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1)

놓치기 쉬운 ‘수반성’에 관하여

“저 사람은 왜 저래?”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어쩌면 나 역시 자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자주 결과만 보고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그들 개인 속에는 꼭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런 걸 통찰하는 것이 바로 그 내담자의 수반성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례 공부를 하며 수반성에 대해 자주 듣게 되어 나 또한 생각을 더 깊이 해보게 되었다. “~을 수반한다”라고 사용하는 데 익숙한 용어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隨 (따를 수)

뜻: 따르다, 함께 움직이다, 흐름을 따라가다

의미: 어떤 것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함께 일어나는 성질을 나타낸다.

예: 隨行(수행) – 따라다님, 隨意(수의) – 뜻대로 따름


伴 (짝 반)

뜻: 짝, 동반자, 함께 있는 사람 또는 사물

의미: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 同伴(동반), 伴侶(반려)


性 (성품 성)

뜻: 성질, 본성, 특성

의미: 어떤 현상이나 존재가 지닌 속성이나 특성을 말한다.


‘수반성(隨伴性, contingency)’이라는 용어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어떤 현상이나 반응이 달라지는 특성을 의미한다. 즉, 어떤 행동이나 심리적 상태가 특정 조건이나 맥락과 ‘함께 따라 나타나는’ 관계까지 담은 넓은 의미다.


많은 심리학적 용어가 과학에서 사용되다가 동일한 원리로 적용되기 때문에 심리학에서도 활용된다. 수반성도 과학적 원리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스위치와 전구’다.

전구가 켜지는 것은 ‘스위치가 켜졌을 때’ 가능하다.

스위치가 꺼져 있으면 전구는 켜지지 않는다. 여기서 ‘전구 켜짐’은 ‘스위치 켜짐’과 수반된다. 전구가 켜지는 현상은 스위치가 켜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현상이 발생하려면 꼭 필요한 조건(스위치)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심리적인 상황으로 예를 들어보자. 학교에서 발표를 앞두면 긴장하게 된다. 발표라는 상황이 ‘조건’이고, 긴장은 그 상황과 수반해서 나타나는 ‘감정 반응’이다. 발표가 없다면 긴장하지 않으니, 긴장은 발표 상황에 수반된 감정인 것이다.


따라서 수반성은 어떤 마음의 흐름이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동적인 현상’ 임을 깨닫게 해 주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 덕분에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유동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안에서 적절한 개입과 지원이 가능해진다.


수반성이 왜 중요할까?


상황을 이해해야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사람 행동이나 감정은 항상 ‘특정 상황과 함께’ 나타난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했을까?’를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갑자기 화를 냈다면, 그냥 ‘성격이 급하다’고 판단하기보단 ‘어떤 상황이 화를 유발했나?’를 살펴야 한다.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람 행동이 특정 상황과 함께 일어난다면, 그 상황을 바꾸면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표 때문에 긴장한다면 ‘발표 상황’을 조금 덜 부담스럽게 만들거나, ‘발표 연습’을 많이 시키면 긴장이 줄어들 수 있다.


상담사가 수반성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뒤 이어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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