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두 얼굴

의무감

by 다정한 상담쌤 ㅣ나를


휴대폰 통화버튼을 누르기 전 멈칫할 때가 있다.

만나러 가기 싫은 건 아닌데,

가고 싶은 마음도 딱히 없는 자리다.

그냥 ‘해야 할 것 같아서’ 움직이게 되는 관계가 있다.


웃고 있지만 속은 비어 있고,

다녀온 뒤에는 이유 없는 피로만 남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콕 집어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그 관계가 나만 느끼는 불편함 혹은 나를 숨 막히게 할 때가 있다.


아주 비약적인 예로는 명절연휴가 다가오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 것도 그렇다.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아서, 안 가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


그때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은 의무감이다.


“싫지는 않은데요, 그냥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이 말속에는 어찌 보면 감정이라기보다 그동안 나에게 익숙한 혹은 자리 잡은 관계 맺기의 규칙이 있다.


이 의무감은 특정한 한 관계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끊기 어려운 관계, 역할이 분명한 관계일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같은 의무감이라도 어떤 관계 안에 있느냐에 따라 느낌도, 무게도, 남는 상처도 달라진다.


의무로만 이어진 관계는 결국 마음을 소진시킨다.

의무감은 종종 관심, 애정의 표면인 듯한 가면 쓰고 있지만, 나를 지치게 하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그 관계를 놓지 못하는 내 안의 불안을 덜기 위한 선택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느끼는 의무감은 대개 사랑에서 출발한다.

“이 아이는 내가 책임져야 해”

“부모니까 참고해야지”

“내가 무너지면 아이도 무너질까 봐” 이 의무감은 아이를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힘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밀어낸 자기 돌봄 영역의 부재로 인해 부모는 쉼에 죄책감을 느끼다, 아이의 요구에 과도하게 반응하여 분노를 표현하다 다시 자책하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양육 자체가 버거운 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이런 과정을 느낀다. 어쩌면 적응적인 불편감일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자녀가 느끼는 의무감은 복잡해진다.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셨으니까”

“실망시키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제 내가 돌봐야 할 차례니까”

겉으로는 효도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원해서 하는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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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 나라도 다정할래’. /유쾌함+진지함 전문상담사. 일상을 살아가며 혹은 상담시간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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