
그동안 쌓아온 말들, 태도, 서로 암묵적으로 공유했다고 여겼던 기준들이 한순간에 의미를 잃는다. 내가 믿고 있던 현실이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관계를 통해 유지되던
‘내 마음의 질서’가 무너지는 경험이다.
배신감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
같은 편이라고 믿었고
최소한 나를 속이진 않을 거라 믿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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