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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힘든 당신에게 (2)

다시 흘리는 눈물


앞선 글에 이어 울음 혹은 눈물에 대한 생각을 기록해 봅니다. 울음은 감정이 자신과 세상을 향해 “나를 좀 봐달라”라고 외치는 행위일 수 있어요. 스스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응축물인 눈물 흘러나옵니다. 가끔 상담장면에서 내담자가 ‘울지 않으려 하면서도 눈물이 흐르는 경우’를 함께 해요. 어쩌면 억제된 감정이나 오래된 상처가 떠오르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눈물은 소리 내어 울지 않아도
속에서 흘러내린 긴 한숨 같은 것이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손길 같은 것

“그렇게 울고 나면 좀 나아지더라.”


이 말, 한 번쯤 해본 적 있으시죠? 울음은 종종 약하다는 뜻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상담실에서 눈물은 오히려 용기의 표시입니다. 꾹꾹 눌러 담고 살던 감정들이

눈물이라는 형태로 흘러나올 때, 비로소 ‘들어달라’고 말하기 시작하거든요.

그 울음은 시간이 지나며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고,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울지 못했던 나 그리고 다시, 울 수 있게 된 나

많은 분들이 “어릴 때부터 울면 혼났어요”라고 말합니다. “남자애가 왜 울어”, “그 정도 일로 왜 울어”, 우리는 그렇게 울음으로 표현하는 시기를 지나 울음을 참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어릴 적엔 눈물이 참 쉽게 나왔어요. 배가 고파서, 무서워서, 잠이 안 와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아이는 우는 걸로 마음을 표현했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울 수 있었고,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자라면서 “울지 마”, “어른이 왜 울어”, “약한 모습 보이지 마” 이런 말들 속에서 우는 게 뭔가 부끄러운 일처럼, 가끔은 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 울면 마음이 진다는 생각. 이건 단지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자라며 받아들인 ‘사회적 규범’이 우리 안에서 작동한 결과예요. 이걸 ’초자아(Superego)’라고 불러요. 내가 스스로를 검열하고 다잡게 만드는 목소리죠. 그리고 그걸 조율하는 ‘자아(Ego)’는 때론 내 감정마저 덮어두려고 애쓰게 해요. ​그렇게 우리는 ‘괜찮은 척’을 잘하게 성장하게 됩니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본 ‘울음’

{원초아 (Id)}
울음은 본능적 표현이다. 생존을 위한 신호(배고픔, 불편함, 공포 등)로, 자아가 발달하기 전부터 작동한다.

{자아 (Ego)}
현실과 타인의 반응을 고려하며 감정을 조절한다. 성장하면서 울음을 ‘사회적 부적절’로 인식하고 억제하기 시작한다. 울음을 대신할 다른 표현(말, 표정, 유머 등)을 찾아 사용한다.

{초자아 (Superego)}
도덕과 규범이 내면화된다. “어른이 울면 안 돼”, “약해 보이면 안 돼” 같은 규범이 내면의 검열자가 되어 울음을 막는다. 울음이 수치심, 죄책감, 자존심 손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면, 참 신기하게도 다시 눈물이 많아지기 시작해요. ​별말 아닌 장면에 울컥하고 다큐 한 편을 보다가 훌쩍이고, 오래 묻어뒀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아직 중년이 아니더라도, 내 가족 방송매체용 친근한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왜일까요?

호르몬 변화 탓도 있지만 이성 중심의 삶을 오래 살아오다가, 이제 마음이 자기 안을 돌아보기 시작하는 거죠.​ 억눌렀던 감정이 무의식 깊은 곳에서 슬며시 올라오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감정을 덜 억제하고, 더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 아닐까요?

융(C.G. Jung)은 중년을 ‘개인의 통합과 자기실현’의 시기로 보면서, 감정에 더 솔직해지고, 내면과 더 깊이 연결되는 시기라 표현했어요.


울음은 자기 이해와 자아 통합을 돕는
중요한 심리적 신호다.

울음은 여전히 나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가장 본능적인 방법이에요. 그리고 그걸 다시 허락해 주는 게, 바로 삶의 성숙함이 아닐까 생각해요.



오늘 당신은 마음껏 울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아니라, 언제든이요. 그 눈물은 당신이 견뎌온 시간의 증거이고,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는 자기 자신과의 조용한 약속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 하루, 나에게 다정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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