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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는 삶은 파스텔톤이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속 한 단락

by 김바리
어쨌든 카뮈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했고, 자기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놀이와 사랑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사회의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많은 사람과 손을 잡고 협력했다. 그런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기에 자살하지 않았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의길, 2013)




작가는 책에서 카뮈의 삶이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이 말한 삶의 ‘위대한 세 영역'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랑, 일, 놀이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이 셋으로 삶을 채우며 여기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는 사람들은 이 셋 말고도 ‘연대 連帶’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말한다. 넓게 보면 사랑의 표현 형식의 하나지만 좁게 보면 연대란 동일한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누군가와 손잡는 것이다.


나는 책 속에서 작가가 풀어낸 연대의 의미에 몹시 공감한다. 존재의 의미가 기능하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어디엔가 함께 속해 있다는 느낌을 나누면서 서로 돕는 것, 2023년은 나에게 ‘연대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번이고 넘어지려는 나를 붙잡아 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나의 가능성을 의심할 때마다 다시 한번 질문하게 도와준 언니들, 목적 없는 사랑을 주는 나의 엄마, 치우친 사고를 할 때마다 그것이 타성에 젖은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조카와의 대화. 어디에 사는지도 무슨 일을 하는지도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에 모여 내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는 사람들, 한 달에 한 번 서로의 마음의 안부를 물으며 마음을 돌보는 책을 읽고 기꺼이 서로의 취약함을 보여준 사람들, 그리고 계속 꿈을 꿔도, 더 나은 세상을 그려봐도 좋다고 믿게 해 준 커뮤니티와 그곳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을 찾고자 애쓰지 않았음에도 ‘내가 즐거운 일은 무엇인가’, ‘어디로 가야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그곳에 나를 두기 시작한 후 조금씩 내 일상의 채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의 색은 원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색에 흰색 조가 많이 섞인 파스텔 색조에 가깝게 느껴졌다. 내 세계에 이렇게 많은 흰색을 칠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올해는 가족을 넘어 사회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연대의 모양을 만들어 간 해다. 앞으로도 이 모양을 계속 잘 다듬어 주고 싶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내가 즐거운 방법으로.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놀고 싶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배우고 싶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추자도에서 감성돔을 낚고,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주말 저녁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면서 살고 싶다. 사실 누가 그걸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내 스스로를 가두어버려서 그렇게 되었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의길, 2013), 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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