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론, 나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

전문상담자의 시선

상담이론, 나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

– 상담자의 성장 그리고 통합의 시선에 대하여

상담에는 다양한 이론적 관점이 존재합니다. 정신분석, 인지행동, 인간중심, 게슈탈트, 해결중심, 그리고 최근의 신경과학적 접근에 이르기까지, 상담사는 끊임없이 이 이론들을 학습하고 숙고하며, 자신의 철학과 임상 경험에 기반해 자신만의 임상 언어를 정립해 갑니다.

이론의 다양성은, 상담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 독자분들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비약을 하자면, 종교나 철학의 선택과도 유사하다고 할까요? 어떤 이는 마음의 평안을 명상에서 찾고, 어떤 이는 기도에서, 또 다른 이는 과학적 사고에서 찾는 것을 떠올리면 됩니다.


상담 이론들도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변화로 이끄는 길을 제시합니다.

저는 석사과정 시절 지도교수님 영향으로 교류분석, 가족체계이론을 깊게 배우며 집단상담과 가족상담을 배웠지만, 교수님께서 어릴 때는 다양한 이론을 접해보라고 제안해 주셔서, 현실치료, 미술치료, 이야기치료, 사이코드라마, MBTI 기반 상담 등 여러 접근을 부지런히 배우러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성숙한 나이의 초보상담사였기에 수련보다는 체험과 가까운 시간을 통해 나와 나의 가족을 통찰한 귀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현장에 나와 상담사로 지내면서는 분석심리학기반 모래놀이치료, 애착기반 상담, 학대피해아동을 이해하기 위한 트라우마 상담등 다양한 치료기법을 접하고 익히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마음 챙김과 신체기반 치료까지 확장되며, 그야말로 끊임없는 배움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천천히 망하고 싶으면 상담 공부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싶네요. 거기다 각각의 심리검사 공부, 사례모임, 그리고 슈퍼비전까지 이어지는 긴 수련의 여정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의 시간을 떠올리면 지금 글을 남기면서도 숨이 차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부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이 쌓여 결국 전문성과 깊이를 더하는 밑거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상담이라는 일이 단순한 ‘기술’이나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서 사람의 삶과 마음 깊은 곳을 마주하는 ‘관계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이론과 수련 과정 속에서 내담자의 고통과 성장, 그리고 회복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상담공부를 하는 거겠지요.


무엇보다, 상담사로서 나 자신도 한 사람의 ‘살아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이 길이 쉽지 않지만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2006년 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고 현재까지의 시간을 보내면서 현재 한 가지 이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각 이론이 담고 있는 인간 이해의 틀을 깊이 있게 탐색하고, 내담자에게 적합한 접근을 선택하는 유연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즉, 통합적 상담이론을 지향합니다. 특정 이론에 고정되기보다는, 내담자의 상황과 발달 수준, 문제의 본질에 따라 융통성 있게 다양한 이론의 관점을 통합하는 접근입니다. 이 문장대로 제가 자유롭게 이론을 활용하고 있느냐? 그런 의미는 아니고 아직 배우는 길에 있는 전문상담사입니다.

다시 통합적 상담이론을 지향하는 것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보자면, 이 접근은 상담사가 단순히 ‘이론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담자의 고유한 맥락과 삶의 구조를 진정성 있게 이해하려는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점에 제가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사도 발달한다: 이론 선택의 고민과 성장의 과정

상담사들은 어떤 이론에 뿌리를 둘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합니다. 어떤 강의를 들으면 그 이론이 가장 옳은 것처럼 느껴지고, 다른 학파를 접하면 다시 그쪽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한편으로는 오래된 고전 이론이 너무 낡아 보이기도 하고, 최신 이론은 매끄럽고 세련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고전 이론이 지닌 깊이와 통찰에 끌리게 됩니다.

NP 성향이 높은 저의 특성일 수도 있고 요즘 수련생, 초보 상담사들은 좀 더 많은 정보 속에 선택을 하고 수련을 시작하는 것 같아서 저희 문장에 공감이 될지 조심스럽기도 하네요. 글을 쓰다 보니, 저는 mmpi 검사를 수기로 채점하고, 30cm 자로 반듯이 그래프를 그려 결과지 작성하며 인턴과정을 보냈거든요. 그때와 지금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면, 자신의 주이론을 찾아가는 과정은 상담사가 전문가로서 발달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남겨봅니다. 상담사도 내담자처럼 경험과 시간 속에서 성장합니다. 수련과 실천을 반복하며 자신의 철학을 정립하고, 그 철학이 이론과 만날 때 비로소 자신만의 상담 세계가 뚜렷해지는 것입니다. 이론을 공부하고 훈련을 받으며, 각 이론이 내담자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실제 상담 장면에서 검토하고 실험합니다.

상담이론, 상담사가 마음을 바라보는 안경

제가 생각하는 상담이론은 단순한 학문적 지식의 집합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담사가 내담자를 바라보는 안경이며,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의 틀입니다. 전문가로서 우리는 쉽게 사용되는 위로의 언어나, 단순한 조언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상담이론은 수련을 통해 익히고, 숙고하며, 검증된 방법으로 내담자와의 관계 안에서 조심스럽게 발화되는 언어입니다.


이론은 상담사를 보호하기도 합니다. 상담사 역시 사람이며, 내담자의 고통에 노출되고, 때로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습니다. 이때 상담이론은 전문성과 윤리성을 지탱해 주는 ‘안전한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준 위에서 상담사는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성장하며, 내담자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상담이론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이론을 추구하면 정답이 있는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겠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질문하게 만들고, 탐색하게 하며, 내담자와 함께 머무는 태도를 기르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 다양한 이론이 같은 최종의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이겠지요.

이 과정은 단지 기술의 습득이 아닌 존재의 성숙을 요구합니다. 상담이론을 단순히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이론을 매개로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상담자가 무엇을 믿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됩니다. 이는 곧, 이론이 상담자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상담이론은 상담사의 길을 안내하는 지도로서 기능하지만, 그 지도는 결국 상담사의 경험과 내면을 통해 다시 쓰여집니다. 우리는 상담이론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내담자를 도우며, 동시에 스스로를 성찰합니다. 이론은 단지 도구가 아닌, 상담사가 ‘사람을 만나는 태도’를 만들어가는 기반입니다.


칼 로저스(Carl Rogers)
"치유적 관계 속에서 인간은 변화한다."
어빈 얄롬(Irvin Yalom)
“치료자 개인의 존재가 치료의 본질”
현대 상담 통합적 상담 접근
”다양한 이론을 '지도'처럼 활용하되, 상담사의 실존적 태도와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

상담사의 수련은, 이론을 체계화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은 단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나’, 존재하는 ‘나’ 로서 얼마나 진실하고 다정하게 다른 사람 앞에 설 수 있는가를 묻는 길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여정에 들어선, 이미 가고 있는

동료상담쌤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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