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손수건

어버이날의 잔상

올해 어버이날은 감기와 함께 였다.

나도 힘들었지만, 나보다도 둘째아이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소리가 작지 않았다.

작은 가슴에서 올라오는 깊은 기침이 순간순간 마음이 저릿했다. 그래도 견뎌내리다 하며 나의 장점인 무던함으로 약을 먹이며 있었다.


그런 몸으로 양가를 찾아뵈었다.

먼저 외가부터 들렀다.

둘째가 “콜록콜록” 기침을 할 때마다

친정엄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아이고… 저 기침 소리에 마음이 찢어진다…”

“우야노, 우야노…”


엄마는 곧 서랍에서 얇은 손수건 하나를 꺼내

아이 목에 살포시 감아주셨다.


“바람 들면 안 된다.”

“목 뜨뜻하게 해야 감기 덜하지.”


아이는 그 손수건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거울 앞에서 웃고, 팔자걸음으로 거실을 뽐내며 다녔다.

그 상태로 친가로 향했다.

시댁에서는 시어머님이 기침 소리를 들으시곤

똑같이 걱정하셨다.


“아이고, 저 기침소리 …”


아이는 식당에 가도 잠이 들면서도 목에 손수건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가려는 순간, 아이가 갑자기 울상이 되었다.


“엄마… 내 목에 있던 거 없어졌어…”


아이 목에 감겨 있던 외할미표 손수건이 언제 흘러내렸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모습을 보시고 시어머님은 웃으며 서랍을 조용히 여셨다. 그리고 손수건을 꺼내 아이 목에 정성스레 묶어주셨다.


“이렇게 하고 가. ”


아이는 금세 기분이 풀려 새 손수건을 하고는 마치 뭔가 또 다른 멋진 장신구라도 두른 듯 으쓱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덥지도 않은지, 아니 사실은 분명 더웠을 텐데도

스카프가 너무 좋다고 절대 풀지 않았다.


“더워?”

“아니, 시원해~”


아이는 스스로 그렇게 말하며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따뜻했다. 아이가 느낄 할머니들의 사랑이 짐작이 되기에 그랬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히며 짐정리를 하다보니

놀랍게도 똑같은 손수건이 2장 이었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결혼하고 처음 맞았던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께 똑같은 손수건 세트를 선물했었다.

포장을 예쁘게 하고, 나에게 어머니가 두 명이 되었네 하고 생각했던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게 벌써… 13년 전 이야기다.


그 오래된 손수건을 엄마와 어머님이 아직 간직하고 계셨고, 그걸 손주의 목에 직접 감아주신 거다. 그 손수건이 시간을 돌고 돌아 내 아이의 목을 감쌀 줄이야.


그리고 며칠 뒤, 아이 목에 걸려 있던 두 개의 손수건을 빨아 접었다. 바짝 말린 뒤 탁탁 털어 올려두는데, 참 묘했다.

내가 열세 해 전 떨리는 손으로 고른 작은 선물이

이렇게 돌아와 내 아이를 감쌌고,

다시 내 손으로 곱게 접히는 순간까지 왔다는 것이.


한 땀 한 땀 놓인 꽃 자수 사이로 두 분의 손길과 마음이 겹쳐지는 것만 같았다.

내리사랑이라는 건, 그저 흐르는 마음이 아니라

이렇게 손끝에 남아 있다가 또다시 누군가를 따뜻하게 감싸는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할머니들도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

마음은 이렇게도 돌아온다.

때로는 낡은 손수건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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