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성 기반 감정이해와 갈등회복
앞선 두 번의 글에서 ‘심리적 수반성’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읽고 이 글을 함께 해주시면 이해가 더 쉬울 듯합니다.
“감정은 이유가 있다”,
“감정은 상황과 함께 따라오는 동반자 같은 것”
어쩌면, 화내고 있는 이가 있다면 혹은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장면에서 그의 마음속 전구가 꺼졌는지도 모릅니다.
수반성을 감정의 배경음악이라고 했습니다. 나 혹은 상대를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 음악을 잘 들어야 갰지요. 그런데, 가장 소중하고 운명적 관계인 부부관계에서 이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연애 때는 정말 좋았다고 말씀하세요. 뜨겁게 사랑했고, 서로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결혼했다고요. “눈에 콩깍지가 씌었지”라며 웃기도 하십니다.
어쩌면 그때의 사랑은 내가 믿고 싶고, 보고 싶은 모습만 보던 시절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함께 키우며 ‘공동체의 삶’이 시작되면 비로소 진짜 서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도, 상대에게 그렇게 보이기 시작하죠. 갈등이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서로 다른 배경음악을 듣고 자란 두 사람이, 하나의 무대에서 살아가려다 보니 리듬이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음악을 들으려 하지 않으면 소음이 되고, 오해가 되고, 결국 단절이 됩니다. 하지만 음악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너는 이런 리듬에서 자랐구나” 하고 들으려는 순간, 갈등은 조금씩 ‘이해’의 형태를 띠기 시작합니다. 갈등 속에 상처 주고 탓하기보다 서로의 ‘배경음악’을 선명하게 들어봐야 합니다. 어쩌면 처음 듣는 소리, 익숙하지 않은 리듬일 수도 있어요. 그게 꼭 누가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 주례사가 기억에 남아요. 갈등이 생기거나 이해가 안 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세 번을 외치고 대화하라는 주례 말씀이었어요. 신랑 신부 각자에게 외치도록 시키기도 하셨어요. 일단 서로의 배경음악을 인정하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부부갈등을 수반성의 눈으로 보면, 무엇이 달라질까?
예를 들어, 아내가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화를 냈다고 해볼게요. 남편은 “도대체 뭐 때문에 그래?”라고 반응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그날 오전에 시댁에서 서운한 말을 들었고, 아이 돌보느라 혼자서 진이 빠진 상태였고,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핸드폰만 보고 있었고, 아내는 그 순간 자신이 투명인간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쌓인 감정이 저녁 식사 중 남편의 무심한 한마디에 딱 하고 터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아내의 ‘화’는 그 말 한마디만으로 생긴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 감정은 하루 종일 수반되어 온 수많은 ‘작은 상처’와 ‘맥락’의 결과예요.
“당신은 왜 그래?” 보다 “어떤 하루였어?”가 먼저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부 갈등은 종종 말의 내용보다 말이 나오기까지 쌓인 어떠한 맥락에서 시작돼요. 수반성의 관점을 갖게 되면, 서로의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살펴보게 돼요.
“그때 그 말을 하기 전,
당신 마음속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상담장면에서 이 질문 하나로 부부싸움의 온도가 뚝 떨어지는 걸 경험해요. 왜냐하면, 그 순간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니까요.
우선 나의 수반성을 알면, 감정의 퍼즐이 맞춰져요
남편이 말하죠.
“내가 퇴근하고 말없이 누운 건, 사실 팀장한테 크게 혼나서 기운이 빠졌던 거야.”
아내가 말하죠.
“그런데 나도 오늘 하루 종일 애한테 치이고, 누구한테도 말 한마디 못해서 너무 외로웠어.”
이렇게 말이 오갈 때, 감정은 더 이상 공격의 무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창문이 돼요.
진정한 대화가 시작되는 거죠.
나를 점검하는데 도움 되는 질문이에요
* 나의 말 뒤에 숨어 있던 감정은 무엇이었나?
* 배우자의 행동에 반응하기 전에, 내 하루는 어떤 배경을 갖고 있었나?
* 그 순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부부가 함께 실천할 활동을 추천해 볼게요.
‘그날의 배경음악’ 색깔표 (감정 색깔로 하루 표현)
감정일기 3줄씩 써서 교환
감정카드로 하루 10분 대화
대화 (예: “왜 그랬어?” “무슨 일이 있었어?”)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으로는 부부상담 참여도 좋아요. 서로 심리검사를 통해 객관적 차이를 알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인정할 수 있어요.
‘우리 부부는 대화만 시작하면 싸움이 나요’ 하는 부부라면 전문가 도움 아래 조금씩 개선될 거예요!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리듬을 맞춰가며 악보를 써 내려가는 여정입니다.
각자의 배경음악은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 동안 조금씩 귀 기울이고, 어긋난 박자를 맞춰가며 우리 부부만의 음악, 가족만의 고유한 멜로디를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그 음악은 자녀에게 조용히 전해져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의 삶의 배경음악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다정한 상담쌤의 다정함이 닿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