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찾은 용기,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마이컨셉진캠프 책 코너, 오히라 미쓰요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by 김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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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거의 끝자락까지 마지막으로 집에 남아있던 사람은 나였다. 145cm 작은 키도 문제였다. 슬럼프가 오면서 짱짱한 배드민턴 선수 사회에서 나와 조금은 느슨한 여중생의 세계 속으로 덜렁 내던져진 나는 소위 ‘은따’라고 불리우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느라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었다. 작가 오히라 미쓰요의 서사에서 깊이 공명했던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일탈의 시작은 아주 작은 계기, 전학이었다. 마치 나비 효과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가족이 이사하고 부터 그녀의 삶은 계속 해서 어두운 세계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아버지의 친구 오히라씨와 호스트 바에서의 극적 만남은, 마치 드라마 속 비운의 주인공이 마주하게 되는 선지자와의 조우만큼 극적이라고 느껴졌다. 끝을 모르는 나락을 벗어나기 위해 자는 시간을 빼고는 공부만 했다는 그녀는 음지의 생활을 접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까지에 이른다.


중학교 2학년 나는 겨우 반 안에 다른 친구와 친해졌다. 그 친구와 함께하며 공부가 아닌 다른 것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해야할 무렵에도 밤 늦도록 밖에서 오락을 즐기곤 했다. 그때 나를 잡아준 과학 선생님이 계셨다. 그리고 그 분 덕분에 시골의 작은 고등학교가 아닌, 좀 더 큰 도시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진학 후 처음 가장 놀랐던 건, 아이들의 대화 속에 ‘욕’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내가 느낀 문화라면 문화라고 불리울 수 있는 내 과거와 현재의 차이였고, 이후의 나는 더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찾아 부지런히 바깥세상을 탐험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줄곧 해주려 했던 이야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믿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는 그 말은 오늘의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종종 일터에서 관계에서 나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가 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나는 능력있는 사람인가?’,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와 같은 질문이 머릿 속에 오래 머무르는 순간.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오히라 미쓰요를 떠올린다. 책 내용이 희미해져도, 정확한 작가명이 잊혀져갈 때조차 제목만큼은 뇌리에 또렷하게 남아 길을 잃은 나에게 최선을 다해 너의 길을 가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책. 내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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