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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는숲 Apr 28. 2021

악몽

비행소설 02


“기장님, 죄송합니다.”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타워에서 활주로를 개방해서 오른쪽 택시웨이로 빠지라는 지시했다. 활주로를 개방하면서 필요한 스위치 조작을 한 후 차트를 확인했는데 내 전방에서는 타워에서 말한 그 택시웨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기장님이 너무 속도를 내고 있었다. 좀 천천히 택시 해주세요!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나오지는 않았다. 이미 차트에서 택시웨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관제사가 지시한 택시웨이는 이미 지나친 상태였다. 개방하자 바로 근처 옆길로 빠져야 했던 것이다. Oh! Shit!



“기장님! Stop! 택시웨이를 지나친 것 같은데요.”


“그래? 천천히 갈 테니까 다시 한번 확인해봐.”



터미널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는 말투였다. 기장님은 멈추지는 않고 속도만 줄였다. 항공기가 계속 움직이니 마음은 더 바빠졌다.



“기장님, 확실하게 지나친 것 같습니다.”


“그래? 일단 멈출 테니까 타워에 컨펌해봐.”



타워에서는 전방에 다가오는 다른 항공기 때문에 해당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저 멀리 다른 항공기의 라이트가 눈부시게 다가오다가 옆으로 빠지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전방에 오는 항공기가 다른 길로 빠지면서 헤드온(Head-on)하는 상황은 피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관제사에게 연신 Sorry라고 말하며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헤드온이 되었다면 후진할 수 없는 항공기는 엔진을 끄고 토잉카(towing car)를 불러서 견인해야 한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셈이다. 그것보다 공항 당국에서 관련 내용으로 회사로 서신을 보내면 관련된 조종사가 어떠한 형식으로든 징계를 받기 때문에 택시 할 때조차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니 차트도 안 보고 뭐하고 있었어?”



그 순간 훅 들어오는 기장님의 멘트. 활주로를 개방하자마자 속도만 줄였어도 확인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을 텐데. 동남아 공항이라 택시웨이가 단순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내 잘못도 있지만 기장님 잘못도 있지 않은가? 억울함과 배신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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